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벚꽃은 그런 날에도
어제는 비가 왔다
회색 구름이 하늘을 덮고
찬 바람이 뺨을 스쳤다
봄이라기엔 너무 쌀쌀해서
꽃은 아직 아닐 거라 생각했지
아마 더 기다려야 할 거라고
그런데 오늘
길을 걷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분홍빛이 나뭇가지 끝에 피어 있었다
비바람 속에서도
꽃은 제 때를 잊지 않았다
추위에 떨면서도
자신의 계절을 향해 나아갔다
우리는 어쩌면
지금 너무 춥고,
버겁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뿐일지 모르지만
시간은 흐르고
삶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 안에서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하고
견뎌야 할 것들을 지나며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
벚꽃이 그렇듯
우리도 언젠가 활짝 피어날 것이다
그 순간까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텨보자
●시 설명
이 시는 비가 내리고 쌀쌀했던 날 다음 날, 갑자기 거리에서 마주한 벚꽃의 모습을 보고 느낀 놀라움과 감정을 담아 쓴 작품입니다.
날씨가 봄답지 않게 계속 추워서 당분간 벚꽃은 보기 어렵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예상을 깨고 피어난 꽃을 보며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어쩌면 벚꽃도 춥고 고단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계절은 흐르고, 꽃은 자신의 순서를 잊지 않고 그 자리에 피어났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힘든 날들이 이어지고, 마치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느껴질 때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우리는 어느새 그 흐름 안에서 해야 할 일을 해내고,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벚꽃이 추위를 이겨내고 핀 것처럼, 우리도 지금 이 순간을 견디고 나면 분명 언젠가 자기만의 꽃을 피우게 될 것입니다.
이 시가 그 기다림의 시간 속에 있는 당신에게 조용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