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경우의 수 07화

6화. 운동

오늘은 몸이 무겁다, 그래도 간다

by 기록습관쟁이

어제 야식으로 치킨을 먹었다. 치킨무까지 싹 비우고, 죄책감을 양념처럼 덧바른 채 잠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몸이 묵직하다. 마음도 묵직하다. 운동을 갈까 말까, 이불속에서 27번은 고민한다. 하지만 결국, 간다. 왜냐고? 이쯤 되면 거의 습관성 출석이다. 일단 가면 "10분만 하다 나오자"라고 다짐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40분은 기본이다.


사실 몸이 무거운 날이 더 많다. 이유는 다양하다. 전날 잠이 부족할 때. 하버드 의대 연구에 따르면 수면이 부족하면 운동 능력이 최대 30%까지 저하된다고 한다. '오늘 왜 이렇게 안 풀리지?' 싶을 땐 대부분 잠 때문이다. 또 업무 스트레스가 많을 때. '마음이 지치면 몸도 무겁다'는 말, 과학적으로도 맞다. 뇌가 스트레스를 감지하면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게 근육 회복을 방해하고 의욕도 낮춘다. 즉, 스트레스는 운동의 천적이다. 마지막으로,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있다. 이유를 찾지 말자. 그냥 그런 날이다...


그럴 때 헬스장에 가면, 몸이 말한다.

'오늘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마음이 속삭인다. '집에 가자...'

하지만 오래 운동해 본 사람은 안다. 이 목소리를 매일 듣다 보면, 영원히 안 가게 된다는 걸. 그래서 우린 경우의 수를 줄인다. 운동 갈 확률을 높이는, 작은 장치들을 만든다. 아래에 예를 들어 보겠다.


-퇴근 후 바로 헬스장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확보한다.

집에 들렀다가 나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헬스장과 회사 사이의 '최단 경로'를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전날 밤, 운동가방을 미리 챙겨둔다

아침에 옷 챙기기 귀찮으면 이미 마음 반은 포기다. 작은 준비가 큰 실천을 만든다.

-운동용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

기분을 끌어올리는 노래 몇 곡만 있어도 발걸음이 달라진다. 귀찮다면, 유튜브에 '운동할 때 듣는 음악'이라고 검색만 해도 충분하다.

-조명 좋은 거울 앞에 선다.

얼굴은 퉁퉁 부었어도 조명빨 받은 광배근이 보이면 오늘 운동 동기는 끝. '괜찮은데? 내일은 등 날개 나겠다'


예전엔 '의지'로 운동했었다. 지금은 '환경'으로 운동한다. 꾸준한 사람일수록 '의지'에 덜 의존한다. 심리학자 B.J 포그는 행동 변화는 '의지'보다 '환경 설계'에서 나온다고 했다. 간식을 멀리 두면 안 먹게 되고, 운동화를 현관에 놓으면 나가게 된다.


루틴이 몸을 끌고 간다. 바벨 못 들겠으면, 스트레칭만 해도 된다. 러닝머신에서 걷기만 해도 된다. 완벽한 운동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운동을 멈추지 않는 게 중요하다.


진짜 꾸준한 사람은 완벽한 날을 기다리지 않는다. 왜냐면 그런 날은 한 달에 한 번도 올까 말까니까. 그들은 안다. 내일 갑자기 운동신이 내려올 수도 있다는 걸. (물론 대부분은 안 오지만...)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신은 어제라도 운동했을 때 더 잘 내려온다. 몸이 기억하고, 뇌가 믿는다.


내가 자주 하는 선택이 결국 나를 만든다. 운동을 매번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안 가고 싶은 날에도 나가는 사람'이 된다면 그게 곧 내 체력, 내 멘탈, 내 삶을 만든다. 운동은 근육만 키우는 게 아니다. 자기 자신과의 신뢰를 쌓는 일이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갔구나."

이 작은 승리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스스로가 믿음직해진다.


그러니까 오늘도, 일단 나가보자.

오늘은 기록을 갱신하지 않았지만, 핑계를 이긴 날이다.

그건 충분히 자랑스러운 승리다.



keyword
이전 06화5화.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