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테마파크와 반딧불 투어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 중 많은 엄마와 아이들이 주말을 이용해 쿠알라룸푸르를 벗어나 근교 나들이를 떠난다. 그중 가장 많이 찾는 곳이 국내선 비행으로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조호르바루 (Johor Bahru)'지역이다. 이곳을 찾는 목적은 브릭(bricks) 장난감의 대명사 레고(LEGO)에서 만든 테마파크 ‘레고랜드(LEGOLAND)’와 싱가포르 국경지대로 차량과 기차를 이용해 싱가포르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쿠알라룸푸르에 오기 전 한 달 살기를 앞두고 추석 기간을 이용해 남편과 함께 ‘조호바루’에 먼저 다녀왔다. ‘한 달 살기’와 국제학교 등으로 인터넷 상에서 많이 오르내리는 도시이지만, 출장으로 두, 세 차례 방문해 익숙한 쿠알라룸푸르와 달리 ‘조호바루’는 생소한 지명이기도 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레고의 테마파크도 있어 추석 여행 겸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 전 답사 형태로 일주일간 머물렀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경유하여 한 시간여를 타고 도착한 조호르바루는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신도시와 밀림이 어우러진 곳이었다. 쿠알라룸푸르가 서울 도심과 닮았다면 이곳은 송도 신도시 개발 초기의 모습으로 곳곳이 쇼핑몰과 콘도의 신축 공사가 한 창이지만 전반적으로 조용한 지역이었다. 아마도 이 지역 역시 몇 년 후엔 거대 중국 자본의 집중적인 투자와 개발로 금세 변화될 것이다. 주말과 출, 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차량으로 싱가포르를 한 시간 이내에 도착할 만큼 가깝다. 우리가 묵었던 이스칸다르 레지던스 옥상 인피니티 풀에서 싱가포르가 보일 만큼 두 나라가 인접한 지역이다. 이곳 역시 영국 계 말보로 컬리지(Marlborough College of Malaysia)와 미국 계 래플스 아메리칸 스쿨(Raffles American School) 등 다양한 국제학교가 많고 쿠알라룸푸르에 비해 숙소의 렌트 비용 등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그래서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와 영어 스쿨링 캠프 지역 중 하나로 떠오르는 곳이었다. 어느 곳을 선택하는지는 각자의 사정이 다르고 버짓도 다르며 목적도 다르기에 어느 지역이 더 좋다고 언급하기는 어렵다. 다만, 나의 경우 아이가 국제학교와는 무관한 연령의 미취학 아동이고 내가 좀 더 추구하는 여정에 맞는 지역이 쿠알라룸푸르였던 것이다.
조호르바루에 도착한 다음 날 방문한 ‘레고랜드’는 숙박 사이트를 통해 예약한 콘도와 ‘그랩(Grab)’으로 5분 거리에 있었다. 이 콘도를 예약 한 이유 역시 레고랜드와 싱가포르 이동이 가까운 것이 이유에서였다. 그 외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개발 지역이라 걸어서 다닐 곳은 없었다. 물론, 신축 콘도답게 깨끗하고 수영장 시설도 좋고 렌트 비용 역시 저렴했다. 숙소 키를 반납할 때, 우리 숙소의 호스트 분이 한국 분이셨는데 중국 부동산 회사 소속으로 미분양된 신축 콘도를 여러 채 보유하고 이를 에어비앤비처럼 단기 임대를 하고 있었다.
레고랜드(LEGOLAND)
‘레고랜드’는 레고의 나라 Denmark에서 1968년 Billund original LEGOLAND Park개장을 시작으로 미국, 독일, 일본 등에 이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국경 도시인 조호바루에 개장하였다. 국내는 시행과정이 난항이긴 하지만, 2021년 춘천에서 개장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각 국가별로 리뷰를 읽어보니 말레이시아 레고랜드가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탑승이 가능하다고 나와있는데, 직접 가 보니 날씨가 더운 지역이라 한낮에는 대부분 워터파크와 수족관에 몰려 있어 상대적으로 야외 놀이기구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 테마파크는 오전에 일찍 이용하고 오후 시간을 워터파크에서 보내기를 권한다. 티켓은 국내 대행 판매 사이트도 여럿 있지만 나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하였는데 이유는 분기별로 프로모션이 자주 있기 때문이다. 연간 회원권을 1일 권 금액으로 구매하는 프로모션도 있지만, 내가 방문했던 시기엔 1일권으로 2일간 이용이 가능한 2-Day Combo (Triple-Park) Ticket 만 있었다. 나와 남편은 당시 환율 기준(1RM=280원)으로 인당 9만 원 정도의 금액에 구매하였고 아이는 (Free admission for toddlers under 3 years old) 영, 유아 무료 정책으로 워터파크에서 사용할 방수 기저귀 2장 값만 지불하고 무료였다.
