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sns를 여는 대신에 필름처럼 얇은 햇살을 응시한다
커피 한잔 내리고 창 밖에 재잘대는 새들에게 눈맞춤을 하고
제라늄은 잘 크고 있는지 사랑의 눈길을 보낸다
하얀 커튼 사이로 부는 바람이
넌지시 자신을 부르고 있음을 안다
시계가 재촉해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책 한권 집어들고 집을 나선다
오늘의 책은 쏘로의 <월든>이다
굳게 닫힌 현관문은 나에게 행운을 빌어줄 코끼리처럼,
센서 등은 나를 밝혀 줄 등대로 느끼며 길을 나선다
분주한 사람들 틈에서 일하면서
때로는 요란한 침묵을 즐기고
바쁜 한숨보다 한가한 미소를 보낸다
오늘 먹는 점심이 어제와 같아도
허크와 톰이 나무 위 집에서 먹었을 간식보다
더 맛있는 양식처럼 먹는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면
붉게 물든 하늘을 오랫동안 바라본다
버스 창가를 스치는 나뭇잎은 내 마음을 읽은 듯
톡 어깨를 두드린다
하늘에 별이 하나 둘 떠오르면
그 별빛으로 마음 그림자를 하나 둘 지워간다
그러면,
어느새
마음 속에 푸른 언덕이 생기고
나는 그 언덕에 올라
저 멀리 흐르는 희미한 강물을 보고
어디선가 깜빡거리는 한줄기 빛을 보면서
우리 모두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