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불 아래 서 있는 나

by JBin

제목 : 파란불 아래 서 있는 나

길을 건넌 건,
누군가의 손짓 때문이었지.
가보라 해서 갔고,
보라 해서 본 곳은
빛나는 간판과 화려한 숫자들.

망설임 끝에 발을 디뎠을 땐
기회의 시간이라 믿었어.
‘이건 틀림없다’는 내 판단에
기꺼이 두 손 가득
희망이란 이름의 종잇조각을 들고 있었지.

하지만 건너간 그 길 위에
신호는 빨간불이 아니었어.
내 마음의 신호만 빨갛게
깜빡이고 있었을 뿐.

언젠가
저 불빛이 빨간색으로 바뀌겠지,
기다림은 길어지고
기회는 남의 얘기처럼 지나갔어.

사람들은 웃고,
그들의 그래프는 하늘로 오르는데
나는 오늘도
움직이지 않는 파란불 아래
서 있어.



● 시 설명

이 시는 제가 예전에 주식에 투자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아는 사람의 추천으로 알게 된 종목이 있었고, 스스로 회사를 분석해 봤을 때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했죠. 당시에는 꽤 확신이 있었고, 잘되면 인생의 전환점이 되겠구나 하는 기대도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제 생각과 달랐습니다. 주가는 오르지 않았고, 시간이 갈수록 손실은 커졌습니다. 손실이 너무 커서 도저히 팔 수 없었고, 계속해서 “언젠가는 오르겠지”라는 희망만 붙잡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즘엔 다른 종목들이 크게 오르며 투자자들이 웃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제 주식은 여전히 파란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시 속의 ‘파란불’은 그런 제 주식의 상황을 상징하는 표현입니다. 원래 교통 신호에서 파란불은 ‘가도 좋다’는 의미지만, 주식에서는 파란불이 손실을 뜻하잖아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남들은 빨간불을 따라 질주하는데, 저는 파란불 아래에 계속 서 있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아가지 못하는 저 자신을 조금은 쓸쓸하게 바라보며 이 시를 썼습니다.

혹시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이 있다면, 이 시를 통해 마음이 조금은 위로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기다림’ 속에 있는 분들께 건네는 작은 공감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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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