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13마디

Duke, Charles, Max-Money Jungle

by jazzyhyun
IMG_FD3BB6DB3BEC-1.jpeg


*이번 회차는 소제목의 40글자 입력 한계로 정확한 앨범의 타이틀을 아래에 기재한다.



Artist : Duke Ellington, Charles Mingus, Max Roach


Title : Money Jungle



Record Date : September 17, 1962


Release Date : February 1963


Label : United Artists (reissued by Blue Note in 1987)



Personnel :


Duke Ellington : Piano


Charles Mingus : Bass


Max Roach : Drum



Track Listing



1. Money Jungle


찰스 밍거스의 육중한 베이스 톤이 불안한 감각을 일깨우며 시작한다. 처음엔 3박인가 싶다가 이내 맥스 로치의 라이딩을 통해 4박자의 리듬을 되찾는데, 좌우로 거세게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듣는 이에게 일종의 협박과도 같은 불안감을 야기한다. 이 감각은 온전히 찰스 밍거스의 야성에서 나오는 듯하지만, 조금 더 집중해서 들어보면 흔들고자 하는 베이시스트와 타이밍을 지켜내려는 드러머의 갈등에서도 새어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비공식적인 언급들에 따르면 찰스 밍거스는 이 앨범의 녹음 중 맥스 로치의 연주에 화를 내며 작업실을 떠났던 적이 있다. 그렇게 떠나는 찰스를 듀크 엘링턴이 붙잡은 장소가 거리였다느니, 건물 엘리베이터였다느니 하는 세부사항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이 앨범은 첫 곡부터 뮤지션들 간의, 그것도 엄청난 명성을 쌓아온 뮤지션들이 처음으로 '리허설 없이' 만나 폭발시키기 시작한 내적 갈등을 아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갈등이 오히려 듣는 이들에게 아주 흥미로운 지점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밍거스와 로치의 플레이 스타일이 현저하게 다른 데서 오는 신비감, 불안감이 그것이며, 강렬한 타건으로 마치 몽크처럼 불협화음을 거침없이 연주해 내는 듀크의 연주 역시 두 리듬 연주자의 아득한 거리감 사이에서 피어난 가시 돋친 꽃 같다. 다시 말해, 찰스 밍거스와 맥스 로치가 듀크 엘링턴이라는 구시대의 영웅으로 하여금 새로운 시대 속에서, 새로운 차원의 연주에 진입하도록 촉진했다는 것이다. 이 부조화가 빚어내는 신선함, 놀라움은 포스트 밥의 전성기로 접어든 60년대 초반에서도 돋보이는 결과물이며, 세 사람이 다시는 같이 연주하는 일이 없었다는 후일담을 통해 일종의 전설(folk tale)이 완성된 듯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비록 부조화, 불일치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세 사람 간의 연주를 설명했지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각자의 개성 표출은 훌륭하게 완성되었다. 듀크는 스스로를 'poor bud powell'이라고 생각해 달라며 두 연주자에게 점잖은 겸손을 표했지만 본 앨범에서 그의 음악적 표현은 특히 리듬에 있어 높은 수준의 신선함을 선보인다. 특히 싱코페이션을 사용하여 코러스의 구분을 없애고 4비트의 감각을 혼란하게 만드는 부분이 'Money Jungle'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 중 하나다. 일반적인 피아노 연주자라면 보편적인 연주를 통해 코러스와 4비트의 감각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내기 마련이지만, 듀크는 그렇지 않았다. 과거의 영광으로 뒤덮인 것처럼 보이던 듀크 엘링턴의 직관은 세월 같은 것에 개의치 않고 음악의 정중앙을 꿰뚫고 지나갔다. 그리고 찰스 밍거스는 그러한 듀크의 연주에 전위적인 연주 기법으로 대위법적인 선율을 더했으니, 어떻게 멋지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멋진 음악을 공부하지 않고 지나갈 수가 없어 세 사람의 앙상블 모두를 카피했다. 다만, 능력과 열정, 체력의 부재로 1분을 조금 넘기는 분량만을 해내는 것이 한계였다. 아래에 영상 링크를 첨부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xXXQt1LrOgM





2. Fleurette Africaine(African Flower)


전쟁 같았던 1번 트랙이 지나고 나면 밍거스의 애처로운 베이스 사운드가 곡선의 형태로 피어오른다. 그렇게 잔뜩 성질을 내던 사람이 이런 소리를 내는 걸 듣고 있자면, 속마음이 여린 악당이나 악한을 보는 듯하다. 그런 이들은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기 시작하는 것을 알면 얼굴을 붉히며 달아나기 마련이다.


새삼 감탄하게 되는 것은 듀크의 작곡인데, 아주 단순하고 심플한 멜로디 만으로 누구나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을만한 이미지를 불러오게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면서도 멋진 일인가. 이런 곡을 세 명의 명 연주자가 넓은 공간감을 통해 넓고 평평하게 깔아놓으면, 장인의 솜씨로 짜인 터키 양탄자에 수놓인 그림 이야기를 보는 듯 직관적이고 수평적인 음악적 이미지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맥스 로치는 최대한 금속성의 소리를 자제하는 대신 북의 울림을 통해서 리듬의 맥박을 유지하고 듀크와 찰스 역시 특별한 연주 기법보다는 반복과 그 반복 안에서의 미세한 변형들을 통해 지치지 않는 고요함을 만들어낸다.



