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전화를 했다.
"언니, 마음수련 라이프리뷰 하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라이프 리뷰?"
"언니가 좋아하실 것 같아서... H도 가 보고 싶대요. "
명상센터는 30분 거리였다. H는 사정이 생겨 나 혼자 갔다. 명상센터는 한눈에 훑어봐도 정갈하고 편안했다. 도와주는 사람, 도움님이 반갑게 맞이했다. 나는 마음수련을 한지는 좀 됐다만 갈증이 있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하고 싶었다. 인생을 다시 살 수는 없지만 마음은 바꿔 먹을 수 있으니까.
"90분 명상클래스가 있다고 해서.... 후배가 초대를 해줬어요."
생의 마지막 순간,
과거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깨달음을 얻는 경험을
라이프리뷰라고 합니다
죽음이 가까워지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 후회라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았다는 사실을 삶의 끝에서 뒤늦게 깨닫는 것이다. 임사체험을 경험한 사람들은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 가치관의 전환, 삶에 대한 태도의 변화 같은 일을 공통적으로 경험한다. 라이프리뷰는 이런 통찰의 경험을 미리 해보고 후회 없는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이었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필독서에 톨스토이가 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 있다. 임종을 다룬 단편이지만 사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이반 일리치는 죽음이 가까워지면서 비로소 인간의 민낯을 목격하게 된다. 그는 아내와 아들 딸, 지인들의 이기적인 모습에 절망한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모습이자,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만하면 성공한 삶이라 생각했던 것도 착각이었다. 그는 절망했고 후회가 되었다. 그러나 그에게 허락된 것은 죽음뿐이었다. 심지어 "용서해 줘"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밖으로는 엉뚱한 말이 나왔다. 그 말을 바로잡을 힘조차 이미 없었다. 이반 일리치는 두려웠다. "이제 다 끝나버렸고, 죽음만 남아 있어!... 내 삶이 정말로 잘못된 것이라면 어떻게 하지?"
이반 일리치의 불안은 나의 불안이기도 했다. 그런데, 만약 삶의 마지막 순간에 얻을 그 깨달음을 지금 얻을 수만 있다면 당신의 삶도, 나의 삶도 달라지지 않을까.
라이프리뷰는 체계적이고 꼼꼼하게 준비된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도움님이 안정감 있게 리드해 주셨다. 나는 순한 아이처럼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그 90분이 너무 알차고 감동적이었다. 마음에 뭉클한 것이 있었고, 찌릿한 순간도 있었다. 눈물도 났다.
프로그램을 따라가며 짧은 명상도 했다. '이건 다른 사람도 해야 해. 누구라도 꼭 했으면 좋겠어' 진심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교한 프로그램, 공감되던 영상의 내용을 다 기억해 내지는 못한다. 기억난다 하더라도 스포가 되면 안 되니까 쓸 수는 없다.
90분 내내 공감과 소통이 이어졌다. 허튼 질문은 없었다. 내 삶을 잘 돌아보고, 중요한 포인트를 짚을 수 있게 도와주는 질문이고 설명이었다. 나는 이 시간을 어리석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 순간만큼이라도 내 인생을 충실하게 돌아보고 싶었다.
처음 보는 도움님이었다. 진심으로 경청해 주고, 진심으로 돕고자 했다. 그래서인지 나도 솔직하게 대할 수 있었다. 내 삶과 내 이야기에 이렇게 깊이 귀 기울이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었던가 싶었다.
나는 내 얘기를 좀처럼 하지 않는다. '자기 삶도 골 아픈데 누가 내 얘기를 듣고 싶어 하겠나?' 그렇게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솔직히 다른 사람의 얘기도 귀찮아한다. "고만해라~" 하며 끊을 때도 있다. 나눌 줄 모르는 인간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날 알게 되었다. 누군가 나의 얘기에 귀 기울여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을.
조명은 편안하고 아늑했다. 나의 내면에 집중하기에 적당했다. 도움님이 '이제 눈을 감으세요' 하였다. 눈을 감았다. 조용한 멘트가 이어지고 그냥 마음으로 따라가고 있었다. 어느새 나는 임종 직전에 놓여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잊고 살았던 삶의 편린들이 툭툭 떠올랐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본 나의 삶. 느낀 바가 많았다. 뿌듯한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하루를 묵혔다. 다음날, 나는 그 단락을 지워버렸다.
배부를 때 먹은 짜장면과, 쫄쫄 굶다가 먹은 짜장면 맛이 같을 수는 없다. 매일 먹는 김치찌개 맛과 10년 만에 먹게 된 김치찌개의 감동도 같을 수가 없다. 내가 먹은 짜장면 맛을 기준으로 드시게 하는 것이 옳지 않았다. '뭐야, 그 맛이 아닌데?' 하며 비교하고 실망하실 분이 있지 않을까. 각자의 삶이고 각자의 체험인데 빈칸으로 두는 게 맞다 싶었다.
자기 계발서를 읽고 하루를 설계한 적이 많다. 거의 실패로 끝났다. 결심을 해도 삶이 바뀌지 않는 이유를 도움님이 설명했다. 같은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면 뉴런의 결합에 의해 뇌에 길이 생긴다. 그걸 뇌가소성이라 한다. 뇌에 길이 생기면 세 살 버릇 여든 가는 것이다. 반대로 마음을 반복해서 버리면 뇌의 길은 사라진다. 습관이 고쳐지지 않는 이유와 생각과 삶이 변화할 수 있는 원리를 뇌과학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뇌의 길이 사라지고 새로운 길이 생기는 데에는 최소한 90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했다. 1만 시간의 법칙도 같은 원리다. 뇌과학이 이미 오랫동안 연구한 이론이고, 마음 빼기 명상은 이것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설명이었다.
죽음 직전의 통찰은 분명히 다른 데가 있다. 삶의 기회가 아직 주어져 있다면 이 깨달음을 덮어놓을 이유가 없다. 희망이 있는데도 내 삶을 방치한다면 죽음의 순간에 땅을 치고 통곡할 것 같았다. 사람은, 또 삶은 분명 달라질 수 있다. 이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었다.
내 일생을 돌아보고 비우는 명상이
마음수련 라이프리뷰입니다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