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의 현장에는 어떤 리본이 달려 있습니까
경주 황리단길의 고즈넉한 풍경 속에 자리 잡은 일식당, 료미.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방문이다. 처음에는 우연히 발을 들였고, 두 번째는 그 기억을 확인하고 싶어 찾았으며, 세 번째인 오늘은 확신을 가지고 이곳을 향했다. 인간의 미각이란 참으로 간사하면서도 정직해서, 혀끝에 각인된 강렬한 감칠맛은 이성적인 판단보다 앞서 몸을 움직이게 만든다. 마치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처럼, 경주 톨게이트를 지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핸들을 그곳으로 꺾고 있었다. 료미는 우리 가족에게, 적어도 미식의 영역에서만큼은 실패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주는 공간이 되었다.
세 번째 방문에서야 비로소 출입문에 붙어 있는 파란색 스티커가 눈에 들어왔다. 선명한 파란색 리본. 그것은 블루리본 서베이의 인증 마크였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처음 그 마크를 봤을 때는 코웃음을 쳤다.
"미슐랭 가이드를 흉내 낸 아류작인가?"
공학을 전공하고 현장에서 데이터를 다루는 엔지니어로서, 나는 출처가 불분명한 권위를 쉽게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마케팅의 일환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입안에 남은 만족감과 문에 붙은 리본이 겹쳐지며 묘한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내가 느낀 이 만족감이 나만의 주관적인 감상이 아니라, 수많은 타인의 데이터가 축적되어 증명된 객관적인 결과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것이 블루리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자료를 찾아봤다. 블루리본은 2005년 시작된 대한민국 최초의 레스토랑 가이드북이다. 철저히 익명의 평가원에 의존하는 미슐랭과 달리, 블루리본은 다수의 일반인 평가와 전문가의 검증을 결합하여 선정된다. 리본 하나는 '재방문하고 싶은 곳', 두 개는 '주위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 그리고 세 개는 '자신의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솜씨를 보이는 곳'을 의미한다고 한다. 료미가 받은 리본은 인상적인 맛으로 재방문하고 싶은 곳을 뜻하는 곳이었다. 내가 가족을 데리고, 지인을 데리고 다시 이곳을 찾았던 행위 자체가 이미 그 리본의 권위를 증명하고 있었던 셈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흑백요리사 시즌2를 보며 이러한 검증된 권위에 대한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인 안성재 셰프는 국내 유일의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 '모수'의 오너 셰프다(현재는 밍글스라는 레스토랑이 유일하다. 모수는 스폰서기업과 파트너십 종료 상태). 대중적으로 알려진 백종원 대표와 달리, 안성재 셰프는 업계 내부에서 정점에 도달한 인물이다. 요리의 세계에서 미슐랭의 별이나 블루리본 같은 징표는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다. 맛이라는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세계를 객관적인 지표로 환산해 주는, 일종의 신용 보증 수표와 같다. 손님은 주방 안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조리 과정을 모른다. 다만 문 앞에 붙은 배지를 보고 "이곳은 검증되었다"라고 믿으며 지갑을 열 뿐이다. 우리는 맛을 알기 전에, 그 배지가 주는 권위에 먼저 설득당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내가 몸담고 있는 정보통신, 전기공사의 세계 또한 이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우리 업계에도 미슐랭 스타나 블루리본 같은 배지가 존재한다. 바로 '공사업 등록증', '기술 자격증', 그리고 '시공능력평가액'이라는 지표들이다.
일반 고객이나 발주처는 천장 텍스 속에 숨겨진 배선이 얼마나 정교하게 결속되었는지, 랙(RACK) 장비 뒤편의 네트워크 구성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설계되었는지 눈으로 봐서는 알 길이 없다. 요리의 맛을 먹어보기 전엔 알 수 없듯, 기술 품질 또한 시스템이 가동되고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고객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력을 판단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증명서를 요구한다.
"정보통신공사업 면허가 있습니까?"
"전기기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습니까?"
이러한 질문들은 맛집 앞에서 "블루리본을 받았습니까?"라고 묻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면허와 자격증은 이 업체가 최소한의 기술적 기준과 안전을 준수할 것이라는 사회적 약속이자 신뢰의 징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지가 맛의 깊이까지 완벽하게 보장하지 않듯, 면허가 현장의 디테일과 엔지니어의 양심까지 대변해 주지는 않는다. 흑백요리사에서 화려한 경력의 백수저 셰프들이 이름 없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들에게 패배하는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계급장을 떼로 오로지 접시 위에 담긴 결과물로만 승부했을 때, 권위는 힘을 잃고 실력만이 남는다.
공사 현장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면허와 수십 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형 업체가 시공한 현장이라도, 뚜껑을 열어보면 엉망진창인 경우가 허다하다. 배관은 수직 수평을 잃고 춤을 추고, 케이블은 뱀 똬리처럼 엉켜 있으며, 사후 관리는 연락초자 닿지 않는 빛 좋은 개살구들이 분명 존재한다. 반면, 낡은 트럭 한 대에 사다리 하나 싣고 다니는 1인 기업일지라도, 도면 한 장 없이 현장 구조를 꿰뚫어 보고 예술에 가까운 마감을 보여주는 숨은 고수들이 있다. 그들 손끝에서 완성된 현장은 잘 차려진 정찬처럼 정갈하고, 시간이 지나도 탈이 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자격증이라는 종이 한 장으로는 증명할 수 없는, 엔지니어의 손맛이자 장인 정신이다.
경주 료미가 내게 기억남은 이유는 문에 붙은 블루리본 때문이 아니다. 입안 가득 퍼지던 그 황홀한 소스의 맛, 그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던 가족들의 표정, 따뜻한 뒷맛 때문이다. 리본은 나를 문 안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유인책이었을 뿐, 나를 다시 오게 만든 건 결국 셰프의 실력이었다.
엔지니어로서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오늘 나의 현장에는 어떤 리본을 달고 있을까?'
'회사의 자격증이나 면허 같은 외적인 권위에 기대어, 정작 내 손 끝에서 나가는 기술 품질에는 소홀하지 않았을까?'
고객이 나를 다시 찾는 이유가 단지 면허가 있는 업체라서가 아니라, '저 사람에게 맡기면 뒤탈이 없고 확실하다'는 믿음 때문이기를 바란다.
공사는 요리와 같다. 좋은 자재(식재료)를 써야 하는 것은 기본이요, 정확한 규정과 공법(레시피)을 지켜야 하며, 마감(플레이팅)이 깔끔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공 후에도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먹고 나서 배탈이 나지 않아야 하는 음식처럼, 안전하고 견고해야 한다.
진정한 블루리본은 협회에서 발급해 주는 인증서가 아니다. 내 기술을 경험한 고객의 마음속에 찍히는 신뢰라는 이름의 도장이다.
"사장님, 이번 현장도 정말 깔끔하네요. 다음 프로젝트도 부탁드립니다."
고객 입에서 나오는 이 담백한 한마디야말로, 엔지니어인 내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미슐랭 스타이자 가장 영예로운 블루리본일 테다.
보이지 않는 리본을 얻기 위해서, 오늘도 작업복을 입고 먼지 자욱한 현장 주방으로 들어선다. 타인의 평가가 아닌, 나 자신의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기술을 요리하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