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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zzyhyun Jan 31. 2023

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41마디

Paul Motian - <Monk in Motian>



Artist - Paul Motian

Title : Monk in Motian


Record Date : - March 1988


Release Date : 1988


Label : JMT



Personnel 


Paul Motian - drum


Bill Frisell - guitar


Joe Lovano - tenor saxophone


Dewey Redman - tenor saxophone(track 4&8)


Geri Allen - piano(track 3&9)



Track Listing


1. Crepuscule with Nellie


 몽크가 자신의 아내 넬리를 위해 쓴 곡으로 여러 번에 걸쳐 같은 테마를 반복할 뿐 즉흥연주는 아예 배제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이 곡을 연주하는 다른 뮤지션들도 보통은 그 지시를 따르는 편인데, 폴 모션 역시 다르지 않다. 다만, 다른 연주들과는 극명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특이한 악기 편성에 기인한다. 드럼에 테너 색소폰, 기타가 합류한 트리오는 우리가 기존에 듣던 소리의 양태와는 영 다르다. 기타가 베이스와 리듬을, 테너 색소폰이 멜로디를 연주하는 가운데, 드럼은 일반적 스윙 리듬을 거의 들려주지 않는다. 마치 자유 즉흥연주처럼 순간순간 다가오는 악흥을 따라 있는 듯 없는 듯 흔적만을 남기는데, 시종일관 작은 볼륨을 유지하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동세를 취하는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폴 모션의 천부적 감각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2. Justice


 본인이 몽크의 레퍼토리를 연습할 때 가장 애먹었던  곡 중 하나가 ‘Justice'였다. 만약 색소폰 같은 악기였다면 멜로디 연습에 치중하게 되기 때문에 덜할 수도 있었겠지만, 피아니스트로서 문제가 되는 점도 그 멜로디였다. 화성이 무척 어렵거나 난해한 것은 아니지만 하모닉 리듬을 따르지 않고 불규칙적으로 등장하는 멜로디를 코드와 함께 연주하는 것이 무척 낯설었다. 


 이 곡을 세 명의 거장이 어떻게 처리하는가. 폴 모션의 칼 같은 템포 유지 아래 빌 프리셀이 홀로 멜로디와 코드를 연주한다. 한 코러스가 끝나면 조 로바노가 합류한다. 기타는 색소폰과 유니즌을 하거나 대위적 선율을 연주하기도 하며 종종 컴핑도 곁들인다. 이 조합이 이토록 몽크의 개성 강한, 유별난 곡을 살리는데 훌륭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애초에 기타와 색소폰, 드럼 트리오가 효과적인 것을 간파한 폴 모션의 선구안 때문일까, 아니면 이미 예전에 거장의 반열에 올라버린 이들의 혜안 때문일까.


3. Ruby, My Dear


 제리 앨런의 감각적인 연주가 인상적이다. 일부러 건반을 꾹꾹 눌러 치는 듯한 타건도 그렇고, 멜로디가 연주되는 가운데에 들리는 보편적이지 않은 컴핑도 그렇다. 멜로디 아래에서 즉흥연주를 하듯 반주를 하듯 두 가지 모습을 어색하지 않게 왕복하는 감각 또한 주목해서 들어야 할 대목. 제리 앨런은 전체 앨범 중에 이 곡과 9번 트랙 ‘Off Minor'에만 참여했는데 두 곡 모두 그녀의 참여가 적절했다는 생각이다. 몽크의 피아노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을 본인이 사라지지 않는 선에서 잘 녹여내고 있다.


4. Straight, No Chaser


 많은 학생들이 블루스를 위해 연습했고, 연습하고 있을 이 곡이 본 앨범에서는 그 색을 좀 덜어냈다. 테마 연주에서 빌 프리셀의 컴핑은 고의적으로 불편한 리듬만을 점 찍듯이 짚어내고, 여기에 듀이 레드맨의 색소폰이 참여하며 멜로디를 더 강하게 누르듯 찍어낸다. 7번 트랙인 ‘Trinkle, Tinkle'에서도 언급하겠지만, 멜로디가 가지고 있는 강렬한 색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Straight, No Chaser'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반음계 진행은 일반적인 블루스 테마에 비해 강렬한 느낌을 지니고 있는데, 이 거장들의 선택이 그 지점을 놓치지 않았다.

 더불어, 앨범을 통틀어 따로 솔로 연주를 마련하지 않은 폴 모션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음을 주지하고 싶다. 사실 그는 모든 곡에서 즉흥연주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다른 즉흥연주자의 솔로에서도, 테마에서도 폴 모션은 맥을 정확히 짚어내는 라이딩으로 리듬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선을 그려내가고 있다. 그는 모든 곡을 자신의 해석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물론 빌 프리셀과 조 로바노를 위시한 훌륭한 뮤지션들의 즉흥연주를 빼놓을 순 없지만, 폴 모션은 따로 본인만의 솔로 구간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이들과 함께 음악 전체를 가지고 호흡하는 극강의 경지와 경륜을 선보이고 있다.


5. Bye-Ya


 유쾌하고 간결한 멜로디 아래 리듬을 한결 멋스럽게 꾸미는 폴 모션의 드러밍이 감각적이다. 조 로바노와 빌 프리셀의 역할 분담은 자연스럽고 효율적이어서 개성 강한 몽크의 멜로디를 훌륭하게 처리해 내고 있다. 

