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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Jan 29. 2024

똑똑한 사람이 지혜롭지 못한 이유

무지는 왜곡을 수반합니다. 우리는 어떤 결과를 수용하기 어려울 때, 진짜 이유를 찾는 노력을 하는 대신 편한 이유를 창조하는 경향이 큽니다. 내면을 성찰하는 대신, 이유의 원인을 밖으로 돌리고 심리적 안정감을 추구하는 것이 본성입니다.


하지만, ‘모름’을 ‘앎’의 영역으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뿐입니다. 역설적으로 모르는 것을 더 많이 알 때 우리의 ‘앎’은 확장됩니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모르는가?’와 ‘안다고 생각했으나 나는 무엇이 틀렸는가?’에 집중하는 이는 ‘무엇을 아는가?’를 고집하는 사람보다 지혜롭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은 누구보다 학력이 좋고, 성공을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무엇을 아는가?’에 집중합니다. 그러다가 ‘모르는 것’을 안다고, 아니 알아야 한다고 왜곡하는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심리적 방어기제는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할수록 더 강하게 발현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생각하는 현재 모습은 ‘방어기제’ 위에 쌓은 모래성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모래성에 갇혀 자신이 만든 인식의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나는 똑똑하다’, ‘나는 리더십이 좋다’, ‘나는 그래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다’, ‘나는 이렇게 좋은 대학을 나왔으니 누구보다 잘났다’라는 자기 편견은 행동을 그 방향으로 강화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할수록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허상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더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의 허상을 이미 알아채고도 얘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나는 그리 똑똑하지도 않고, 나의 리더십은 평균보다 아래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나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의의로 많으며, 정말 내가 똑똑했다면 더 좋은 곳에서 더 높은 연봉으로 일했을 것이라 반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객관적 자기 인식은 자기 비하와는 다릅니다. 타자의 시각에서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이 학습의 시작입니다.


시작은 ‘사실’과 ‘판단’을 분리하는 데 있습니다.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진짜로 사실인지 객관적으로 검증될 때까지 반복해서 물어야 합니다. ‘내일은 해가 뜬다’라는 과학적 명제조차도 내일이 오기 전까지는 거짓일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많은 이들은 ‘판단’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다’와 ‘~일 것이다’ 또는 ‘~으로 판단한다’를 분리할 수 있는 현명함이 필요합니다.


또한, 변화의 시작은 ‘나’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학습을 위해서는 내가 먼저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바뀌기 위해 스스로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투덜거림, 책임전가, 험담은 그 순간 심리적 만족감을 줄 수 있으나, 근본적 변화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런 대화를 통해 상대방과 일시적 친밀감을 형성할 수도 있겠으나 그리 오래가지도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합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자기 함정에 빠지면 지혜로움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학습을 멈추는 순간 심리적 방어기제에 빠져 아집만 남게 됩니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모르는가?’는 매 순간 자신에게 되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초보 팀장이 반드시 경계해야 할 요소이기도 합니다.



<Chris Argyris, “Teaching Smart People How to Learn”, Harvard Business Review (May–June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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