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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zzyhyun Jan 14. 2023

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40마디

Greg Cohen-<Golden State>




Artist - Greg Cohen


Title : Golden State


Record Date : -


Release Date : January 1, 2014


Label : Relative Pitch Records



Personnel 


Greg Cohen - bass


Bill Frisell - guitar




오랜 시간 동안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활동을 해온 베이시스트 그렉 코헌. 다른 베이시스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명하지 않을뿐더러 그를 안다 하더라도 아방가르드 뮤지션 존존(John Zorn)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언급되는 빈도가 많다. 물론 존존의 수많은 작업에서 그렉 코헌의 공헌은 생략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아방가르드적인 활동을 차치하고서라도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스윙, 비밥, 컨템포러리 뿐만 아니라 톰 웨이츠, 밥 딜런, 엘비스 코스텔로, 심지어 영화감독 우디 앨런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넓은 분야에 걸쳐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본 앨범 <Golden State>는 음악에 대한 그의 폭넓은 시야뿐만 아니라 테크닉과 리듬의 탁월한 숙련도까지 맛볼 수 있는 앨범임을 이야기하고 싶다. 





Track Listing



1. Old Gravenstein


  앨범을 관통하는 주요한 음악적 접근은 블루스와 컨트리 장르를 통해 이루어진다. 두 가지 장르에 한해서라면 기타리스트로서는 역시 빌 프리셀만 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을 터. 팻 메스니나 존 스코필드와는 달리 빌 프리셀은 이지적이며 침착한 연주를 통해 전통적인 음악 장르에 대한 창의적 해석을 선보이는 기타리스트다. 더군다나 컨트리라면 재즈 씬에 몸담고 있는 기성 연주자 중 단연 첫 손에 꼽을 만하니 그렉 코헌의 파트너로서는 최적이 아닐 수 없다. 


 첫 곡 ‘Old Gravenstein'은 블루스와 컨트리의 진한 혼합물을 맛볼 수 있는 좋은 스타터 메뉴다. 16마디의 기본 멜로디에 추가로 2마디가 따라붙으며 일종의 자리 나눔을 들려주지만 정작 인트로와 즉흥연주는 원 코드(단 한 개의 코드)에 가까울 만큼 단순한 화성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 안에서 들려오는 빌 프리셀의 고상한 하모니와 멜로디, 고의적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 만큼 레이 백(박자를 표준보다 더 뒤로 밀어 연주하는 것) 하며 끈적함을 강조하는 그렉 코헌의 베이스는 심오하다고 할 정도로 고도의 합을 이루어낸다.



2. Benitoite Blue


 자유 즉흥연주로 시작하는 인트로가 지나고 나면 멜랑꼴리한 분위기의 테마가 들려온다. 그렉의 피치와 인토네이션(악기에서의 억양)은 단호하다고 할 정도로 명확하고 선명하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이 앨범에서 베이스와 기타의 듀오 조합이 얼마나 성공적인지에 대해서다. 일반적으로 재즈에서 베이스가 포함된 듀오 조합을 찾는다면 상당수가 피아노와의 작품일 테다. 물론 전위적 성격의 작품들을 찾는다면 보컬이나 색소폰 등도 발견할 수 있지만, 피아노 다음으로 많은 조합을 꼽자면 역시 기타일 터. 앞서 언급한 그렉 코헌의 명징한 악기 연주가 기타와 어울리는 것은 단순히 그만의 비르투오소적인 솜씨에서만 기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타는 피아노에 비해 피치의 조절이 자유롭고 인터벌(음정)을 사용한 연주에 강점을 드러낸다. 또한 피아노 못지않게 화성적 표현에도 적합한데 이러한 특성을 종합해 보자면 ‘탄력적’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것이다. 이러한 탄력적 악기가 빌 프리셀이라는 장인을 만나 그렉 코헌의 분명하고 선 굵은 연주와 강렬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3. Robin's Nest


 기타와 베이스가 일종의 콜앤리스펀스처럼 동일한 테마를 주고받으며 화답하는데 그 호흡의 적절함이 최상이다. 비록 빌 프리셀의 즉흥연주일지라도 그렉 코헌은 인상적인 인터플레이로 기타가 홀로 외롭지 않도록 든든하게 보조한다. 물론 빌 프리셀의 연주 역시 그 다양성에 있어 비견할 수 없이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누구만의 즉흥이라기보다는 두 사람의 그룹 연주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절묘한 호흡을 감상할 수 있다.



