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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Apr 22. 2023

애플과 아마존, 일본 웹툰 시장 진출

빅테크도 뛰어든 웹툰 시장

애플과 아마존이 일본 웹툰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애플은 4월 일본 애플 북스(Apple Books)에 웹툰 서비스를 추가했습니다. 지난 3월 아마존 재팬이 자체 웹툰 서비스인 ‘플립툰(Fliptoon)’을 론칭한 데 이어 두 번째입니다. 빅테크가 뛰어들면서 웹툰 시장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본 애플 북스에 지난 4월 14일 ‘세로로 읽는 만화’’(縱讀みマンガ·다테요미만가) 메뉴가 신설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웹툰 발음이 어려워 ‘세로로 읽는 만화’라고 부릅니다. 일본 웹툰 1위 사업자인 피코마는 웹툰 대신 ‘스마트툰(Smarttoon)’으로, 아마존은 ‘플립툰(Fliptoon)’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일본 아마존 킨들에서는 100여 개 웹툰이 일본어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키다리 스튜디오와 레진코믹스 등 국내 웹툰 업체들의 작품이 대다수입니다.


한국에서 시작된 웹툰이 이제는 빅테크까지 관심을 갖는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에 익숙한 1020 여성 고객들을 웹툰으로 끌어들이면서 산업이 고성장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웹툰 원작 드라마나 영화는 웹툰 산업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아마존은 심지어 카카오가 처음 시작한 ‘기다리면 무료’ 모델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일본 만화 시장은 연간 7조 원 규모로 글로벌 최대 시장입니다. 애플과 아마존이 일본을 첫 론칭 국가로 선택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우수 작품들을 보유한 한국의 웹툰 스튜디오들 입장에서는 카카오와 네이버 외 다른 대안이 생겨 매출 상승 여력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애플과 아마존이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더 많은 고객들을 끌어들인다면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에서 성공한다면, 자연스럽게 연간 2조 원대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는 미국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플랫폼 사업자들 관점에서는 경쟁자가 들어온 것이기에 경계할 수 있으나, 웹툰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호재입니다.


<일본=7조원, 한국=2조원, 미국=2조원 시장 규모, 하나증권>



다만, 애플과 아마존이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웹툰 사업을 영위해 나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우선 일본 내 플랫폼 간 경쟁이 매우 치열해질 것입니다. 현재 일본 웹툰 시장은 피코마(카카오 계열)와 라인망가(네이버 계열)의 과점 시장입니다. 특히 피코마의 매출은 라인망가 매출의 2배가 넘는 정도로 성장해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은 피코마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이에 경각심을 느낀 기존 일본 출판사들은 세로형 만화를 2023년부터 공격적으로 출시하고 있고, 자체 플랫폼도 순차적으로 론칭할 예정입니다. 2022년까지의 디지털 만화 시장이 피코마의 독주였다면, 2023년부터는 애플과 아마존뿐 아니라 기존 출판사들 수십 개가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면서 무한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과 아마존이 웹툰 수급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형국입니다. 기존 일본 출판사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IP를 무기로, 카카오와 네이버는 각각 가지고 있는 한국의 웹툰을 기반으로 경쟁을 펼쳐나갈 것이나, 애플과 아마존은 일본 내 웹툰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작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과 아마존이 작품 수급을 하려면 높은 금액의 선급금을 지급해야 하며 대규모 자본 투자로 이어질 것입니다. 현재 전 세계 웹툰 플랫폼 중 한국의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 및 일본의 피코마를 제외하면 연간 수백억(리디나 코미코)에서 천억 대 (라인 망가 및 라인웹툰) 적자로 피를 흘리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이나 아마존이 언제까지 적자를 감내할지도 미지수입니다. 중국의 빌리빌리나 콰이칸이 한국 작품 수급을 위해 수억 원대 선급금을 지급해 오다 최근에는 작품 수급 속도를 늦추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따라서, 애플과 아마존이 직접 웹툰 스튜디오를 신설하거나 인수하는 것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하지만 한국 시장은 이미 카카오나 네이버를 중심으로 웹툰 스튜디오들이 귀속되어 있거나, 또는 현명한 웹툰 스튜디오는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가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과 아마존이 인수하는 웹툰 스튜디오는 ‘빛 좋은 개살구’ 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웹툰 스튜디오는 결국 PD와 작가 등 인적 자원이 중요하기에 인수 이후 어떻게 작품 파이프라인을 만들어가는지가 중요하나, 애플과 아마존이 한국이나 일본에서 이런 기능을 갖출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특히나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는 분위기 속에서 별도 팀을 대규모로 세팅하기에도 부담일 것입니다.