3. Very Special


'Money Jungle' 뿐만 아니라 앨범에 실린 많은 곡들이 블루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6번 트랙인 'Caravan'을 제외하고는 모두 듀크의 곡이라는 사실도 원인이 될 테다. 그의 곡들은 형식적인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멜로디, 감성적인 측면에서도 블루스에 뿌리를 두고 있음이 명확하다.


본 곡은 여러 개의 트랙 중에서도 비교적 듣기 편하고 쉬운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단순함과 직진성 뒤에 숨겨진 세 명의 앙상블, 특히 극명히 스타일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조화를 이루어가는 능력과 방식이 이후의 뮤지션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음은 분명하다. 'The Bad Plus'의 1기 피아니스트였던 이든 아이버슨은 특히 2번 트랙이었던 'Fleurette Africaine'을 언급하며 다이내믹 조절의 훌륭함에 찬사를 보냈고, 그들이 'The Bad Plus'의 전신이었다고까지 표현했다.



4. Warm Valley


발라드로 시작하는 듀크의 솔로 피아노가 잠시 이어진 후, 두 명의 리듬 연주자가 합세하는데 특히 맥스 로치의 플레이가 귀에 들어온다. 잠시 스윙 리듬을 치다가, 브러쉬를 쓰다가, 다시 질감 위주의 연주로 바꿔가며 어떻게든 사운드를 채우려 하는 노력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밍거스는 상대적으로 편안한 듯 보이고 듀크의 본인의 아름다운 곡을 큰 무리 없이 이끌어간다.



5. Wig Wise


반복되는 왼손과 오른손 멜로디의 대비는 거칠게 쓰인 2성 인벤션처럼 들리기도 한다. 종종 듀크의 연주가 몽크의 연주를 닮은 것처럼 들리는 이유는 강한 타건 때문이기도 하지만, 낮은 음역대에서 5도를 거침없이 타격하는 주법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트랙에 비해 맥스와 찰스의 연주는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은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은 상대적으로 해야 할 일이 명확하게 정해진 편곡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6. Caravan


너무나 유명한 곡이기 때문에 그만큼 연주되고 편곡된 횟수도 많지만, 나는 이 세 사람의 'Caravan'을 세 손가락 안에 꼽겠다. 맥스가 쏟아져 내리는 리듬으로 길을 트면 찰스가 고음역대의 연주로 선발대가 되고, 그 후로 이어지는 듀크의 강력한 타건이 광활한 음역대를 휩쓸면서 충격적이라고 할 만한 인상을 남긴다.


이 세 사람의 연주는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연주가 기술적으로 어렵거나 난해한 것도 아니고, 편곡이 화성적으로 첨단을 달린다고 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들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곳이 보이도록 창문을 열어젖혔다. 그들의 방식을 따라 하거나 모방할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처음'으로 했다는 것. 누구도 그렇게 해본 적이 없다는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 방식이 너무나도 효과적이며 매력적이라는 것이 이 'Caravan'의 가치다. 직접 들어보기 전에는 피아노 트리오의 사운드가 이럴 수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없다. 빈 곳도 없고, 모자란 곳도 없고, 무엇인가를 소거해야 할 곳도 없다. 그러니,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7. Solitude


아름답기로는 'Warm Valley'도 만만치 않았지만, 나는 이 앨범에 실린 발라드 중 이 곡을 귀에 꿀 바르듯 들었다. 분명히 이 곡은 장르로는 'Jazz'인데, 'Jazz'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연주의 대부분이 재즈의 어법으로 발화되었지만, 나는 어쩐지 'Jazz'라고만 표현하기에는 아쉽다. 특히 찰스와 맥스가 합류하기 전 듀크가 Ab7/Gb -> Db/F -> Dbm/Fb -> Eb7sus4 -> Ab7sus4 부분을 연주할 때에는 이런 것이 진짜 음악의 극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문득 나에게 조언을 건네던 어떤 피아니스트의 말이 생각이 난다.


'Do not try to define what is jazz. Good music is good music'. - 재즈가 뭔지 정의하려고 하지 마. 좋은 음악이면 된 거야.



8. Switch Blade


아주 느린 템포의 블루스. 찰스 밍거스의 선주로 곡이 시작하고 맥스 로치도 오래간만에 나른한 라이딩과 하이햇의 오픈-클로징으로 넓은 공간감을 형성한다. 1번 트랙 'Money Jungle'에서 그는 하이햇의 오픈-클로징을 잘 사용하지 않았었다. 밍거스는 느린 템포에도 불구하고 머리채를 휘어잡듯 박자를 놓치지 않은 채 굳건히 리듬을 수호한다.



9. A Little Max(Parfait)


라틴 리듬의 영향이 느껴지는 맥스의 연주에 듀크와 찰스의 연주가 상쾌하고 가볍다.



10. REM Blues


11. Backward Country Boy Blues


REM Blues는 반복적인 리듬이 특징인 멜로디를 사용했는데, 이것은 자칫 옛날의 전형처럼 들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찰스와 맥스의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지원으로 위험을 피해 간다.


Backward Country Boy Blues는 블루스의 전형적인 구성을 뒤틀은 곡인데, 5번째 마디의 IV7과 9번째 마디의 V7을 뒤바꿔 연주한다. 드러머 캐리 라인 캐링턴은 'Backward'라는 곡의 제목이 바로 이 지점에서 연유한다고 설명한다.



12. Solitude(Alternative Take)


13. Switch Blade(Alternative Take)


14. A Little Max(Parfait)(Alternative Take)


15. REM Blues(Alternative Take)




keyword
이전 01화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12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