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 Evans - <Explorations>
Artist - Bill Evans
Title : Explorations
Record Date : February 2, 1961
Release Date : March, 1961
Label : Riverside
Personnel
Bill Evans - Piano
Scott LaFaro - Bass
Paul Motian - Drum
Track Listing
(1987년 Fantasy Record 사의 remastering 앨범 기준)
1. Israel
마이너 키의 블루스 스탠더드. 전작 'Portrait in Jazz'로 이미 평론가들과 대중 양단의 찬사를 듬뿍 받아놓은 빌 에번스는 이번 앨범으로 다시 한번 본인의 역량을 대담하게 증명하고, ‘Israel’은 컨셉과 연주력 모두 그 시작을 맡기에 적합한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빌 에번스의 제1차 전성기라고 할 만한 시기를 함께한 스캇 라파로와 폴 모션은 그 특유의 트리오 스타일에 있어 정점을 구축하고 있는데, 흔히 우리가 ‘인터플레이’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이는 재즈사에 있어 몇 명만이 사용하는 전가의 보도 같은 것은 아니다. 다만 빌 에번스 트리오에서의 인터플레이는 멜로디를 있는 그대로 연주하는 대신 패러프레이즈와 페이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그에 맞추어 베이스와 드럼이 리듬과 선율적으로 창의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곡의 시작에서부터 트리오의 섹션 연주는 촉촉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포근한 합을 선보이며 빌 에번스의 컴핑은 코드에 존재하는 라인 클리셰를 충실하게 반영한다. 피아노의 솔로가 시작되면 베이스와 드럼은 3grouping(음표를 세 박자 단위로 묶어 연주하는 것)에 기반한 리듬으로 초반의 동력을 만들어내는데, 이 셋의 조합은 마치 자신의 즉흥연주 솔로로 다른 이의 반주를 반주한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 이해를 위해 아래에 스캇 라파로의 베이스 연주 채보 영상을 첨부한다. 그는 단순히 4박자로 워킹 베이스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점 4분 음표를 이용한 3 grouping과 2-feel(2박자 느낌)에서 사용될 법한 박자 분할을 솜씨 좋게 섞는데, 이것이 폴 모션의 정제된 리듬 연주, 빌 에번스의 자유로운 프레이징과 어우러지며 찬란한 매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의 이른 죽음이 왜 빌 에번스에게 그토록 큰 타격이었는지 어렴풋이나마 추측할 수 있는 대목.
폴 모션의 드럼 트레이드는 1코러스 기준으로 이루어지는데 그가 들려주는 즉흥연주는 너무나도 멜로디컬해서 원곡의 주제가 선명하게 되살아 날 정도다. 그가 자신의 후기에 들려준 자유롭고 날선 연주들이 이토록 철저하고 단련된 기본기 위에 쌓여있었음을 알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2. Haunted Heart
빌 에번스 특유의 발라드 연주를 맛볼 수 있는 곡이다. 폴 모션은 브러쉬를 이용하여 앞부분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데 집중하고(빌 에먼스는 언제나 폴 모션에게 브러쉬 사용을 요구했다), 스캇 라파로 역시 매 박자를 카운트하는 대신 공간을 채우는 듯한 롱 노트로 여운을 남기는 데에 집중한다.
3. Beautiful Love(take2)
4. Beautiful Love(take1)
리마스터링된 버전이 재발매 되기 전에는 ‘Beautiful Love'의 첫 번째 테이크와 마지막 곡인 'The Boy Next Door'가 빠져 있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리마스터링 된 버전에서도 'Beautiful Love'의 두 번째 테이크가 첫 번째에 앞서 수록되어 있는데, 아마 빌 에번스의 선호도를 고려해 배치된 것이 아닌가 싶다. 두 개의 버전을 비교해서 들어보자면 나로서는 딱히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다만 첫 번째 테이크가 두 번째에 비해 좀 더 자유로우며 날 것의 느낌이 난다고 생각한다. 연주 중에 시도하는 여러 가지 접근 방법이나 은연중에 느껴지는 태도들이 상대적으로 ‘시도’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금세 거두어 버리는 듯한 모습이랄까. 그러나 두 개의 테이크 모두 좋은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이 스탠더드가 유명해진 것은 빌 에번스의 공로도 일정 부분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
5. Elsa
3/4박자 왈츠의 발라드. 당시의 일반적인 스탠더드 곡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길고 복잡한 화성 구조와 멜로디를 갖추고 있지만, 듣고 있노라면 그런 것은 생각나지 않고 오로지 아름다운 조화만 느끼게 된다. 심지어 빌 에번스의 솔로 시작 전에 의자가 잠깐 삐걱거리는 소리마저 음악처럼 들릴 정도. Ebm와 Dbm가 반복되는 부분은 다른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그의 ‘All the Things You Are' 솔로 피아노 연주 첫 대목을 떠오르게 하는데, 두 곡 모두 도리안 모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에 빌 에번스의 헤드와 솔로 채보 영상을 첨부한다.
