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 입학하여 지금까지 해온 자기성찰 및 직면 작업들은 여기저기 산발해있는 나의 자기이야기를 탐색해나가는 과정이었다. 특히 자기인식 및 자기분석이 활발히 히루어진 시기는 2019년 대학원 입학 이후부터 이기에, 필연적으로 문학 치료의 과정이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 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 주로 분석할 자료들은 석사 과정 가운데 수업 과제 및 필기로 정리하고 제출했던 자료들과 내가 그동안 썼던 창작물, 일기 등이 될 것이다. 또한 인간의 인식이란 초 단위로 변화하며, 파형의 간극 또한 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나의 인식 변화까지도 함께 다루며 살펴볼 것이다. 아래는 실제 진행했던 상담 회차 및 날짜들과 앞으로의 내용에서 함께 다룰 자료들의 분류표이다.
자기이야기를 탐색하는 과정은 마치 드넓은 모래사장에 파묻혀있는 구슬 조각들을 하나씩 발견해나가는 것과 같았으며, 그렇게 발견한 구슬들을 어떻게 하나의 의미로 연결하고 꿰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찾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시간이었다. 애도교향곡 제2악장에서는 바로 이러한 과정의 결과를 서술할 것이다. 거시적으로 본다면 이 글을 쓰는 활동 자체가 저자인 나에게는 자기 인식의 한 과정이자 문학치료의 거대담론에 몸을 담그고 유영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직면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현재의 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탐색하는 과정도 함께 들어간다.
나의 내면에서 일어난 변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청소년기에 모사별을 한 경험이 현재도 여전히 생생한 고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강압적이고 매서운 양육 환경에서 자랐던 유년 시절이 여전히 거대한 압박으로 나를 짓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정서적 어려움을 제공한 부모와 사별한 대상이 같았기 때문에, 더더욱 애도 과정을 다루기가 쉽지 않았다.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선 내 안에 여전히 크게 자리한 어머니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 오롯이 서야 하는데, 현실에 대상이 존재하지 않으니 더욱 어렵게만 느껴졌다. 마치 눈에는 보이나 손에는 잡히지 않는, 뿌연 안개와 밤새 씨름을 하는 것만 같은 모호한 감정과 감각들이 내 삶 전반을 지배했다.
‘모사별을 한 것’과 ‘강압적인 어머니 아래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것’에 대한 부분은 각각 따로 다뤄야 할 만큼 큰 단위의 어려움이다. 하지만 나의 자기이야기 속 두 요소는 분리할 수 없는 연관성을 지니기에, 이 두 가지의 큰 톱니바퀴가 나의 삶에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또 변화하는지까지 함께 다루고자 한다. 이러한 전개가 바로, 지금까지 계속해서 ‘과거’에만 머물고 계속해서 ‘현재’를 살지 못하고 있던 나의 고착화된 사고방식에 변화를 꾀하게 된 중요한 과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대학원 입학 이전에 내가 인식하고 있던 나의 자기이야기는 어머니의 삶에 상흔을 남기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내가 쓰려는 자기서사는 앞서 언급한 나의 자기이야기가 2019년 건국대학교 문학·예술치료학과 입학 후, 어떻게 인식되었고, 변화되었는지의 과정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물이다. 재구성하게 된 나의 자기이야기 변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지금까지 내가 지니고 있던 좁은 시야 속 자기이야기에 서사적 채워넣기를 한 요소들을 인지하고 깨달아, 조금 더 현실의 땅에 발을 붙이고 살게 된 순간들을 기록하고자 한다. 이 기록들을 통해서 가장 먼저는 내가 나와 더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그와 동시에 나와 유사한 유년 시절 자기이야기가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아래는 앞으로의 내용이 담게될 간략한 내용을 정리한 표로, 각각의 소제목마다의 중심 타임라인을 함께 볼 수 있도록 분류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