개장 시간에 맞춰 도착한 레고랜드에서 우리는 꼬마 열차 등 몇몇 놀이 기구를 타며 여유롭게 둘러보았다. 무엇보다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건 레고 드라이빙 스쿨이었다. 레고 자동차를 타고 트랙을 도는 간단한 놀이기구였는데 아이가 아직 어려 페달을 밟는 걸 어려워하자 직원이 함께 탑승해 주었다. 운전을 마친 후, 탑승 전 찍은 사진으로 추가 금액을 내고 ‘레고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았는데, 지금도 아이는 가방에 소중이 갖고 다닌다. 식사는 테마파크 내 간단한 카페테리아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정오를 지나니 날이 많이 더워 레고랜드에서 운영하는 작은 수족관 방문 후, 워터 파크로 나섰다. 유수 풀 위로 레고 블록이 둥둥 떠다니고 튜브 역시 레고 디자인이 들어가 아이가 무척 좋아했다. 레고랜드에는 숙박시설인 레고 호텔도 있다. 호텔 로비부터 레고 블록으로 가득 채워진 이곳은 숙박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방문 가능하고 아이는 온통 레고로 꾸며진 이곳이 좋은 지 엘리베이터만 타도 까르르 웃었다.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를 하는 초등 저학년과 미취학 연령의 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레고랜드 방문을 추천한다. 물론, 엄마는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다. 날씨는 덥고 아이는 어디로 뛸지 모르기에 쫒아다니다 보면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너무 좋아하니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피곤을 잊는다.
조호르바루 유치원 답사
조호르바루 3일째 되는 날엔 저녁 반딧불 투어만 일정으로 남기고 지역 탐방에 나섰다. 먼저 한국 엄마들이 많이 묵는다는 티가, 씨트립, 에코 네스트, 푸트리 하버 지역의 숙소들을 직접 가 보고 유치원 탐방은 두 곳을 하였다. 그중 단기 등록이 가능한 체리 하트(Cherie Hearts Kindergarten) 유치원을 방문하였는데, 당일 반일 제 등록도 가능해 아이를 경험 삼아 들여보내니 바로 적응하고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에 우리 부부는 쿠알라룸푸르에서의 긴 여정에 무리가 없겠다고 판단하였다. 몽키아라 유치원처럼 한국인 원장님은 아니지만, 중국계 말레이시안 원장님과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최근 한국 아이들의 입소 상담이 늘어 아이들이 화장실 갈 때 사용하는 아주 간단한 한국어가 가능했다. 누구나 아이를 동반하는 긴 여정을 계획하면 걱정이 앞서고 망설이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일주일간의 답사 여행이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둠 속에 반짝반짝 ‘반딧불 투어’
반딧불 투어는 조호르바루로 떠나오기 전 ‘조호바루 레인보우’라는 카페에서 신청하였다. 우리 가족 외에도 이곳에서 국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장기 거주 가족 두 팀과 함께 했다. 투어는 저녁 식사와 반딧불 투어 그리고 과일 시장 방문 이렇게 패키지로 묶여 있었는데 칠흑같이 깜깜한 강 위에서 반짝이는 반딧불을 본 경험도 좋았지만, 돌아오는 길에 국제학교 엄마들에게 전해 들은 주옥같은 해외 살이 조언과 과일시장 방문이 참 좋았다. 어딜 가나 한국 엄마들처럼 정 많고 자식일에 열성인 이들이 없을 것이다. 엄마들과 함께 과일시장에서 산 하미과(Hami Melon)는 이제껏 먹어 본 과일 중 가장 맛있었다. 아삭하게 시원한 수박 식감에 맛은 달콤한 멜론 맛이다. 삿포로에서 맛본 유바리 멜론 (夕張メロン)과는 당도는 비슷한데 식감에서 차이가 났다. 아쉽게도 내가 쿠알라룸푸르에 거주하던 시기에는 제 철이 아니라 맛있는 하미과를 맛볼 수 없었다. 여름에 말레이시아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제철과일 ‘하미과’를 꼭 맛보기를 권한다.
3살 아이가 그날 밤에 본 것은 반딧불인지 별빛인지 모를 것이다. 아이는 어른들이 짜 놓은 코스를 즐겁게 따라다녔을 뿐이다. 모두들 그 나이 대 기억은 하나도 못 한다고 말한다. 맞다. 그런데 아이도 나도, 남편도 그날 밤이 참으로 행복했다. 아이가 그곳의 지명을, 반짝임을 주던 곤충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순간을 엄마, 아빠와 함께했고, 나는 그날 밤 그 반짝임이 너무 예뻐 마음도 행복하게 반짝이는 것 같았다. 아이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나는 부모의 행복감이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진다고 믿는다. 반딧불 투어의 마지막엔 강가에서 가족의 소원을 적은 풍등을 날렸다. 나는 우리 가족과 회사 직원들의 건강 그리고 앞으로 아이와 떠날 70일간의 여정을 무사히 다녀오기를 적었다. 지나고 보니 풍등의 적어 둔 소원이 반쯤은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