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도 중력이다
솔직히 말해봅시다. 인간은 모두 마음속에 관종의 씨앗을 품고 있습니다. 나쁜 뜻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고, 모임에 나갔을 때 "오늘 너 좀 괜찮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건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니까요.
얼마 전, 참 묘한 경험을 했습니다. 엄청난 미남미녀도 아닌데, 이상하게 자꾸 생각나는 사람이 있더군요. 밥을 먹어도 그 사람과 먹고 싶고, 회의 때 그 사람이 입을 열면 왠지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런 사람. 타 업체 이사 직함을 달고 있던 젊은 그분을 보며 동료들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저 사람, 참 매력 있다."
사전에서는 매력을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라고 정의하더군요. 마치 중력처럼요.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그 힘! 도대체 뭘 먹고 자랐길래 그런 아우라를 뿜어내는 걸까요? 맹탕 같던 내 인생에 매력이라는 조미료를 치기 위해, 그 비밀 레시피를 한번 파헤쳐 봤습니다.
우리 회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사내 임직원 중 매력적인 사람들의 공통점 1순위는 단연 자신감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됩니다. 목소리 크고 자기 자랑 늘어놓는 건 자신감이 아니라 자만심, 혹은 결핍입니다. 진짜 고수는 조용해도 티가 나는 법이죠.
진짜 자신감은 "나 원래 좀 잘났어"가 아니라 "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다"라는 믿음에서 나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자기 효능감이라고 부르더군요. 쉽게 말해 성취의 근육입니다.
우리 팀 김 과장을 볼까요? 그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수영을 배우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두 달 동안 눈 비비며 그 약속을 지켜내더니, 어느 순간부터 아침에 뿜어내는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나는 내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이 척추를 꼿꼿하게 펴주거든요. 반면, 매번 알람 끄고 "5분만 더..." 하며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는 사람은 무의식 중에 스스로를 못 믿게 됩니다(예, 제 얘기 아닙니다. 에헴)
매력적인 사람의 자신감은 명품 옷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내가 뱉은 말은 내가 책임진다"는 삶의 태도에서 나옵니다. 그 단단한 내공은 그 어떤 비싼 향수보다 강력합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무엇이 다른 걸까요
자신감이 공격력이라면, 자존감은 방어력입니다. 살다 보면 헛발질할 때도 있고, 남에게 거절당할 때도 있습니다. 이때 매력의 승패가 갈립니다.
옆 부서 오 주임은 전날 소개팅 결과가 안 좋았는지 고개를 푹 떨구고 있습니다.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라 애프터 신청은 엄두도 못 냈답니다. "내가 못생겼나? 오늘 입은 옷이 별로였나? 아, 그때 농담하지 말걸." 자기 존재 자체를 의심하고 괴로워하죠. 찌질해 보이는 순간, 매력은 순식간에 증발해 버립니다.
하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다릅니다. 정 대리가 지난번 소개팅 후에 했던 말이 기억나는군요.
"음, 저랑 코드가 안 맞는 분인가 봐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이게 바로 회복탄력성입니다. 프라이팬의 코팅처럼, 실패나 비난이 달라붙지 않고 미끄러지게 만드는 능력. "실수는 실수고, 나는 나야!" 이렇게 툭 털고 일어나는 쿨한 태도. 우리가 여유 있는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내가 다가가도 나를 헤치지 않을 것 같은 안정감, 그게 사람을 머물게 합니다.
매력 있는 사람이 지니고 있는 무기는 뭘까요
인간은 의외로 단순해서 '예측 불가능함'에 약합니다. 뻔한 건 지루하거든요.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반전 매력입니다.
상상해 보세요. 빈틈 하나 없어 보이는 칼정장 차림의 팀장님이 길가에 핀 꽃을 보고 쭈그리고 앉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면? 혹은 헬스장 고인물 근육질 형님이 사실은 유기묘 쉼터에서 앞치마 두르고 고양이 캔을 따고 있다면?
순간 뇌가 정지하면서 "어?" 하게 됩니다. 그 순간 게임 끝난 겁니다. 심리학자들은 이걸 게인 효과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갭 차이입니다. 차가울 것 같은데 따뜻하고, 유약해 보이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강단 있게 "아니요"라고 말하는 사람.
자신의 이미지를 잘 알고, 그 반대편의 카드를 적절한 타이밍에 꺼내 들 줄 아는 사람. 이 입체적인 캐릭터에게 빠지지 않고 배길 재간이 있을까요?
팔색조, 팔방미인
개발팀 서 부장님은 늘 정시출근에 정시퇴근을 합니다. 팀원들은 가끔 야근도 하고, 주말 출근도 마다하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이분은 근무시간을 칼같이 지킵니다. 그럼에도 가장 높은 고과를 받죠. 골프, 수영, 탁구 등 못 하는 운동이 없는 취미 부자에다가 주말이면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고, 독서량도 어마어마하십니다. 게다가 재테크 고수라고 하더군요. '아니 이 분은 못하는 게 뭐야?'