애플과 아마존은 상대적으로 고객 유입이 용이해 시장에 쉽게 안착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콘텐츠 산업은 디바이스나 앱의 편리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콘텐츠 라이브러리 싸움입니다. ‘오징어 게임’이나 ‘글로리’가 있다면 넷플릭스를 보다가도 재미있는 콘텐츠가 없다면 구독을 해지하는 것이 요즘 고객들의 행태입니다. 애플북스나 아마존 킨들이 편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해당 앱은 단권형 이북에 특화된 앱입니다. 반면에 웹툰은 회차별 연재 방식의 서비스로 앱의 운영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예를 들어, 피코마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이벤트 중 하나는 ‘기다무 플러스’입니다. 아침 출근 시간에 최대 x장의 무료 이용권을 주고 저녁 퇴근 시간에 사용한 만큼 채워주는 방식입니다. 해당 이용권을 이용할 수 있는 작품들은 주로 완결되었거나 회차가 많이 쌓여 있어 독자들의 이어 보기를 유도할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이런 세세한 기능을 아마존 킨들이나 애플 북스 기존 앱에 업데이트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웹툰에 대한 이해도 높지 않은 미국 또는 제 3국의 개발팀을 설득하는 것은 또 다른 난제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플랫폼과 스튜디오의 미묘한 관계를 애플과 아마존이 이해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는 대목입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을 제작할 경우 모든 저작권을 100% 가져갑니다. 따라서 소셜 미디어나 오프라인 마케팅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애플이나 아마존이 웹툰을 제작비에 마크업을 붙여 저작권을 완전히 소유하는 방식으로 가져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웹툰 업계는 사전 제작 방식이 아직은 흔하지 않습니다. 몇몇 선도적인 스튜디오가 사전 제작 방식을 택하고 있고, 이런 작품들은 애플과 아마존에게 판매 방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대다수 작품은 20회 차 정도를 1년 기간 동안 선제작한 후, 매주 1화씩 업데이트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에게 독점 유통권을 준다 하더라도 캐릭터와 작품의 고유한 설정 등은 작가와 스튜디오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따라서 캐릭터 이미지를 하나를 쓰려고 해도 모두 작가와 스튜디오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기간이 소요됩니다. 애플과 아마존이 이러한 저작권 생태계를 얼마나 이해하고 접근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사업을 전개하는 임원이나 본사에서 이러한 행태를 업계 관행으로 이해해 줄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그럼에도 애플과 아마존이 웹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업계 관점에서는 분명 호재입니다. 이미 일본뿐 아니라 만화 강국인 프랑스에서도 기존 대형 출판사들이 세로형 웹툰에 관심을 가지고 자체 웹툰 플랫폼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빅테크 회사가 시장에 참전한다면 고객들의 관심도를 유발하면서 전체 시장은 분명 커지는 방향으로 갈 것입니다. 현재의 경기 침체 상황에서 각 플랫폼이 적자를 얼마나 감내할지는 미지수이나, 애플과 아마존이라면 분명 더 오래 버텨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한국의 웹툰에 관심을 더 기울이고, 나아가 애플 TV나 아마존 프라임을 활용해 영상 제작까지 이어진다면 한국 웹툰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생기는 셈입니다.


그래서 애플과 아마존의 웹툰 시장 참전을 업계 관계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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