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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이 Jun 07. 2024

오딧세이-긴 여행

24.05.24.들뜬 저녁

 오랜만에 국악관현악곡이 생각 나 유튜브로 검색을 해서 들었다. 곡 제목은 <오딧세이>라는 곡으로 부제는 '긴 여행'이다. 노래의 협연자이자 장단 연주자인 민영치가 작곡했다. 오딧세이는 원래 오디세우스의 귀향 모험담을 담은 고대 그리스 서사시로 그 이름을 따 작곡한 노래는 작곡자이며 협연자인 민영치의 삶과 이어져있다. 작곡자 민영치는 재일교포 출신으로 일본에서 사물놀이를 우연히 보고 국악을 시작했다고 한다. 국립국악고 출신으로, 일본에서 힘들게 활동하면서 우리나라가 생각날 때의 심정을 노래에 담았다고 한다.


 2014 kbs 국악관현악단 초연으로 아창제에서 초연되었다. 타악 즉흥연주와 관현악이 함께하는 노래이다. 유튜브에도 여러 공연 영상이 있고, 내가 다닌 학교에서도 정기공연 때 연주했던 적이 있다. 서양음악과도 협연된 적이 있다.


 학교에서 공연했을 때 건초염 때문에 연습만 주구장창하다가 공연에는 참여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노래는 잠잠한 바다처럼 시작되다가 설장구 연주와 함께 막을 올린다. 그리고 항해하는 듯한 태평소 선율로 흥겹고 웅장하게 흐른다.


 곡의 포인트라면 협연자의 화려한 즉흥 연주와 흥겨운 장구 소리가 있다. 그리고 가장 클라이맥스인 부분에서 태평소 소리가 주가 되어 흐르는 힘찬 선율도 귀에 남는다.


 듣기 좋은 노래지만 연습할 때 음정 맞추느라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몇 년이 지난 아직 기억에 남아 가끔씩 찾아 듣는 관현악 곡 중에 하나다. 연주 영상을 보면서 곡 설명을 보고 이 노래를 소개하고 싶었다. '긴 여행' 이라는 부제를 담은 노래는 작곡자가 일본에서 활동하며 우리나라가 생각날 때의 마음을 담은 곡인데, 조용히 흐르듯이 시작되다 장구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선율은 정말 항해하는 듯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그래서 곡을 듣고 있자면 소름이 돋는다. 웅장하고 귀에 익기 좋은 멜로디는 노래를 쉽게 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리운 곳을 그리는 마음은 그런 음악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걸까. 그렇게 표현된 음악은 큰 홀을 가득 채워 울린다. 음악은 그렇게 삶을 표현해내기도 한다. 가득 찬 마음이 흘러나와 노래가 되듯이.




 노래는 오딧세이라는 제목답게 웅장하고 담담한 하나의 서사시를 표현해냈다. 협연자의 즉흥 설장구 연주가 공연을 보는 재미를 더하는데, 장구 연주 소리도 그렇고 화려한 몸짓도 공연을 보기 좋게 만드는 요소였다.


 무대 준비를 다 해놓고 무대에 올라가지도 못한 서러움 마음 때문이었는지 몇 년 전 들었던 이 노래는 내 마음을 벅차게 만들었다. 공연을 보고 쉽게 울컥하는 편인데 그날도 집에 돌아가면서 얼른 나아서 연습을 해야지, 하고 힘을 냈던 기억이 있다. 나도 얼른 나아서 내 음악 소리로 돌아가야지, 라고 마음을 다잡다가 조금 울었던 것도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서양 오케스트라와도 협연을 했는데 원래 국악관현악 곡으로 작곡을 해서 그런지 악기 특성상 갸야금 뜯는 소리나, 태평소 선율 소리 등 여러가지 점에서 서양 오케스트라보다는 국악기로 연주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 오케스트라로 표현한 곡은 더 부드럽게 들리는 특성이 있었다.


 항해하는 듯한 멜로디가 계속 귀에 남는다. 유튜브에 여러 영상이 있는데 나는 아창제에서 연주한 영상이 제일 듣기 좋았다. 작곡자가 재일교포였다고 하는데, 일본에서 국악 활동을 하면서 보낸 기간이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당한 태평소 소리는 관현악 곡에 더해져 음악을 끌고 가는데, 그 선율이 마음을 잔뜩 울린다. 부제가 긴 여행이니만큼 그의 시간도 고향에 닿기까지의 긴 여행이 되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곡의 끝으로 갈수록 협연자는 얼굴에 땀이 흘러서 젖은 채로 입으로 선율을 따라 부르며 연주한다. 관현악 소리와 함께 연주하는 그 모습이 곡의 더 깊은 감동을 준다.


  국악은 재미없고 못알아듣는 노래라는 감상이 많은데, 나도 그 감상에 대체로 동의한다. 어느 곡은 가끔가다 듣기 좋아 계속 듣고 싶긴 하지만 그런 노래는 가끔 가다 몇몇 곡 밖에 없다. 그리고 관람층이 대체로 4,50대라는 점에서 국악은 세대가 아니라 나이가 들면 찾게 되는 음악이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나이가 들면 언젠가 국악 선율을 듣고 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음악은 가끔, 그리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마음을 벅차게 한다. 그렇게 울린 마음은 다시 삶과 닿는다. 문득 삶과 닿아있는 노래를 들으니 무언가 하고 싶어진다. 언젠가 멋진 곳에서 연주하고 싶다는 꿈도, 내 음악 소리를 계속 듣고 싶다는 바램도 더 커지는 것만 같아서 조금은 두렵다. 그러나 당차게 항해해볼 것. 그리움이 닿는 곳까지 걸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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