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질문 500가지 (스던질)

by 스윔키

꽤나 심도 있는 오늘의 글쓰기 주제. 사랑이라는 단어를 맞닥뜨리는 순간에는 언제나 주춤거리게 된다. 너무나 진부해서 손에 힘 쏙 빼고 막힘 없이 잘 써내려갈 것 같으면서도 괜히 다시 한 번 멈칫하게 되고, 인생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어느 때에 가장 많이 써왔는가를 떠올려 보게 만들면서 나의 지난날을 톺아보게 하는 마법 같은 단어 '사랑'.


몇일 전에 나는 결혼을 했고, 한 사람과 영원을 약속하게 되었다. 그리고 10년 넘게 나와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의 블로그에 결혼식 당일에 아래와 같은 글을 썼다. 오늘의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이 될 것 같아서 발췌해왔다.






만난지 100일쯤 되었을 땐가? 디데이 어플 계산기를 살펴보면서 우스갯소리로 12주년 되는 날이 토요일이니 그 날 딱 결혼식하면 되겠다고 서로 막 농담도 던지고 했는데. 그걸 진짜 실현하게 될 줄, 실현하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 우리는 이 긴 시간을 통과하는 동안 무수히 많은 일들과 감정을 고스란히 겪어냈고 그 사이에서 배움과 큰 깨달음을 얻었다. 사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 사랑이어서 가능한 일들을 반복하며 지금 이 시간까지 도달했다. 남들의 쓴소리를 들으면서 군대도 기다려보고, 그 어렵다는 장거리 연애도 꽤 길게 해보고, 잠시 떨어져 있기도 하다가 제주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필요로 할 수 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인지 크게 깨닫는 시기도 지나갔다. 그리고 한 사람이 한 사람 인생에 절묘한 타이밍에 등장해서 삶을 통째로 흔들어 놓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확신이 없던 삶을 확신이 있는 삶으로 뒤바꿔놓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지난 12년간 연애하며 경험했다.


연애의 끝이 꼭 결혼일 필요는 없지만, 반대로 결혼을 하지 않을 이유도 딱히 없다.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어떤 상황에서든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둘도 없는 내 편이 있다는 안락함과 안정감은 배우자 외 그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모님, 친척들, 그리고 지인들 앞에서 낭독할 혼인서약서에 한 글자 한 글자 투명한 마음으로 꾹꾹 눌러썼다. 그 서약서에 ‘평생’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여러 번 넣게 되었다.


평생이라는 말은 너무나 무기한 같아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허구 같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의 삶 끝에는 평생이라는 단어가 질척거리며 따라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허구 같아도 좋고 바보 같아도 좋을 거다. 그냥 평생 재밌는 친구 사이로 살다가 또 그렇게 닮아가 듯 늙어가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평생 사랑을 속삭이다가 천천히 눈을 감으면 좋겠다.


오늘은 우리가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날이다. 어제는 평소처럼 맛있는 밥을 먹고, 카페 갔다가, 좋아하는 노래도 듣고 그랬다. 평범하게 흘러가는 많은 날들 중 하루일 내일이, 조금은 오래 기억남을 거 같아서 신나고 들뜨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날씨가 궃어서 오히려 좋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로 약속하고야 말겠다는 뉘앙스가 더 잘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라서.




작가의 이전글당신이 관중석에 있는 것은 어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