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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by 제이오름

밤새 내뿜은 열기에

몬스테라 잎에 매달린 물방울

똑똑 떨어져 아래 잎에 맺혔네

햇살 비추니 서서히 사라졌네

며칠 뒤 그 자리에 까만 점이 생겼어

지울 수 없는 까만 동그라미

그대로 둘까?

자꾸 눈에 밢혀서 지나갈 수 없네

처음엔 나 혼자만 알고 있던 자국,

시간이 흘러 서서히 넓어지니

온 가족이 눈치 챘어


보기 싫은 까만 자국을 없애기로 했어

모두들 동의했지

잎사귀의 반을 짤라냈어

그런데

반쪽 잎에서 까만 점의 흔적이 스멀스멀 떠오르네

없지만 나타나는 자국


어느날,

몬스테라는 커다란 새 잎을 내밀기 시작했어

몇 주 지나니 또 새 잎을 내밀고,

몇 달 지나니 더욱 풍성해진 잎사귀들

너도 나도 반쪽 잎사귀를 감싸주네

행여 빛을 못받을까봐

햇살의 통로를 만들어주네

더 이상 반쪽이 아닌 반쪽 잎사귀

진한 초록빛으로 여물어 가네


이제는 조심스레 물어볼 수 있을까

무엇의 자국이었는지

어디서 온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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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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