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한강 보러 가잔다
귀찮다며 고개를 저었다
출근할 때 늘 보는 한강을
뭐하러 일요일에 또 보냐며
매몰차게 거절했다
그래 놓고 괜히 미안해져서
못 이기는 척 외투를 걸친다
버스 타고 갈 줄 알았건만
한강까지 걸어가잔다
내일 출근이라고 투덜대면서도
씩씩하게 걸어는 간다
한강을 가자고 해놓고
공원도 들르잔다
아빠 혼자 잔뜩 신났다
이리온나
와서 산수유 냄새 맡아봐라
꽃 핀 가지에 코를 파묻고는
내게 손짓한다
아유 뭘 또 맡아보래 하며
흘끗 들여다보고 지나친다
한강 도착할 때쯤 되니 괜히 아쉽다
한번 꽃 향기를 맡아볼 걸 그랬나
일렁거리며 꿈틀대는 강물
차가운 바람 한 줌에
햇빛 한 움큼이 더 해진
기분 좋은 시원함
숨을 깊게 들이쉬며
한강 냄새라도 맡아본다
지하철 안에서 보던 그 한강은
반쪽짜리였구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햇빛을 온몸으로 맞으며
바람을 마주했을 때라야
그게 진짜 한강이구나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는데
아빠가 말한다
기왕 나온 김에 딸내미랑 같이
남산까지 걸어가면 좋겠네
눈이 확 떠진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난 이제 버스 타고 집 갈 거야
퉁명스럽게 말을 던지고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간다
아빠도 마지못해 뒤를 따라온다
그리고는 보스락보스락
봉지에서 뭔가를 꺼내어 내민다
너 좋아하는 단팥빵 가져왔다
이런 취향은 나를 닮았지
틀림없는 사실 앞에
그리고 단팥빵 앞에 나는 무너진다
그래 아빠 말이 맞아
빵을 입에 물고 버스를 기다린다
노을이 진다
오랜만의 데이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