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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응의 축제 Oct 27. 2024

제2악장 1절 묻어두었던 기억들을 다시 마주하며

나는 또래에 비해 어린 시절부터 '죽음' 혹은 '혼자 됨'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간 내가 살아온 삶의 궤적들은 피어나는 생(生)의 생동감에서 느껴지는 기쁨과 환희를 경험하기보다, 다가올 죽음을 염려하고 신체의 질병이 가져올 고통과 정신적 괴로움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과 실제로 경험하는 ‘부재’와 ‘죽음’의 무게는 차원이 달랐다. 옛 속담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너무도 와닿는 시간이었다.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에도 켜켜이 쌓여있는 어머니의 흔적은 꽤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은 물리적인 양적 시간이 아닌, 주관적인 질적 시간 안에서 살아간다. 즉 물리적으로는 그 사건이 일어난 때로부터 한참이 지난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할지라도, 심리적인 질적 시간대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건 전체를 기억하기보다, 그 사건의 일부인 ‘표정’, ‘날씨’, ‘장소’와 같은 세부사항을 떠올린다. 그러므로 외상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트라우마 사건이 발생했던 과거의 시간대를 벗어나, 현재를 살아갈 수 있게 되는 변화가 필요하다. 다시 말하자면, 여전히 심리적으로 생생하게 느껴지는 과거의 사태에서 벗어나, 크로노스적인 사건으로 풀어내고, 현재를 살아갈 수 있도록 외상 사건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Sigmund Freud, 변학수 역, 『프로이트의 치료기법』, 세창출판사, 2017, 240~241면.
Sigmund Freud, 위의 책, 239면.


제2악장 1절에서는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하여, 어머니를 사별한 그날 이후부터 대학원 입학 전까지의 시점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사별 이후 마땅한 애도 과정을 밟지 못하고, 계속해서 과거의 시간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요인들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들여다보았다. 전체적인 흐름은 어머니를 사별했던 당일의 사건부터 시작하여, 사별 이후 달라진 일상에 적응하며 경험했던 심리적인 어려움과 부재를 수용하는 과정에 대해 다루었다. 그 과정에서 처음으로 겪게 된 신체화 증상인 호흡곤란을 촉발한 사건도 함께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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