4. Beheading Your Way


 어찌 보면 2번 트랙과 비슷한 구성으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자유로운 즉흥으로 시작되는 인트로에 멜랑꼴리한 테마. 그러나 이러한 방법의 중첩이 결코 앨범의 가치를 깎아내릴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같은 방식이지만 결과는 다르다. 미묘한 차이에도 반응하는 리스너라면 매번 달라지는 연주의 결과에 예민하게 청각을 세울 수 있을 것.



5. South of the Border


 마칭 리듬을 홀로 연주하는 그렉 코헌의 테크닉이 놀랍다. 원래대로라면 스네어 드럼이 해야 할 일을 혼자서, 그것도 정확한 피치로 묵묵히 끝까지 해내고 있는 이 장면은 익살스러운 멜로디와는 상반되게, 악기에 대한 그의 고집스럽고 장인스러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6. Fino Mornasco


 빌 프리셀의 연주를 처음으로 들었을 때 다소 지루하고 따분했던 기억이 난다. 현란한 테크닉을 보여주는 것도, 귀에 꽂히는 사운드를 가진 것도 아닌데 왜 다들 그렇게 그를 사랑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락이나 팝 사운드에 비해 무난한 소리를 들려주는 재즈 기타리스트들 중에도 더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여러 재즈 기타 연주자들을 들어보며 알게 된 것은, 그의 무난하고 다소 촌스럽다고 생각할 만한 톤이 실제로는 얼마나 고상하고 우아하며 숙성된 소리 인지다. 크게 드러나거나 튀지 않아도 마치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그의 연주와 톤은 어느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것인데, 재즈에서 그것이 가장 큰 덕목인 것을 고려한다면 그에게 따라붙은 찬사는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 빌 프리셀의 솜씨를 감상하기에 좋은 곡 ‘Fino Mornasco'다.



7. Serverino


 베이스가 리듬과 화성을 담당하게 되는 듀오 연주임을 고려하더라도 그가 연주하는 리프는 유독 특별하게 느껴진다. 일종의 서브 멜로디처럼, 대위적 선율처럼 움직이는 베이스 라인은 독보적인 집응력을 들려주고 있다. 기타 연주에 유동적으로 반응해 이토록 훌륭한 즉흥적 선율을 들려주는 베이시스트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8. California Here I Come


 1921년에 Buddy DeSylvia, Joseph Myer가 작곡한 ‘California Here I Come'은 1988년에 캘리포니아주의 공식 주가(州歌)로 지정됐다. 그렉 코헌은 이 곡에서 인상적인 즉흥연주를 제법 긴 길이로 들려주는데, 그의 고향이 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임을 떠올려 보면 일종의 고향 찬가로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앨범의 타이틀 또한 캘리포니아의 별명인 ‘Golden State’인 것을 보면 그는 컨트리와 오래된 전통의 맛을 살리기로 작심한 것이라 유추할 수 있다.


 퍼커시브한 피치카토의 매력을 한껏 살리고 2feel(2박자 느낌의 리듬)에서 짧은 음표들을 있는 힘껏 레이 백 하는 그의 연주는 필사적이면서도 정력적이다. 아래에 그의 즉흥연주와 빌 프리셀의 컴핑을 동시에 채보한 영상 링크를 첨부한다.


https://youtu.be/6k6i7KK5Mq8



9. Santa Susana


 미디엄 템포의 3/4박자. 이전 트랙의 중후함과 육중한 그루브를 살짝 걷어내고 흐르는 듯한 느낌으로 두 사람의 즉흥연주가 매력적으로 풀어진다. 마치 두 개의 실이 위아래를 반복하며 매듭을 꼬듯이 두 거장의 연주도 그렇게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솔기가 보이지 않는 매끈함으로 흘러간다. 그 소리가 종종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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