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nnie Tristano-Crosscurrents
Artist : Lennie Tristano
Title : Crosscurrents
Record Date : March 4, April 23, May 16, August 24, November 2, 1949
Release Date : 1972
Label : Capitol
Personnel :
Lennie Tristano : Piano
Arnold Fishkin : Bass
Harold Granowsky : Drum
Denzil Best : Drum
Warne Marsh : Tenor Saxophone
Lee Konitz : Alto Saxophone
Billy Bauer : Guitar
*이번 리뷰는 앨범 전체에 대한 언급만 하고, 각각의 트랙에 대한 정보는 contrafact에 관한 것만 싣기로 한다.
마을의 중앙광장에 세워진 거대한 동상처럼, 비밥은 재즈 뮤지션과 리스너 모두에게 보고 싶지 않아도 보아야만 하는 존재다. 누군가는 그 동상을 바라보는 일을 사랑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니 재즈에 관계되어 있는 이들이라면, 비밥이라는 장르에 대해 나름의 정의를 내릴 수 있을 테다. 빠른 템포에서 다운 비트에 코드톤을 매겨 즉흥 연주 속에서 화성이 들리도록 하는 음악, 매우 빠르며 매우 강렬하고 매우 많은 음을 연주하는 음악, 스윙 시대에서 누렸던 영광스러운 반주자의 위치를 버리고, 진중한 음악가로서 홀로서기를 시작한 이들의 고독하고 외로운 음악, 나는 관심 없는데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억지로 듣는 음악, 또는, 찰리 파커. 찰리 파커. 그의 이름처럼 특정 장르의 상징이 된 인물이 또 있을까. 옴니북, 트랜스크립션, 악센트, 숨겨진 녹음, 전설이 된 방황, 미담이 된 괴벽. 그와 동시대를 산 연주자들 중 영향을 받지 않은 이가 있을까. 찰리 파커의 레퍼토리가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을 사는 나 역시 그의 음악을 공부하고 따라 한다.
한편, 찰리 파커 같은 인물과 비교할 때에 초라해 보일 정도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던 이들도 있다. 비밥이 재즈의 메인스트림이던 그때에 말이다. 다만, 그들의 작업과 작품이 고유의 개성과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사회적 환경과 조건, 혹은 레니 트리스타노와 같이 지독한 성질머리와 외골수적 성향에 의해 다소 평가절하되거나 묻히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레니는 비밥을 연주했던 것일까? 그가 주요한 작업으로 삼았던 'Contrafact'-기존의 곡에서 코드 체인지만 남겨두고 새로운 멜로디를 덧입히는 것. 혹은 코드 체인지를 다소 변경하기도 한다. 비밥의 중요 레퍼토리.-라든가, 곡을 연주하는 템포를 생각할 때 이 앨범은 분명 비밥의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어딘가 기묘한 구석을 찾게 된다. 나는 그것을 주로 '헐겁다'라고 표현한다. 원래는 원 마쉬, 피니어스 뉴본 주니어처럼 서부 출신의 연주자들에게서 발견했던 특성인데, 레니는 시카고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활동했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헐겁다'라는 느낌을 갖게 해준 인물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헐겁다'라는 표현은 대충이라든가, 헐렁하다라든가, 치열하지 않다 든가처럼, 단점에 대한 수사가 아니다. 첫 번째 트랙인 'Wow'를 들어보면 연주자 모두가 빠른 템포로 꽤 많은 양의 노트를 소화해 내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헐겁다'. 티 나지 않게 느긋하고, 노골적이지 않게 공간을 마련해둔다. 원 마쉬, 리 코니츠, 레니의 즉흥연주를 들어보면 보편적인 비밥 라인을 잦은 빈도로 사용하되, 멜로딕 커브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편이다. 그래서 빠른 템포로 속주함에도 불구하고 격정적이거나 어지럽지 않다. 이것은 누군가에게는 여유, 다른 누군가에게는 심심함이다. 그리고 그러한 양가적 가치를 가진 특징을 설득력 있도록 만드는 것이 레니 자신의 집중력이다. 자신이 연주하는 동안에는 스스로의 심상에 어느 무엇도 허락하지 않는 집중력이 '헐거움'과 맞닿아 기묘함을 자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이 초기 프리재즈 형태의 하나로 인정받는 두 곡 'Intuition'(직관)과 'Digression'(탈선)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두 곡 모두 현대의 프리재즈와 비교한다면 어느 정도의 형식이 있는 것처럼, 그리고 난해하지 않게 들리지만, 어딘지 모르게 연주자 모두가 바짝 날이 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 무언가를 하지 못해 잔뜩 화가 난 사람들처럼 말이다.
이 앨범은 녹음과 발매 연도에 꽤 큰 차이가 있다. 1949년에 녹음되어 1972년에 빛을 보았으니, 묵혀져 있던 23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는 레니의 그 고집 세고 무뚝뚝한 얼굴에 23번 반복된 1년들이 자꾸 겹쳐져 괜히 쓸쓸해지기까지 한다.
여기에 수록한 트랙은 오로지 'Crosscurrents' 에만 속한 것이다. 이렇게 밝히는 데에는 'Crosscurrents'의 음원이 다른 뮤지션의 앨범들과 섞여서 발매되는 일이 많았고, 지금도 컴필레이션의 형식으로 여러 앨범에 묶여 재발매 되는 일이 많다는 이유가 있다. 애초에 발매 당시에도 순수하게 'Crosscurrents'의 음원으로만 빛을 본 것은 아닌 것으로 추측된다. 덧붙여, 2번 트랙인 'Crosscurrent'에서 레니 트리스타노, 빌리 바우어, 원 마쉬, 리 코니츠의 즉흥 연주를 모두 채보해 영상으로 첨부한다. 드러머에 대한 언급이 없는 이유는 역시 레니의 특이한 성향 때문인데, 거의 메트로놈처럼 정해진 방식으로만 움직이길 원한 그의 스타일에 맞추어서, 앨범에 참여한 두 명의 드러머 덴질 베스트와 해롤드 그라노프스키는 크래시 심벌조차 맘대로 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Track Listing
1. Wow
contrafact of 'You Can Depend on Me'
2. Crosscurrent
contrafact of 'I Got Rhythm'
https://www.youtube.com/watch?v=3aeg98b43iA&t=24s
3. Yesterdays
4. Marionette
contrafact of 'September in the Rain'
5. Sax of a Kind
contrafact of 'Fine and Dandy'
6. Intuition
7. Digre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