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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대금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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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이 Jul 03. 2024

무언가를 바라는 기분에 대하여

24.07.01. 카페에서

 늘 같은 곳을 보는 기분은 어떨까. 언제가 됐든 똑같은 곳을 보며 다가서려 하는 일. 나는 그런 기분에 익숙한 편이다.

 오늘도 연습을 하려다 잠깐 나가자는 엄마의 말에 차를 타고 나섰다. 옷을 챙겨 입고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일찍 일어나지 못해 오늘도 악기 생각만 여러 번, 하루가 다 넘어갈 때까지 나는 방 한편에 세워둔 악기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대금을 처음 만났을 때를 가끔 기억한다. 나는 아직 어렸던 열세 살 어린이로, 처음 만난 대금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보통 대금보다 짧은 어린이용 대금이었다. 작은 한 대용 케이스에 담아 어깨에 메고 문화센터로 향했다. 나는 그 악기 소리를 귀담아들을 만큼 섬세하지 못했다. 단소를 오래 불고 대금을 배울 때가 되어도 나는 들을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가장 또렷이 나는 기억은 청을 처음 붙여봤던 기억이다. 악기에서 찡, 하고 맑은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내 기억 한켠에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얇은 막이 울리는 소리. 누군가 우는 소리 같았고 잔잔한 물결에 파문이 이는 소리 같기도 했다. 나는 그 소리를 좋아해 연습을 더 하곤 했는데, 청을 관리하지 못하고 계속 방치해 두었더니 그 구멍을 선생님께서 테이프로 막아버리셨다. 테이프로 청 구멍을 막으면 더 담담한 소리가 난다. 묘하게 단소와 닮은 조용한 소리에 실망한 나는 악기에서 마음을 조금씩 멀리하기도 했었다.

 악기 연습을 저번주에는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부산에 가는 바람에 악기를 들고 가기는 했지만 연습을 못해 서운해질 때마다 단소를 꺼내 불었다. 시끄러운 소리를 낼 수 없는 곳에 머무르는 바람에 대금은 꺼낼 수 없었다.

 늘 비슷한 것을 기대하고 바라는 습관이 있다. 나는 큰 무대에 앉아있거나 서있고, 무대에서 비치는 강한 조명을 상상한다. 그곳에서 울리는 내가 내는 소리가 남기는 잔음을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연습을 하지 못하면 그 상상에서 점점 멀어진다.

 연습을 하지 못한 지 일주일이 좀 넘어간다. 요즘 운전면허를 따느라 고생하고 있는데, 그런 곳에 시간을 소비하는 일이 갑갑하게만 느껴진다.

 학교에 다닐 때 나는 항상 악기를 어깨에 메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과 전공 수업에 갈 때는 조금 어색해했는데, 나는 그 기분을 지금 그리워하는 중이다. 얼마 전 부산시립 공연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만나는 큰 공연을 보며 나는 다시 악기를 불고 싶어 했다. 지금은 비록 카페에서 간식을 먹으며 글을 쓰는 중이지만 내 진심이 이 글에 드러났으면 한다. 바라는 곳으로 향하면 언젠가 그곳에 닿을 수 있다고 전에 나를 돌봐주시던 선생님이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나는 간절히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어린 꿈이 언젠가 조금씩 자라 바라는 곳에 닿았으면. 그 소망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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