 이쯤 되어 언급해야 할 것은, 조 로바노와 빌 프리셀의 즉흥연주가 얼마나 빼어난 것인지에 대해서다. 많은 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레퍼토리 중 하나인 셀로니어스 몽크의 곡들은 난해한 화성 진행뿐만 아니라 맛깔스럽게 살리기 어려운 테마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듣는 이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모티브를 잃지 않으면서 본인의 연주까지 해내야 하는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나중에 다른 앨범 리뷰에서 자세히 언급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몽크의 피아노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특징들까지 구현해 내고자 한다면 특히 다른 악기들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두 거장은 막힘없이, 그러나 원곡의 아우라를 상실하지 않은 채 좋은 즉흥연주를 모든 곡마다 선보이고 있다. 아래에 빌 프리셀의 즉흥연주 채보 링크를 첨부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qN0JmXASDpc

 


6. Ugly Beauty

 느릿느릿 한 템포로 흐르는 3박자의 멜로디와 이상한 듯 이상하지 않은 화성 진행 위로 조 로바노의 색소폰 톤이 부드럽게 꿀렁이며 헤엄친다. 조 로바노는 다른 곡보다 이 곡에서 특히 자유로운 루바토와 속주, 긴 음 등을 복잡하게 섞어가며 기교파의 모습을 보여준다. 빌 프리셀의 기타는 톤만으로도 로바노의 색소폰 연주를 받칠 수 있는 힘을 드러낸다.



7. Trinkle, Tinkle


 쏟아지는 듯한 음들을 앞부분에 배치해놓고 그 뒤에는 이완하는 멜로디를 연주하는 특징을 가진 곡이다. 이와 비슷하지만 한결 가벼운 느낌의 곡으로는 'Criss Cross'가 있으니 다른 연주자들의 버전을 참고하며 듣는 것도 재미있을 테다.

 마지막 A 파트를 연주하기 전까지 빌 프리셀과 조 로바노는 이 난해한 멜로디에 거의 화성 연주를 붙이지 않고 유니즌으로만 연주한다. 이 연주가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선, 세 사람의 의견이 ‘Trinkle Tinkle'의 핵심이란 멜로디에 있다는 데에 합의했을 것이다,라는 추측이 필요하다. 코드는(또는 화성은) 생각보다 더 음악 속 지배력이 강한 요소일 수 있다. 코드를 걷어내고 나면 생각보다 평범한 멜로디가 꽤 많다. 그런 점에서 나는 본 곡에서 세 뮤지션이 초반에 선택한 유니즌 연주가 몹시 현명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래에 조 로바노의 즉흥연주 채보 링크를 첨부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QnvGKAQIApM


8. Epistrophy


 리얼북에서 이 곡의 리드 시트를 본 이라면 처음의 강렬함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반음 차이로 반복되는 도미넌트 세븐스 코드와 반음으로만 움직이는 A 파트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해할 수 있는 건지 당황스러웠다. 듀이 레드맨이 다시 한번 테마에 합류하여 이 난해한 곡의 멜로디를 유니즌과 화음 쌓기로 연주한다. 빌 프리셀의 기타는 3박자와 4박자를 번갈아 가며 컴핑하고 테마 이후 곧바로 즉흥연주를 선보이며 잔뜩 날이 선 라인들을 쏟아낸다. 조 로바노와 듀이 레드맨의 즉흥연주는 다른 결을 보여주는데 조 로바노가 좀 더 정동에 따르고 순간의 직관에 복종하여 음을 쏟아내는 편이라면, 듀이 레드맨은 끓어오르는 영감을 한 번에 풀어내는 대신 억제하고 누른 뒤, 과일을 자르는 듯 차분하게 정확한 양으로 분할하는 듯하다.



9. Off Minor


 이 곡에서 제리 앨런의 즉흥연주는 유독 빛나는 모습이다. 분명 즉흥연주를 하고 있지만 끊이지 않고 원래의 테마가 들리기 때문이다. 다른 레퍼토리와는 다르게 몽크의 곡들은 테마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 덕목이 아니던가. 거기에 폭발하고 난무하는 음들의 덩어리들이 거대하게 굴러오는 것을 청각으로 느끼고 있자면 종종 벅차기까지 할 때가 있다. 뒤이은 로바노와 프리셀의 즉흥연주는 길이가 짧아도 강렬한 톤으로 기억에 남는 연주를 선보이고 폴 모션은 다른 곡에 비해 조금 더 강한 리듬 분할과 강세를 연주하며 곡에서 에너지가 증발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불을 때고 있다.


10. Reflection


 몽크의 아름다운 발라드. 그의 발라드들은 언제나 기묘한 아름다움과 서슬 퍼런 슬픔을 들려주는데 'Reflection'은 ‘Ask Me Now'와 함께 그 특징을 잘 보여주는 곡이라 생각한다. 

 빌 프리셀 특유의 톤은 유난히 이 곡에서 더 빛나는 느낌인데 볼륨을 급격히 줄였다 키웠다 하는 부분은 종종 울음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가 하는 컴핑은 마치 솔로 피아노처럼 화성과 리듬 모두를 장악하지만 그 만듦새는 여유가 있고 부드럽다. 여기에 조 로바노가 탁월한 해석력으로 즉흥연주를 덧붙여서 훌륭한 곡에 대해 훌륭한 헌사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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