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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제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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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창범 Feb 01. 2016

제주도의 숨겨진 비경

2015년, 내 마음을 흔든 장소

제주도에 산지 5년이 다 되어간다. 살면서 느끼는 것은 이 그리 크지도 않은 섬에는 봐도 봐도 또 새로운 곳이 있다는 사실. 같은 장소라 하더라도 사계절의 느낌이 또 달라서 늘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곳이 많다는 것. 제주에 사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또 하나는 "거길 가 봐야겠어!"라는 의도를 가진 접근에는 늘 기대 이하의 느낌이 많았지만 생각지도 않고 갔던 장소에서 만나는 흥분은 좀 더 크다는 사실. 2016년 올해 내 마음을 붙잡을 장소는 또 어떤 곳인지를 기대하게 만드는 곳. 제주는 그런 곳이라는~. 


2015년을 월별로 정리를 해 보았으니 자 한번 따라와 보시라. 



삼다수목장

1월의 삼다수 목장. 와흘 목장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사실 사시사철 아름다운 곳이지만 겨울은 겨울 데로의 맛이 잘 살아나는 곳이다. 눈이 안 덮여 있을 땐 마치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초원 같은 느낌이 난다. 눈이 많이 왔을 때는 무릎까지 빠지는 곳이므로 대비를 잘 하고 가야 한다. 교래 사거리에서 5.16 도로로 가는 길에 접어들자마자 우측에 공터가 나타난다. 거기 차를 세우고 울타리를 넘어가면 된다.   


소천지

2월에는 제주올레 6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소천지가 기억난다. 한라산 정상에는 눈이 덮여 있고 마치 호수처럼 고여있는 물은 백두산 천지를 닮았다 하며 이곳을 '소천지'라 부르는 모양이다. 물이 좀 빠져야 이런 느낌을 잡아낼 수 있는 곳이다.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은 사실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곳이다. 소천지를 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는 내려가나 그 아래로 내려가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수고스럽더라도 조금 더 내려가면 제주의 숨겨진 비경을 만날 수 있다.  


체오름 후박나무

3월 체오름. 분화구 능선을 걷는 길도 나쁘지 않고 분화구 안쪽의 커다란 후박나무를 찾아보는 맛도 있는 곳. 이곳 역시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라 혼자  가기보다는 일행을 만들어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천동 사거리에서 송당 가는 길로 접어들어 중간쯤에서 좌측 서강 목장으로 접어드는 길로 들어서서 안돌오름 보다 더 들어가면 체오름으로 가는 길이다. 오름 입구까지만 차를 몰고 들어갈 수 있다. 송전탑 좌측으로 분화구 능선을 오를 수 있고 그냥 가면 분화구 안쪽으로 들어간다.  


전농로 벚꽃길

4월의 전농로. 봄이 왔다는 확인 도장은 벚꽃으로 찍어야만 한다. 만개한 벚꽃길을 걸어보라. 전농로는 도로 폭이 좁고 벚나무들이 고목이라 다른 어떤 곳보다 벚꽃의 운치가 남다르다. 요즘 슬슬 멋진 카페들이 생겨나는 지역으로 걷다가 맛난 커피에 잠시 쉬어갈 수도 있는 곳이다. 만일 전농로의 벚꽃이 끝물이면 제주대학교 진입로를 추천한다. 지대가 좀 더 높아 더 늦게까지 꽃이 피어 있다.  


항파두리

5월 항파두리. 삼별초의 대몽항쟁 근거지였던 항파두리 토성. 토성 길 위로 난 길을  따라다니는 맛도 있고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라 더더욱 좋았던 느낌. 


하도리 시멘트꽃

6월에 만난 시멘트 꽃. 제주의 시골 마을에는 시멘트를 발라놓고 그 면에 쇠흙손으로 슥슥 그려낸 소박한 꽃그림들이  있다. 자연이 만들어낸 꽃도 물론 아름답지만 이런 '시멘트 꽃'들도 무척이나 아름답다. 한 마을을 정해서 지어진지 40여 년이 넘는 고택들을 위주로 찾아다니다 보면 이외로 높은 작품성을 지닌 시멘트 꽃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소박한 아름다움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용눈이오름

7월의 용눈이오름. 이제 용눈이오름을 숨겨진 비경이라 지칭할 수는 없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즈넉한 오름이었는데 지금은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 다른 어떤 오름보다 구름 쇼가 환상적인 곳이다. 나무 그늘이 하나도 없는 곳이라 더울 것 같지만 사시사철 바람이 부는 곳이라 언제 가더라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라산 관음사 코스

8월 한라산 관음사 코스로 올라가다 보면 등산로에서 살짝 비켜난 곳에 이런 멋진 곳이 있었다. 숨 막힐 듯 고요함 속에 펼쳐진 녹색의 향연. 다시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 이 곳 근처에는 구린굴이 있는데 그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꼭 정상까지 안 갈 거라면 중간중간 이런 비경에 몸을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연동 메밀밭

9월은 메밀꽃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제주시내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은 80만 평의 메밀밭이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끝도 없이 펼쳐진 메밀밭의 장대한 풍광에 압도당한 곳. 낮에도 멋지지만 달이 환한 밤에 찾아가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근처에 물레방앗간이 없다는 것이 아쉬운 점;;; 

 

새별오름의 억새

10월은 본격적으로 억새가 패기 시작한다. 제주에서 억새를 볼 수 있는 곳은 많다. 아끈다랑쉬오름의 스케일이 부족하다면 새별오름의 억새는 어떨까? 아니면 대천동 사거리에서 가까운 송당 억새밭도 오프로드로 억새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날 좋은 날, 드넓게 펼쳐진 중산간에 억새를 이고 있는 새별오름을 올라보라. 구슬땀을 흘려도  가을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질 것이다. 


안덕계곡

11월의 안덕계곡. 유배 중이었던 추사 선생도 자주 찾았던 곳. 화산섬인 제주의 계곡이라, 육지의 계곡과는 다른 풍경도 이색적이다. 안덕계곡 일대는 난대림 식생으로 300여 종에 달하는 다양한 난대림들과 양치식물들이 계곡을 푸르게 만들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으로, 식생의 훼손에 주의하여야 한다. 숲과 함께 즐기는 계곡으로, 제주도의 여러 바다도 아름답지만 산에 기대어 물길을 내고 있는 이곳도 찾아가 보라. 


위미 애기동백숲

12월 중순이면 동백꽃이 지천으로 피기 시작해서 대략 한 달여 꽃잔치가 벌어지는 곳. 마치 동화의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을 자아내게 만든다. 사유지에 심어진 동백인데 관리가 잘 되어 있고 따로 입장료도 받지 않는 곳이다. 인근에 위미 동백나무군락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므로 찾아갈 때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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