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 입학하여 본격적으로 나의 자기이야기를 탐색하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주목했던 부분은 바로 사별 이전의 경험이었다. 입학 당시, 어머니를 애도하는 과정에서 다뤄야 하는 부분은 사별 당시와 그 이후의 상황에만 국한되어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번째 학기를 보내며, 나의 그 단단한 고정관념이 깨지게 되었다.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나의 오래된 자기이야기를 탐색하며, 애도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나 사이의 오랜 역사를 하나하나 섬세하게 다뤄야 할 필요를 느꼈다.
이번 절에서는 이러한 깨달음의 과정을 중심으로 하여, 외부로 드러난 나의 어려움과 혼란스러움이 과거의 자기이야기 어느 부분에서 촉발되었는지를 언급할 것이다. 이 시간들을 통해서 결과는 있으나 원인은 알 수 없던 모호한 순간들이 조금씩 선명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중에서 특히 내가 어머니를 떠올리면 부지불식간에 느끼는 ‘분노’의 감정에 대해 주목하게 되었고, 그 감정의 기원에 대해서 면밀히 살펴보게 되었다. 이 과정은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대학원 학기 동안 계속해서 진행됐다.
또한 나를 직면하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괴로움과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이상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수많은 전공 서적을 통해 여러 학자의 이론을 접하며, 점점 안도하고 위로받는 지점들이 늘어났다. 나를 알고 이해하는 순간 경험하게 되는 카타르시스가 매우 컸다. 그동안 덮어두었던 해묵은 자기이야기들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버거움을 느끼기도 했고, 때로는 회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누적되어 온 카타르시스를 경험한 순간들이 큰 힘으로 작용했다. 모든 수업 과정과 나를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시간 가운데, 원동력이 되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제2절에서 다루며,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엉킨 매듭의 첫머리를 찾아가는 지점들을 성찰하고 분석했다. 분석 흐름은 인식의 변화 순으로 다루었다. 대학원 입학 당시 느꼈던 어려움부터 시작하여, 첫 개인상담을 받고 2020년 1학기 <이상심리학>을 들으며, 새롭게 발견하고 현재와 연결 짓게 된 자기이야기 조각들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된 자기자비 필요성에 대한 첫 인식 지점까지 다루었다. 하지만 이때 인식한 자기자비의 필요성이 곧바로 삶에 적용되지는 않았다. 관성적인 부정적 사고방식과 자기 비난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다. 이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이루어진 작업이다.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고 내면화된 어머니의 목소리를 멈출 수 있게 된 것은 그로부터 약 3년이 지난 22년도 하반기에 들어서서야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