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몬스테라를 키우며

by 제이오름

손바닥만한

모종을 데려와

예쁜 토분에 너를 심었지.

너는 누구니? 너가 아주 작게 대답했어.

'나는 몬스테라야.'

물만 주어도 무럭무럭 자라는 너

어느날 예쁜 새 잎을 내밀었지.

햇빛을 향해 내미는 커다란 손,

내가 꼭 잡아주고 싶었어.

몇 주가 지나니 또 새 잎을 내밀었지.


어느날 조용한 밤에

너를 보러 왔더니

너가 속삭였어.

'나는 몬스테라야.'

다음 날 나는 좀 더 큰 화분으로 너를 옮겨주었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너는 더욱 큰 잎을 내밀었어.


어느날

글을 쓰려고 거실 창가로 책상을 옮겼어.

자리가 비좁아서

잠시 너를 구석진 곳으로 옮겼어.

화가 난 너는 더이상 잎사귀를 내밀지 않았어.

따스한 햇살이 스며들던 날,

너는 내게 외쳤지.

'나는 몬스테라야!'

그래서 너를 다시 거실 창가로 옮겼어.

이제부터 사이좋게 나누어 같이 쓰기로 했어.


그런데

예전처럼 너는 큰 잎을 내밀지 않더라.

아직도 화가 났나 봐.

지지대를 심어 주었어.

너의 잎은 다시 커졌어.

중얼거리는 너의 소리가 들렸어.

'나는, 나는 말이지, 몬스테라야.'


오늘도 나는 몬스테라에게 물을 주며 생각해.

그래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거야.

버거우면 때로는 다른 곳으로 가 봐.

힘들면 목놓아 외쳐도 .

때로는 누군가에게 기대도 좋은거야.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11화허공에 걸린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