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수련 메인센터 초여름 풍경을 소개드려요.
딱히 자랑할 뭐가 있는 건 아니에요. 당신과 저, 한 세상을 같이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니까. 풍경을 핑계 삼아 말을 걸어보는 거랍니다. 그러니 잠시 머물러 주신다면... 영광이죠.
사실 풍경이야 좋은 곳이 많죠. 마음수련 메인센터는 그저 적당한 풍경입니다. 너무 황폐해도 사람 마음이 팍팍해져서 못쓰지만, 절경이라고 마냥 좋은 건 아니지 않을까. 풍경이 너무 좋으면 세상 등지고 여기서 확 살아버릴까 그런 마음이 들었거든요. 이곳은 그냥 바삐 살다가 잠깐 눈을 들어 쉬기에 좋고, 명상하다 꽉 막히면 걷기 좋은 정도예요.
여느 시골처럼 여기도 사시사철 새가 지저귑니다. 여름을 알리는 건 먼 산의 뻐꾸기 소리. 사람의 말은 바로 곁에서도 못 알아듣는데 참 희한하죠. 저 먼 산에서 여기까지 하늘을 가로지르며 이토록 청량하게 다가오다니. 사람 놀라게 하는 먹까치는 봄에 울다 그치고, 예쁘고 작은 이름 모를 새는 사철 내내 웁니다. 꿩 우는 소리가 허공을 가르면 저도 모르게 질끈 눈을 감게 돼요. 나른한 평화로움이 너무 행복한 겁니다. 새소리가 자연과 나를 이어주는 그 순간, 모든 것이 충분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인간의 낭만적인 감상이고요.
뭣도 모를 때는 자연은 한가하고 놀고먹는 것 같았죠. 그런데 만물만상 어느 것 하나 손 놓고 사는 건 없었습니다. 잡초 한 포기도 땅밑 뿌리의 경쟁에서 죽을 놈 죽고 살아남은 존재였어요. 자연은 얄짤 없었죠.
존경하는 최재천 교수의 말씀인데요. 귀뚜라미가 왜 밤새 긁어대는지 아냐? 하셨어요. 암컷이 오란다고 냉큼 오는 게 아니라는 거죠. 암컷과의 소통을 위해 밤새 노력하고 또 해야 번식에 성공할까 말까 라는 겁니다. 봄이면 논바닥에서 죽어라 우는 개구리도 그렇고, 하늘 나는 새도. 울고 또 울고 다음 날도 울고, 하루 종일 먹이를 찾아 움직이고, 새끼들 거둬 먹이고.
노력하지 않고 요행을 기다리고, 남이 먼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 건 세상천지에 인간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그 시간에 몸을 움직여라 잔소리 듣는 것도 사람밖에 없고요. 저는 명상하면서 공짜 좋아하고, 은근 요행을 바라고, 쉽게 얻기를 바라며 살고 있는 제 모습, 정말 많이 보게 되었답니다.
마음수련 메인센터에는 어싱을 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어느 날 솔밭 사이로 일일이 길을 내고 황토를 깔았습디다. 산책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작은 돌을 골라내어 길 옆에 쌓아두기도 했고요. 사람들이 많이 걸은 곳은 반질반질하게 다져졌습니다. 땅에 닿는 촉감도 좋고 건강에도 좋아서 밥 먹고 느긋하게 걷기엔 최고였습니다. 어쩌다 보니 자랑질이 되어버렸네요.ㅎㅎ
제법 선선한 솔바람과 나무 그늘, 찹찹한 흙의 촉감, 발바닥을 자극해 주는 땅 위로 뻗은 뿌리, 드문드문 피어있는 들꽃, 사람들이 심어놓은 둥굴레 아이리스 작약, 욕심부리며 명상하다가 '아, 쉽지 않다.' 싶으면 걷습니다. 걷다 보면 뉘우치게 되는 길, 만만하고 적당한 힐링 장소 소개 끝.
어싱 길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여기가 주요 산책로였습니다. 10분이면 한 바퀴 도는 정도. 여기도 맨발로 걷는 분이 있지만 파상풍 주사 맞고 걸으시길 추천. 솔잎이며 소나무 뿌리가 거칠거든요. 탁 트인 풍경이 보이는 너른 바위가 있어서 신선처럼 가부좌 틀고 명상했었는데. 세월 따라 나무가 훌쩍 자라서 지금은 하늘만 보여요.
마음수련 메인센터를 감싸고 있는 산은 계룡산입니다. 골짜기가 깊다 보니 비가 오는 날은 골안개가 장관이고, 봐도 또 봐도 좋았습니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 빠져드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저는 대도시에서 태어나 쭉 살다 보니 자연에 대한 갈증이 더 컸습니다. 그럴수록 결핍감 때문에 불행했고요. 좋은 게 있어서 싫은 게 있고, 행복이 있어서 불행도 있는 것이었죠.
도덕경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천하가 다 착하다고 하는 것은 이미 착하지 않은 것이다.
개지선지위선 사불선이 皆知善之爲善 斯不善已
착하다는 관념이 있어서 악한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만 이런 관념 속에서 살고 있어요. 마음수련 명상을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좋다 싫다가 있고, 높고 낮음이 있는 한 시비와 분별, 열등감과 우월감이 사라지지 않더라는. 서로가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말로 하니 쉽고 간단해 보이지만 정말 뿌리 깊은 마음세계고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깊이깊이 돌아보고 뉘우쳐야 버려지는 마음이었어요.
그런 마음도 없으면 그게 사람이냐? 마음없이 어떻게 살아? 묻는 분도 계세요. 마음을 버려본 적이 없어서 모르는 것이죠. 그 마음이 없어져야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나 또한 그렇게 봐주는 사람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높낮이 없이 사람같이 사는 것 같고, 자유롭고 평화로워서 숨이 쉬어졌습니다. 쉽지 않아서 그렇지.
집에서도 충분히 명상할 수 있는데 굳이 여기까지 오는 이유, 왜 그럴까요?
굳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과 같은 이유겠죠. 집을 나서는 순간, 이미 삶을 내려놓고 오신 걸음이고, 집과 인연을 떠나 오신 걸음이잖아요. 돌아보고 버리는 마음도 다를 수밖에 없겠죠.
훌훌 벗고 맨 몸으로 마주하는 자연이니 좋고, 마음이 열려 있으니 절로 깨달아지고, 풀리지 않는 마음도 풀릴 때가 많았습니다. 그 힘으로 또 한 주가 살아지는 것 같았고요.
다른 건 몰라도 명상만은 애쓴다고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열심히 잘해보려고 하는 마음이 다 욕심이었어요. 남보다 높아지려고 하고, 남보다 우월해지려고 노력하고, 나의 허전한 마음을 꽉 채우고 싶은 허기였죠. 마음은 속일 수 없는 것이어서 그렇게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안된다는 걸 알았다는 게 가장 큰 공부였습니다. 그러니 명상, 낮고 낮은 마음으로 편안하게 하세요. 자신에게 얼마나 솔직하냐가 중요했습니다.
초여름의 마음수련 메인센터,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여름,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