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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를 열 최적화 AI

생성형 AI vs. 최적화 AI

by 경영로스팅 강정구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문병로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날은 잔잔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는 덤덤하게 말했다. “이제 산업의 중심에는 최적화 AI가 들어설 것입니다.” 그 말은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변화의 내부를 드러내는 조용한 신호였다. 나는 그 순간, 겉으로 드러난 AI의 열기 너머에 진짜 움직임이 있음을 직감했다.


생성형 AI는 콘텐츠의 속도와 범위를 완전히 바꾸었다. GPT가 글을 쓰고, Midjourney가 이미지를 만들며, Sora는 영상의 경계를 허물었다. 우리는 그것을 기술의 진보로 받아들였고, 새로운 창작자로 환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드러나는 것은 놀라움이 아니라 한계였다. 산업은 감탄보다 신뢰를 원한다.


의료와 법률, 반도체와 금융, 물류와 에너지처럼 정밀도를 요구하는 분야는 다르다. 이들은 확률적 언어보다 정확한 결정이 필요하고, 말보다는 행동이 우선이다. 생성형 AI는 그럴듯한 출력을 만들어내지만, 틀리지 않는 해답을 요구하는 세계에서는 아직 불안정하다. 산업이 찾는 것은 새로운 말이 아니라 확실한 선택이다.


우리는 지금 생성형 AI의 캐즘 앞에 서 있다. 개인은 실험하고 있지만, 조직은 머뭇거리고 있다. 몇몇 부서에서는 도입이 이루어졌지만, 의사결정의 핵심까지는 닿지 못한다. 정답을 요구하는 구조에서, 생성형 AI는 아직 신뢰를 얻지 못했다. 이 자리에 조용히 들어서는 기술이 있다.


최적화 AI는 선택의 AI다. 이 기술은 수많은 대안 속에서 조건을 만족시키는 단 하나의 해답을 탐색한다. 수학적으로 최적화된 구조는 실수를 줄이고, 반복되는 의사결정을 정밀하게 만든다. 창작이 아닌 계산, 예측이 아닌 결정. 지금 산업이 진짜로 기다리는 AI는 바로 이것이다.


그 중심에 있는 곳이 구글 딥마인드다. 2020년, 알파폴드는 단백질 3차원 구조 예측이라는 과학계의 난제를 풀어냈다. 300개의 아미노산 서열을 입력하면, 수십억 개의 분자 결합 가능성을 고려해 원자 좌표를 실시간으로 예측한다. 기존에 수개월 걸리던 실험을 단 몇 분 안에 대체한 셈이다. 과학은 그날, AI에게 시간을 내어주었다.


2021년 알파폴드2는 정확도 92.4점을 기록하며 단백질 구조 예측의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2억 개 이상의 단백질 구조가 전 세계에 공개되었고, 신약 개발과 백신 디자인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기술이 실험을 대체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식의 생성 방식을 바꾸었다는 의미였다. 데이터는 흐르고, 구조는 예측된다.


딥마인드는 멈추지 않았다. 2022년 알파코드는 프로그래밍 문제 해결을 위한 모델로 등장했고, 2023년에는 수십 년간 개선되지 않던 행렬 곱셈 알고리즘을 최적화한 알파텐서를 발표했다. 2024년에는 기하학 정리를 증명하는 알파지오메트리가 소개되었다. 이 기술들은 대중의 관심에서는 멀지만, 산업과 과학의 본질을 깊게 파고든다.


자율주행은 최적화 AI가 가장 활발하게 쓰이는 분야 중 하나이다. 웨이모와 테슬라의 차량은 실시간으로 수많은 변수를 감지하고, 그중 가장 안전한 경로를 선택해야 한다. 보행자, 교차로, 날씨, 신호 체계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는 세계다. 이때 필요한 것은 언어 생성이 아니라 선택 최적화다. 운전은 감탄이 아니라 생존이기 때문이다.


문병로 교수는 이런 흐름을 일찍이 금융시장에 적용해왔다. 2009년 설립한 옵투스자산운용은 장기 전략에서 AI 알고리즘을 실험했고, 최근에는 단기 고빈도 거래와 리스크 모델링에 최적화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시장의 소음을 통과해 의미 있는 패턴을 찾아내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기계의 몫이 되었다. AI는 데이터를 읽는 수준에서 벗어나 행동을 시작했다.


2024년, OpenAI가 발표한 Elicit도 흥미로운 흐름을 보여준다. 이 AI는 논문을 생성하지 않고, 질문에 대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 제시한다. 문장을 다듬는 것이 아니라 논리를 설계한다. 이는 정보의 포장보다 구조의 정직함을 보여주는 기술이며, 판단의 기반을 새롭게 정의한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진짜 필요한 건 정확한 기준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최적화 AI가 작동하고 있다. DHL은 물류 경로를, GE는 풍력 터빈의 각도를, 삼성과 TSMC는 반도체 배치를 AI에 맡기고 있다. 이들 산업은 말보다 숫자를, 감탄보다 효율을 중시한다. 생성형 AI가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최적화 AI는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조용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다.


생성형 AI는 언어와 이미지를 혁신했지만, 최적화 AI는 결정과 구조를 재정의하고 있다. 하나는 창작의 감각을 확장했고, 다른 하나는 반복되는 선택의 정확도를 끌어올렸다. 산업은 전자를 주목하지만, 후자에게 자원을 배분한다. 기술의 무게중심은 이미 옮겨가고 있다.


두 기술은 결국 만나야 한다. 생성형 AI는 질문을 만들고, 최적화 AI는 그 질문에 해답을 제공한다. 둘 사이에 인간이 서 있다. 감성은 창의성을, 이성은 윤리를 붙잡고 있어야 한다. 기술이 해답을 줄수록, 인간은 더 나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러나 그 변화는 소리 없이 다가온다. 최적화 AI는 말의 시대를 지나 결정의 세계로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구글은 트랜스포머 모델을 세상에 처음 내놓은 기술의 시작점이자, 지금은 최적화 AI의 선두에서 산업의 본질적 문제를 풀어내고 있다. 생성형 AI가 감탄을 이끌었다면, 최적화 AI는 결과를 만든다.


기술의 진짜 전환은 언제나 그렇게 조용히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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