우리는 매력적인 사람을 보며 "팔색조 같다"라고 합니다. 팔색조는 실제로 8가지 무지개색 깃털을 가진 아주 희귀한 새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단조롭지 않는 사람이랄까요.
매일 똑같은 옷, 똑같은 표정, 똑같은 주제로만 불평하는 사람과 대화하고 싶은 분 계신가요? 없을 겁니다. 반면, 팔방미인은 화수분 같습니다. 일할 땐 프로인데, 놀 땐 누구보다 잘 놀고, 가끔 진지한 철학 얘기도 통하는 사람.
현대 사회에서 팔방미인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대화의 교집합이 넓은 사람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밈도 알고, 주식 시장 흐름도 알고, 맛집도 좀 아는 사람. 이런 사람은 누구와 붙여놔도 티키타카가 됩니다. 상대방이 무슨 공을 던져도 받아칠 준비가 되어 있는 유연함, 그게 바로 팔색조 매력입니다.
매력은 선천적일까요, 후천적일까요
"에이, 매력은 타고나는 거 아니냐?"라고 묻고 싶으시죠? 물론 원빈이나 차은우처럼 태생이 사기 캐릭터인 경우도 있습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오래 보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려 보세요. 다들 절세미남 절세미녀던가요?
국민 MC 유재석 님을 봅시다. 데뷔 초에는 메뚜기라 불리며 울렁증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남자로 꼽힙니다. 그의 무기는 타고난 외모가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는 경청과 자신을 낮추는 겸손, 사람을 울고 웃게 만드는 말재간이라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만든 후천적 기술입니다.
친절, 유머, 깔끔한 옷차림, 경청하는 태도. 다행스럽게도 이 모든 건 연습하면 늡니다. 매력은 DNA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입니다. 오늘부터 나는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로 했다고 마음먹는 순간, 변화는 시작됩니다.
"외모보다 XX다." 이 빈칸을 채운다면 저는 주저 없이 분위기라고 쓰겠습니다. 예쁘고 잘생겼는데 입만 열면 깬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범한데 왠지 모르게 귀티가 흐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귀티는 돈 많다고 생기는 게 아닙니다. 세 가지에서 나옵니다. 첫째, 언어의 온도. 습관적으로 욕설이나 비꼬는 말을 쓰는 사람에게선 악취가 납니다. 매력적인 사람은 긍정적이고 정제된 단어를 씁니다. 둘째, 자세. 구부정한 어깨와 거북목은 자신감 없어 보입니다. 허리만 펴도 사람이 달라 보입니다. 셋째, 안정된 정서. 기분파인 사람 옆에 있으면 지뢰 밟을까 봐 불안하죠. 감정의 파도가 잔잔한 사람 곁에는 늘 사람이 모입니다. 난로가 따뜻해야 사람들이 손 녹이러 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럼 당장 뭐부터 해야 할까요?
심리학적으로는 메타인지, 쉽게 말해 '거울 치료'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거울은 내 내면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쉽게 말해,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것이죠.
"나는 대화할 때 남의 말을 자르는 편인가?", "나는 무표정일 때 화난 것처럼 보이나?", "내 옷차림은 나를 잘 표현하고 있나?"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진짜 친한 친구에게 밥 한 끼 사주며 물어보세요. "야, 솔직히 내 첫인상 어땠냐? 고칠 점 하나만 말해줘." 뼈 때리는 말을 들을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아프지만, 그 피드백을 수용하고 고치는 순간 당신은 상위 10%의 매력쟁이로 진입하는 겁니다. 대부분은 기분 나빠하고 안 고치거든요(제가 그랬습니다. 에헴).
마지막으로, 남들 따라 하지 마세요.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간 가랑이만 찢어지는 게 아니라 매력도 찢어집니다.
목소리가 좋으면 그걸 무기로 삼고, 웃음이 예쁘면 많이 웃으세요. 엉뚱한 게 매력이라면 억지로 점잖은 척하지 말고 4차원 매력을 뽐내세요. <나다움>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때 사람은 가장 빛납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 애쓰지 마세요. 그건 불가능하고 피곤한 일입니다. 대신, 내가 가진 고유한 색깔을 선명하게 만드세요. 경험 속에 부드러움을 숨기든, 엉뚱함 속에 진지함을 숨기든, 당신만의 반전을 만드세요.
지금 거울을 보고 한번 씨익 웃어보세요. 그리고 오늘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 미소를 선빵 날리세요. 당신은 이미 충분히 괜찮은 원석입니다. 이제 조금만 닦으면 됩니다. 당신만의 중력으로 세상을 끌어당기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