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rrot Jun 16. 2020

아줌마, 저희가 먼저 왔는데 왜 새치기하세요?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된 팔푼이


내 안에는 공존하고 있는 모순된 성향이 존재한다.


'야무져 보이고 싶은 나'와 '맹해 보이는 나'




나는 어려서부터 맹했다. 속된 말로 팔푼이.


6살 때 친할머니가 어머니에 대한 흉을 본 적이 있다. 같이 들은 동생은 지금도 무슨 내용인지 정확히 기억하는데 반해, 나는 전혀 기억이 없다. 당시 동생은 5살이었다. 내 입장에선 어떻게 그걸 여태 기억하는지 도통 알 수 없으나 동생은 기억하고 있다. 고작 5살이 얼마나 충격이었고, 인상깊었으면 그걸 지금도 정확히 기억할까 싶은데, 같이 들은 나에겐 충격적인 것이 아니라서 기억을 못하는 것일까, 아님 나의 일이 아님에 관심이 없어서 기억을 못 하는 것일까.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야무진 둘째 동생과 함께 장을 보러 간 적이 있다. 먹고 싶은 것을 양껏 골라담고 계산대 앞으로 갔다. 그런데 분명 나와 동생이 먼저 줄을 섰고 우리가 계산할 차례였는데, 한 아주머니께서 우리의 앞에 당당하게 끼어들어 새치기를 하셨다. 나는 화는 났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아줌마를 뒤에서 째려보기만 했다.


 하지만 동생은 아줌마의 뒤통수에 대고 해야할 말을 했다.


 "아줌마, 저희가 먼저 왔는데 왜 새치기하세요? 뒤로 가세요."


주변에 있던 어른들이 어린 아이가 어른에게 못된 소리를 한다며 잔뜩 성난 세모꼴의 눈초리로 우리를 곁눈질했다. 주변의 시선을 알아차린 나는 난처해져 동생을 말리기 바빴다.


“죄송합니다, 동생이 아직 어려서요.”


하지만 동생을 말리면서도, 누구의 잘못인지는 나조차도 명백히 알고 있었다. 당시 옳은 소리를 한 동생과 달리 맞다고 생각하는 말을 한 마디도 내뱉지 못한 나 자신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나'라는 사람은 어려서부터 순진하고 맹한 편에 속해서 남들이 듣기 거북할 말을 하지 못 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커갈수록 더이상 누군가에게 팔푼이처럼 보여 무시당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야무지고 믿음직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당하면서도 정작 당사자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못 하는 천치가 되고 싶지 않아서 달라지기로 결심했다.


나도 동생처럼 야무진 사람이 될 거야. 마트에서 새치기를 당하더라도 새치기한 사람에게 뒤로 가라고 당당하게 여기가 내 자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거야.


그런 다짐을 한 뒤로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다른 사람이 나의 불평 어린 말에 거북해 하더라도 해야 할 말이 있다면 꼭 하려고 노력했고, 누군가가 나를 괴롭히거나 피해를 주면, 그런 이에겐 다신 같은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쌍코피ㅡ물론 쌍코피는 어릴 적 이야기다ㅡ를 내줬다.




'내가 보는 나의 모습'과 '다른 사람이 보는 나의 모습'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확실히,

나 스스로 내게는 아직 애 같은 모습이 있다고 여기는데 반해, 나의 친구들은 나를 훨씬 성숙한 한 인간의 개체로 본다. (야무지고 할 말은 하고자 했던 나의 노력이 드디어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아직 어린 애같은 나의 모습성숙한 나의 모습의 차이는, 어쩌면 '아직도 맹한 나'와 '야무져 보이고 싶은 나'의 보이지 않는 차이로 인해 자연스레 생겨난 것이 아닐까 싶다.


중간 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람은 완벽할 순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내가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도 누군가에겐 분명 드러날 것이다.


두 가지 모습의 중간지점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본인의 생각, 행동에 대해 글로 써서 하나씩 꺼내어 보여주고 있다. 타인에게 나는 이렇다 하고 보여주고 말하는 것보다, 나 스스로가 나 자신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팔푼이'와 '야무진 이'가 갈등을 겪을지는 모르겠으나, 오늘의 글을 통해 내 안에 존재하는 나를 진실로 마주 보게 되었으니 확실히 내 안의 나는 지금까지와는 달라졌다고 볼 수 있겠다.











작가의 이전글 안녕하세요, 팔푼이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