6. Nardis
빌 에번스가 즐겨 연주한 스탠더드 중 하나. 다른 앨범에 수록된 버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며 즉흥연주의 시작도 스캇 라파로가 담당하는 구성이다. 스캇이 솔로 하는 동안 빌 에번스의 컴핑을 들어보면 4/4 박자 스윙에 충실하다기보다는 화성적으로 솔로이스트의 연주에 대응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는데, 멜로디컬 하기도 하거니와, 컴핑을 쉬는 구간이 길기 때문이다.
스캇의 솔로가 그랬던 것처럼 이어지는 빌 에번스의 즉흥연주도 빽빽하게 공간을 채우기 보다 독보적인 멜로디로 인상을 자아내는데 집중하고 있는데 이를 받치는 베이스의 반주가 일품이다.
7. How Deep is the Ocean
전작인 'Portrait in Jazz'에서 그 유명한 ‘Autumn Leaves'가 일종의 상징적인 스탠더드 연주가 되었다면, 본 앨범에서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How Deep is the Ocean'이다. 헤드에서부터 멜로디를 자유롭게 변형한다든가, 턴어라운드(곡의 처음이나 A 파트 등으로 돌아가기 전, 화성적인 준비 과정을 거치는 부분)와 엔딩에서 적극적인 화성 변형을 사용하는 부분이 그러하다. 이미 곡의 시작에서부터 세 사람의 즉흥연주는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 셈.
빌 에번스는 두드러지게 투명한 톤으로 16분 음표로 이루어지는 속주를 흩날리면서 빠르지 않은 템포임에도 불구하고 촘촘한 인상을 남기며, 후반에는 그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Drop2(코드 보이싱 기법. 위에서 2번째 음을 한 옥타브 내려잡는 것) 연주를 블록 코드와 섞어 서정적이면서도 질주감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8. I Wish I Knew
본 앨범에서(사실 이 트리오가 함께 하는 앨범들이 다수 그러하지만) 두드러지는 리듬적인 접근 중 하나는 4박이나 2박자를 3박자처럼 들리도록 바꾸어 연주하는 메트릭 모듈레이션(같은 길이의 시간을 다른 박자로 바꾸어 분할하는 방식)인데, 앞서도 언급한 ‘Autumn Leaves'의 인트로나 연주에서도 들을 수 있는 특징이다. 본 곡은 느린 템포의 발라드임에도 불구하고 이 세 사람은 박자를 자동차의 기어처럼 바꾸어가며 자유롭게 연주를 즐기고 있다.
9. Sweet and Lonely
멜로디컬하지 않은 인트로가 주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꾸민 편곡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빌 에번스의 즉흥연주가 더욱 특이한데, 몇 마디를 기준으로 폴 모션이 아예 드럼 연주를 멈춰 버리고 피아노와 베이스가 대화하듯이 듀오로만 즉흥연주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준을 두어 다시 드럼이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한다. 이런 연주가 주는 효과는 전례 없는 자유로움. 빌 에번스의 즉흥연주는 다른 곡들에 비해 화성적으로 열려있고 리듬적으로 적극적이다. 거기에 스캇 라파로가 안정적인 대응을 해주니 폴 모션이 없는 공간은 오히려 편안하면서도 흥미롭다. 이러한 구성의 완결은 오히려 후반에 폴 모션이 8마디의 트레이드와 솔로 구간에서 극적이고 완벽한 연주를 들려주며 화룡점정을 이룩한다. 이 연주가 어느 정도로 인상적이냐고 묻는다면, 폴 모션은 연주하지 않음으로써 연주했다고 대답하고 싶다.
10. The Boy Next Door
빌 에번스의 발라드 주법을 만끽할 수 있는 정수 같은 인트로가 등장한다. 불규칙한 패턴의 아르페지오와 Drop2 사운드, 왼손의 대위법적인 대응까지. 비록 40초 남짓의 길이이지만 그의 연주를 따라 하고 싶다면 듣고 배우기에 훌륭한 모범이다.
이어지는 3/4박자 즉흥연주에서 빌 에번스의 왼손 컴핑은 시의적절한 타이밍을 유지하며 다른 곡들에 비해 타악기적인 측면을 더욱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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