6명의 여정으로 바라본 태국 스타트업 생태계
스타트업 생태계는 축적의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현대 실리콘밸리의 시작은 1939년 휴렛과 팩커드의 창업입니다. 하지만, 실제 역사는 1891년 스탠포드 대학의 개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은 실용성과 산학협력을 중시하는 풍토를 조성하여 지금의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만드는데 기여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시작을 언제로 봐야할까요? 제가 만난 6명의 인플루언서들은 ‘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시작을 2012년 태국 최초 코워킹 스페이스인 ‘허바(Hubba)’의 설립으로 꼽았습니다. 2012년에 시작되어 축적의 시간을 거쳤으며, 2016년을 전후로 대기업 CVC(Corporate Venuture Capital)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 태국 최대 테크 콘퍼런스인 ‘테크소스 글로벌 서밋’이 열리면서 동남아 지역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우연히도 제가 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발을 막 내딛은 시점이기도 합니다.
Amarit (Aim) Charoenphan(링크드인)은 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얘기할 때 아마도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 일 것입니다. Aim은 2012년 방콕 최초의 코워킹 스페이스인 ‘허바(hubba)를 창업했습니다. 창업 계기를 묻는 제 질문에 Aim은 2011년 7월부터 3개월간 태국 전역을 휩쓸었던 대홍수를 언급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발이 묶여 출근도 어려웠던 상황에서 그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떠올렸고, 에카마이의 이층짜리 단독주택을 개조해 코워킹 스페이스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당시 많은 디지털 노마드가 방콕을 찾고 있었으나 주로 카페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허바’는 새로운 기회였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핵심은 네트워킹과 집적 효과였습니다. 창업을 하고자 하는 예비 창업가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장소를 꿈꾸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각종 토론 세션 및 컨퍼런스였습니다.
Aim은 이후 자연스럽게 테크 컨퍼런스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습니다. 다양한 이벤트와 네트워킹을 기획하다 2014년 techsauce.co를 개설하고, 2015년부터 매년 ‘Thailand Startup Ecosystem’을 발간하며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Techsauce Global Summit’를 개최하고 동남아 전역에서 창업 생태계에 있는 이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테크소스는 Oranuch (mimee) Lerdsuwankij(링크드인)가 공동창업자이자 대표로 이끌고 있습니다. 늘상 만날 때마다 수줍지만 강인한 미소로 테크소스의 비전을 전파하고는 했습니다. 태국을 ‘아세안 스타트업 허브’로 만들기 위해 ‘기회’와 ‘신뢰’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년 컨퍼런스 개최 뿐만 아니라 미래 리더를 교육시키고 동남아 내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업하며 태국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저 역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테크소스 글로벌 서밋’에 참석하며 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장에서 다양한 이들을 만나며 배움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제 Mimee는 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명이 되었습니다.
태국 최초의 스타트업이 누구일까요? Ookbee를 언급한 이들이 많았습니다. 2010년 시작한 Ookbee는 콘텐츠 서비스입니다. eBook의 영어 스펠링을 재조합한 ‘욱비’는 이후 텐센트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공격적 횡보를 이어갔습니다. 욱비는 태국 이북 시장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 영향력이 강하며, 우리에게 친숙한 웹툰/웹소설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욱비는 Natavudh (Moo) Pungcharoenpong(링크드인)에 의해 창업되었습니다. Moo는 창업가이자 유명인이기도 합니다. 수려한 외모로 태국의 최초 상업은행인 SCB의 광고모델로도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2015년 Moo는 Krating Poonpol(링크드인)과 함께 500 tuktuks이라는 태국 최초 벤처캐피탈 펀드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전에도 앤젤 인베스터나 패밀리 오피스 투자가 존재했으나,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벤처 캐피탈은 500 tuktuks로 보는 이가 많았습니다. 현재까지 약 50여개 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어 가장 활발합니다. 태국에 어떤 스타트업이 있는지 살펴보려면 500 tuktuks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라고 저에게 많은 이들이 조언할 정도입니다. Krating은 현재 태국 1등 상업은행인 카시콘 은행의 기술 계열사 (Kasikorn - Business and Technology Group, KBTG) 회사의 의장으로 재직 중으로, 테크 업계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500 tuktuks가 주로 시드 단계 투자에 집중했다면 dtac accelerate는 시드와 시리즈A 단계 엑셀러레이터였습니다. Dtac는 노르웨이 Telenor의 자회사로 dtac accelerator는 2012년에 시작되어 2019년에 종료되었습니다. 8년동안 약 60여개 스타트업을 육성했고, 대부분 스타트업은 500 tuktuks의 포트폴리오 회사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500 tuktuks와 dtac accelerate는 한 때 태국 스타트업의 본격적인 데뷔이자 관문으로 인지되었습니다.
dtac accelerate는 Sompoat (Meng) Chansomboon(링크드인)이 managing director로서 7년을 이끌었습니다. 7년 동안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누구보다 가까이 봤기에 태국 스타트업 창업자의 친구이자 멘토입니다. 어떤 태국 스타트업이든 Meng을 통해 연결이 가능할 정도로 마당발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태국 쿠룽 타이 은행(KrungThai Bank) 산하의 KT 벤처 캐피탈의 대표로 재직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쓴소리도 마지 않는 Paul Polapat Ark(링크드인)이 있습니다. Paul은 오랜 해외 생활 끝에 2015년 자신의 고향인 태국으로 돌아왔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태국 최초 상업은행은 시암 커머셜 뱅크(Siam Commercial Bank) 산하의 CVC인 디지털 벤처스를 대표로서 이끌었습니다. 현재는 벤처 캐피탈 고비 파트너스의 파트너로 재직 중입니다. Paul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식견과 애정을 함께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매출이나 수익성에 크게 신경쓰지 않던 태국 스타트업들에게도 격려와 함께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고, 여성 창업자와 ESG의 중요성을 항상 설파했습니다. 태국의 대기업과 대기업이 운영하는 CVC가 좋은 인재들을 흡수해서 오히려 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좋지 않을수도 있다는 의견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들 6명은 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역사의 산 증인입니다. 2012년 코워킹스페이스인 ‘허바’와 dtac accelerate를 시작으로 2015년을 전후로 굵직한 이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테크소스’가 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리포트를 매년 발간했기 시작했고, 500 tuktuks가 결성되고, 디지털 벤처스라는 태국 대기업CVC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로 태국은 동남아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심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실리콘 밸리'의 80여년 역사와 비교하면 '방콕 밸리'는 10여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제가 만나본 많은 이들은 그 누구보다 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애정이 많았습니다. 그 누구보다 태국의 잠재력을 믿고 특히 여성 창업자들에 대한 믿음이 강했습니다. 이들의 에너지에 감화된 수 많은 이들이 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고, 저 역시 그 중의 한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