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불어와 무너진 돌담
아버지는 돌담을 쌓아 올린다
그 담장 아래에
잠시 기대어 앉는다
적당히 그늘이 드리워진 곳
돌에 스며든 햇살이 등을 타고 내려온다
갑자기
돌담 위로 솟구치는 바람
샘이 난 것이다
머무를 수 없어서
기댈 수 없어서
잠시 기대어 고개를 돌리니
돌틈은 멋진 창이 된다
굳이 돌틈으로 보는건
집중해서 보기 위해서다
오롯이 듣기 위해서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담장은 우리의 이야기 길
저 너머 누군가 소곤거리면
누구나 귀를 열게 되는 곳
돌틈에 낀 이끼의 두께는
비밀의 무게
담장을 따라 걷는 두 아이,
그들의 속삭임에
민들레가 살랑거린다
홀씨가 날아올라
그 설레임을 퍼트린다
오늘도 사람들은 돌담을 쌓아올린다
돌담은 이야기를 품은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