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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걸린 말

by 제이오름
ChatGPT Image 2025년 8월 27일 오후 09_07_05.png

허공에

내가 중얼거린 말들이 걸려 있다

내게서 떠났으나 너에게 가지 않은 말들

어떤 것은 대롱대롱 간신히 걸려 있다

어떤 것은 너무 높아 손이 닿지도 않는다


어느날

고드름처럼 얼어붙은 그 말

뻣뻣하고 삐죽했던 그 말을 향해

두 손을 뻗는다

두 손바닥으로 감싼다

입김을 불어 따뜻하게 녹인다

잠시 후

그 말은

따개비처럼 내게 딱 붙는다

이젠 억지로 뗄 수 없다

상처날까봐

다시 아물지 않을까봐


허공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말들이 걸려 있다

말들이 교통사고 나지 않게

손을 내밀어 붙잡는 이들이 있다

잡은 말에 튼튼한 바퀴도 달아준다


단단해지고 무거워진 말

더 이상 허공에 매달리지 않는다

톡,

톡(talk),

떨어진다


네 말이 천천히 굴러온다

대화의 수레바퀴가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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