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커뮤니케이터의 감각
“우리는 업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리더십을 추구합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합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도합니다.”
수많은 기업이 회사소개서, 연례보고서, IR 자료에서 써왔던 문장들.
정제되어 있고 방향도 명확하지만,
이상하게도 기억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브랜드들이 고객의 맥락과 경험에 주목하며,
자신의 태도를 담은 문장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확연해지고 있습니다.
“매일 새벽 배송으로 일상을 바꿉니다.”
“복잡한 금융을 단순하게 만듭니다.”
“이웃과 이웃을 연결합니다.”
더 짧아졌고, 사용자 언어에 가까워졌다.
브랜드가 고객의 삶과 맥락을 고려해
자신의 태도를 언어로 설계하려는 시도가 분명해지고 있다.
실제로 어떤 기업들은
그 말에 걸맞은 기술, 시스템, 경험 설계를 통해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브랜드 언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문장이 단지 ‘잘 쓴 말’이 아니라
그 브랜드이기 때문에 믿게 되는 말이냐는 것이다.
누구나 쓸 수 있는 문장이 아니라,
이 브랜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언어,
그 브랜드의 태도와 철학이 스며든 문장이어야 한다.
전략은 멋진 말로 시작되지 않는다.
의도가 설계되고, 말 안에 세계관이 담겨야
그 언어는 관계를 만들고 신뢰를 축적한다.
문장이 짧아졌다고 해서 전략이 된 것은 아니다.
철학이 실리고, 구조가 설계되며,
조직 안의 누구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을 때
그 문장은 브랜드의 언어가 된다.
브랜드의 첫 문장이 남과 다르지 않다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특별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브랜드의 언어는 조직의 태도를 보여주는 구조다.
말보다 앞서 있는 건, 그 말이 어떻게 행동되고 있는가다.
브랜드 언어는 조직의 태도를 말하는 구조이다.
전략은 언어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슬로건이나 캐치프레이즈는 브랜드의 시작을 알릴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 언어는 그 말이 반복되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지속적이고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의 구조여야 한다.
브랜드 언어는 단지 한 줄 문장이 아니라,
조직이 어떤 단어를 선택하고, 어떤 어조로 말하며,
무엇을 강조하고, 무엇을 의도적으로 비워두는지—
그 모든 선택의 총합이다.
그 안에 조직의 태도가 드러나고,
그 태도가 말을 메시지로, 메시지를 신뢰로 바꾸는 열쇠가 된다.
‘느낌 좋은 문장’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 언어는
철학이 설계되고, 말투가 정렬되며,
조직 전체가 스스로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브랜드 언어는
감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말을 우리가 해야 하는가’를 설계하는 전략적 행위이다.
PR 실무자에게 필요한 것은
문장을 잘 쓰는 능력이 아니라,
조직의 태도를 언어로 구현하는 감각이다.
그 감각이 있어야
브랜드의 첫 문장이 단지 예쁘게 보이는 문장을 넘어,
세상과 관계를 맺는 언어가 된다.
넷플릭스 – 말투로 관계의 거리를 조율하는 브랜드
넷플릭스는 콘텐츠 기업이지만,
언어를 통해 사용자와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조율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글로벌 공식 발표에서는 정제되고 신중한 어조를 유지하는 반면,
SNS에서는 “오늘 밤, 우리랑 넷플릭스 어때요?”처럼
친근하고 캐주얼한 말투로 다가온다.
이는 단순한 말투의 변화가 아니다.
사용자와의 거리감, 플랫폼 특성, 콘텐츠 사용 맥락에 따라
어휘와 어조, 메시지의 속도를 다르게 설계한다.
브랜드 메시지가 콘텐츠보다 먼저 신뢰를 만드는 방식—
이러한 언어 선택은 단어를 넘어, 태도의 구현이라는 점에서 전략적이다.
파타고니아 – 말보다 실행이 먼저 움직이는 브랜드 언어
“Don’t buy this jacket.”
“우리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이 문장들은 파타고니아가 단지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어떤 가치와 철학을 우선시하는지를 드러낸다.
광고든 연례보고서든,
이 브랜드는 늘 가치를 먼저 말하고, 말과 행동 사이에 간극이 없다.
즉, 브랜드가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어떤 실천을 바탕으로 말하고 있는가가 메시지의 설득력을 만든다.
이처럼 파타고니아는
멋진 말을 앞세우기보다,
실행과 책임이 먼저 움직이는 구조 속에서 언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그들의 문장은 믿을 수 있다.
말보다 태도가 앞서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 언어는 번역이 아니라 재구성된다.
이제 PR 글쓰기는 ‘번역’의 시대를 지나
‘문화적 재구성’의 시대에 들어섰다.
같은 문장이라도, 문화・상황・해석의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 커뮤니케이터에게 필요한 세 가지 감각:
· 맥락 감각: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이 말을 듣는가를 감지하는 힘
· 문화적 리터러시: 언어가 놓이는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는 감수성
· 재창조의 기술: 단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같은 메시지를 수신자에게 맞게 새롭게 구성하는 설계 능력
예컨대, “Just Do It.”은
미국에서는 도전과 개인의 실행을 독려하는 메시지로 읽히지만,
다른 시장에서는 절제, 자기 관리, 성취의 태도로 해석될 수 있다.
같은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하지만,
표현과 수용 방식은 문화에 따라 다르게 구성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Third Place’라는 개념도 마찬가지다.
어떤 문화에서는 관계 중심의 공간으로,
다른 문화에서는 개인적 쉼과 독립의 장소로 해석된다.
이처럼 같은 슬로건을 사용하더라도,
수신자의 문화적 맥락에 맞게 의도적으로 조정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다만 어떤 시장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 언어의 핵심 원칙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좋은 문장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브랜드 언어에는 의도와 기준, 실행의 방향이 담겨 있어야 한다.
PR 실무자가 점검해야 할 전략적 기준은 세 가지다.
1. 일관성
어떤 채널, 어떤 상황에서도 브랜드의 어조와 메시지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 “이 문장을 CEO가 말해도 어색하지 않은가?”는 중요한 점검 기준이다.
2. 구체성
말뿐인 약속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언어여야 한다.
→ “우리는 고객 중심입니다”보다
“30일 무료 체험, 불만족 시 전액 환불”. 이런 구체적인 약속에서 신뢰는 시작된다.
3. 공유 가능성
대표부터 신입까지, 모두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브랜드 언어는 멋진 카피 문장이 아니라, 조직이 체득하고 반복하는 말버릇이 되어야 한다.
좋은 문장은 혼잣말이 아니다.
조직 전체가 함께 말할 수 있어야 메시지가 된다.
전략 커뮤니케이터는 쓰기보다 먼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 우리는 어떤 언어와 태도로 말하고 있는가?
· 우리 안에서 반복되는 언어의 습관은 무엇인가?
· 이 말은 조직 누구든, 자연스럽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서 브랜드 언어의 설계는 시작된다.
브랜드 언어는 감각으로만 쓰이지 않는다.
의도, 기준, 실행의 축적이 만든 전략의 구조물이다.
하나의 문장에도
조직의 태도, 세계관, 선택의 철학이 드러나야 한다.
그것이 브랜드를 브랜드답게 만드는 힘.
그리고 그 문장을 말하는 순간,
조직은 세상과의 관계를 설계하게 된다.
이제 PR 실무자는
문장을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설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브랜드 언어는 조직의 태도를 드러내는 가장 앞선 메시지이며,
조직이 세상과 맺는 관계의 입구다.
그 첫 문장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브랜드가 기억될 방식, 신뢰받을 방식까지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