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우리가 깨어 있는게 확실한가요?

Are you sure that we are awake?

by 제이오름
밤의 숲 속 꿈의 만남.png 퍽(puck)의 마범으로 당나귀 머리를 한 남자가 된 바텀(Bottom)


Are you sure

That we are awake? It seems to me
That yet we sleep, we dream.


“우리가 정말 깨어 있는 게 확실한가요?
내 생각엔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아요.”
— 4막 1장 데미트리우스 대사 중에서-


이 대사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 (A Midsummer Night’s Dream)』 4막 1장에서 데미트리우스(Demetrius) 가 말하는 부분이다. 요정들의 숲 속에서 기이한 일들을 겪은 후에 인간 인물들이 아침에 깨어나는 장면이다. 데미트리우스를 비롯한 라이샌더(Lysander), 헬레나(Helena), 허미아(Hermia)는 오베론(Oberon)과 요정 퍽(Puck)의 마법으로 인하여 사랑의 혼란을 겪게 되는데 결국 마법이 풀리면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이런 모든 일들이 너무도 비현실적이고 혼란스러워서 데미트리우스는 "이게 진짜 현실인가요? 우리가 깨어 있는게 확실한가요?"라는 말을 한다. 지금 일어난 일들은 마치 꿈 속 일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대사는 현실과 꿈의 경계, 사랑의 비현실성을 드러내주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꿈과 현실의 경계, 혼란스러운 일들을 자주 겪는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이게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꿈이라서 다행이야."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현실의 삶이 너무 힘들고 고달프면, 모든 일들이 꿈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고 착각하고 싶어지고, 행복한 일들이 벌어지는 꿈 속으로 도피하고 싶어진다. 기쁘고 좋은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면 나에게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게 믿기지 않는다면서, 행여 이게 꿈이어서 모든 행복한 일들이 날아갈까봐 노심초사하기도 한다.


살아가는 일이 논리적인 일들로 가득찰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극에서는 요정의 꽃즙 한 방울로 사람의 사랑이 끊임없이 바뀐다. 극 중 인물들의 사랑은 매우 혼란스럽다. 얼마나 우리의 사랑이 충동과 비이성적인 측면에서 이루어 지는 일들이 많은 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1막 1장에서의 헬레나의 대사는 그런 측면을 잘 보여준다. “사랑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기 때문에 날개가 달렸고 눈이 멀었다고 하지.”


이 극은 극 안의 또 하나의 극이 삽입되어 있는 액자 구조의 희극(play within a play)이다. 바텀이 극 속에서 연기한 것은 <피라모스와 티스베> 연극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닮은 이 극은 왕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한 공연이었다. 퍽의 마법 때문에 바텀은 당나귀 머리를 한 남자가 되고 만다. 꽃즙으로 인해 티타니아는 한동안 사랑에 빠져셔 그 주위를 맴돈다. 달빛, 사자, 벽을 담당한 각 장인들의 연기는 매우 우스꽝스럽다. 극 중 극은 사랑과 비극을 희화화하는 측면이 있다. 관객은 이 극 중 극을 통해 다른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또 다른 환상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전체 극의 주제를 깨닫게 되기도 한다. 연극은 현실을 모방하지만 이처럼 환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희극의 마지막에 요정 퍽(puck)은 관객을 향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If we shadows have offended, think but this and all is mended —

that you have but slumbered here.

저희 그림자들이(=우리 배우들이) 폐를 끼쳤다면, 그냥 이렇게 생각해 주세요 —

여러분은 그저 이곳에서 잠든 채 꿈을 꾼 것뿐이라고요."


힘든 일을 겪으면 그것이 하나의 꿈이었다고 생각해 보자.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가끔은 깨보는 일, 삶에서 꼭 필요한 일이니. 어느 날, 문득 집어든 셰익스피어 작품, 『한여름 밤의 꿈』이 이렇게 위로를 줄 때가 있다. '그래, 내게 있는 일,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어.'


과천국립현대미술관 한국근현대미술 전시에 다녀왔다. 그 중에 윤형근 전시관은 매우 압도적이었다. 윤형근 작품으로만 전시된 작은 공간에 들어서면 마치 태고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순간 왜 영화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그 공간을 나서면 분주한 일상이 돌아가는 현실 세계인데, 이 공간에서는 마치 내가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다가, 어디가 꿈이고 어디가 현실이지? 잠시 그 경계를 잊는다. 그런데 신기하다. 10분간 잠심 머물렀던 공간에서 이렇게 편하고 위로받을 줄이야. 마치 셰익스피어 희극 작품을 읽고 난 뒤의 기분처럼 말이다.

KakaoTalk_20250711_192512122.jpg 윤형근의 청다색


수업하다 말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생각이 많은 학생이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Are you sure that we are awake? 우리가 깨어 있다는게 확실하니?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감각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알 수 있어요."

"특히 힘든 일을 겪을 때, 고통스런 감각을 느낄 때 깨어 있다고 생각해요."

"행복한 일은 꿈처럼 여겨져요."



keyword
이전 01화1. 좋은 것이 나쁘고, 나쁜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