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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 방구석 주부 Sep 02. 2022

한국 아파트 관리비가 그립다

D+31 (sep 1st 2022)

한국에서 출국한 것이 지난 8월 1일, 내가 살고 있는 곳에는 2일 아침에 도착했으니까, 이곳에 온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정착을 잘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신경 쓸 것이 참 많았다. 각종 생활 용품 구매, 은행 계좌 개설, 각종 생활 서비스 신청, 거기에 자동차 구매까지, 수많은 일들을 쉴 새 없이 처리해 왔다. 작은 이슈들은 이래저래 있었지만, 그래도 감사하게도 짧은 시간 동안 잘 정착해서 새로운 일상처럼 살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달이 다가오면서 이제 여러 가지 신청했던 각종 서비스 (보통 유틸리티라 부른다)에 대한 비용 청구가 되기 시작했다. 인터넷, 전기, 가스, 휴대폰에 월세까지. 휴대폰의 경우는 날짜가 조금 다르지만, 나머지는 모두 매월 1일이 요금 지불 기한이다. 한국에선 이 모든 이용 요금을 거의 대부분 통장이나 카드로 자동이체를 신청하고 지불한다. 10년 전 미국에 살 때는 자동이체의 개념이 매우 희박했고, 거의 개인 체크를 발행해서 지불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이제는 auto pay라는 이름으로 자동이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듯하다. 현지 정착 에이전트의 도움으로 집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신청하고 내가 개설한 계좌로 오토 페이를 연결해 주었다.


한국에서야 집에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서비스는 아파트 관리비에 포함된다. 따로 가입할 필요도, 비용 지불을 별도로 할 필요도 없다. 전에 다세대에 살 때야 전기세, 가스비 정도는 따로 내는 경우가 있지만, 요새는 한국인의 80퍼센트 가까이가 아파트에 사니까… 또 인터넷이나 휴대폰, 티브이의 경우엔 결합할인을 받아서 하나의 계정으로 지급하고 있으니까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신경 쓸 필요가 다소 적다.


하지만, 미국에선 집세는 집세대로, 전기 따로, 가스 따로, 수도 따로, 하수 따로, 인터넷 따로, 휴대폰 따로… 다 따로 내야 한다. 이걸 또 다 따로 자동 이체를 시작하려고 하니, 정신이 진짜 없다. 혼자 이 일을 다 해결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아 모두 신청을 완료하기는 했지만, 아직은 시스템이 온전하진 않은 것 같다. 분명 홈페이지나 앱에서는 자동이체가 설정되었다고 하는데, 돈이 나가지 않기도 하고, 심지어 데빗 카드로 결제해도 반영이 안 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거기에 전기 서비스는 신청서까지는 써서 보냈는데, 온라인 등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워낙 커스터머 서비스 환경이 좋지 않아 기다리라는 말만 계속 듣기도 한다. 나중엔 성질이 빡 난다. 돈을 내겠다는데, 진짜 왜 그러는 거야!?!


하여튼 오늘은 1일, 수많은 서비스에 대한 대금 지급, 일부는 자동이체, 일부는 온라인 지불을 해야 한다. 다행히 많은 부분 아파트 렌트비를 지불할 때 같이 지불하는 것들도 있어서, 그 부분은 편했다. 특이한 것은 리스 오피스에서 렌트비를 받기 때문에 자동이체가 가능했고, 아침에 바로 지불이 되어서 매우 편리했다.


신경이 쓰이는 것은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가스, 다른 하나는 전기였다.


가스는 자동이체 서비스가 납부 기한 이틀 전인 그저께 빠져나갔어야 하는데, 이 금액이 계속 나가지 않는 것이 아닌가? 응? 왜 안 나가는 거지? 어제부터 이상함을 감지한 나는 계속 홈페이지와 앱을 확인하면서 지급이 되는지를 점검했지만, 통장에서도, 가스 앱에서도 납부가 되었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았다. 납부기한이 오늘까지니까 마음이 불안해져서 결국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데빗 카드를 이용해 가스비를 납부했다. 다행히 통장에서는 정상적으로 금액이 빠져나갔다.


그런데 홈페이지와 앱에서는 여전히 납부처리가 되지 않은 것으로 나온 것이다. 뭐지? 뭐가 잘못된 거지? 분명 통장에서는 돈이 빠져나갔는데. 왜 가스 회사는 처리가 안 되는 거지? 마음이 불안해진 나는 가스 요금 납부를 다시 한번 시도했다. 그랬더니 또 데빗 카드에서는 돈이 빠져나간다. 하지만 여전히 가스 앱에서는 미납부 상태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사실은 이미 납부 처리가 되어 있었지만, 앱과 홈페이지에 전산 처리가 늦은 것이었다. 그 이후에도 여러 번 납부를 했기 때문에 오히려 오버 페이를 한 셈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야 확인해보니, 오버 페이를 한 만큼 크레딧으로 밸런스에 쌓여 있었다.


전기는 더 황당하다. 지난번 글에서 전기 서비스를 위한 신청서를 공증까지 받아서 보냈었던 일을 글에 쓴 적이 있었는데, (이 글 참조) 그 이후로 전기 회사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사실 8월 일부 사용 전기에 대한 고지서가 날아와야 하는데, 그런 소식조차도 없었다. 그 고지서가 날아오면 납부하면서 자동이체를 신청하려고 했던 거였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으니 굉장히 답답했다.


이게 전기가 아예 들어오지 않으면 빨리빨리 처리를 할 텐데, 전기는 멀쩡히 들어오는데 이러니까 더 답답하다. 사실 서비스 신청이 안되었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고, 그저 온라인 계정 만드는데 무슨 문제가 생겼나 보다, 이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근데, 워낙 소식이 없어서 정착 에이전트를 통해 전기회사에 연락을 해 봤더니, 신청서 리뷰를 아예 안 했단다. 뭐? 아니, 전기 서비스 회사가 어떻게 일을 이렇게 하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기를 쓰고 있는데, 돈 받기 싫나? 어쨌든 에이전트는 내일까지는 무슨 수를 써서든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며 미안하단다. 사실 에이전트가 잘못한 게 뭐가 있나. 전기 회사가 이상한 거지.


사실 집세를 내는 리스 오피스 홈페이지와 앱도 조금 이상했다. 앱과 홈페이지에선 월세와 관리비가 잘 들어왔다고 적혀 있는데, 통장에선 돈이 빠져나가지 않았다. 이건 또 뭐야? 어떻게 모든 회사 시스템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싶다. 몇 개 되지도 않는 집세와 관리비 때문에 하루 종일 정신이 혼미해졌다.


한국에선 모든 금전 거래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은행에서 나간 돈을 통신회사에서 아직 처리가 안되거나, 관리사무소에서 받지 못한 상태로 있는 걸 보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에선 아직도 전산 처리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그래서 이런 혼란이 내게 오지 않았나 싶다.


거기에 각종 서비스가 모두 민영화되어 있다는 것도 이 혼란을 부추긴다. 전기회사와 가스회사, 인터넷, 상하수도, 쓰레기 처리까지 모두 민간회사이고, 주마다, 지역마다 회사가 다르다. 그래서 비용도 다르고 요금도 비싸다. 그런데 이런 요금 처리 시스템도 다 별도로 이용하고, 은행과의 연결도 매끄럽지 못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니 이렇게 혼란스러운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관리비 납부 체계가 그립다. 한꺼번에 15만 원 20만 원 나오는 게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그것만 내면 되니까. 다음 달에 이런 일들이 또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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