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늙어가는 중입니다

함께 늙는다는 건,

by 기록습관쟁이

초코 배에서 멍울이 만져졌다.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떼려 했지만, 그 순간 마음 한구석이 덜컥 무너져 내렸다. 이게 뭘까. 별거 아닐 수도 있겠지만, 혹시... 하는 불안이 나를 동물병원으로 향하게 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검진이 시작되었고, 원장님은 유선종양이 의심된다고 했다.

"작은 종양이긴 한데, 제거하고 조직검사 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내 귀에는 망치처럼 울렸다. 종양, 조직검사, 마취.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겹겹이 밀려들었다. 원장님은 마취를 하는 김에 스케일링도 같이 하자고 하셨다.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수술이란 단어에 벌써 마음은 한쪽으로 기울었는데, 마취라니. 초코는 열 살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예순을 훌쩍 넘었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마취는 더 위험하다. 하지만 종양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치석도 꽤 심하다고 하니 함께 하는 게 좋다고는 하는데,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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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는 웰시코기다. 작고 낮은 몸에 짧은 다리, 한때는 마치 장난감처럼 작고 귀여웠던 녀석이다. 하지만 요즘은 살이 좀 올랐다. 작은 체구에 12kg. 다른 코기들에 비하면 그렇게 크진 않지만, 내가 보기엔 묵직하다. 그 살은 내 마음의 무게와도 비슷했을까.


그동안 내가 초코에게 얼마나 소홀했는지, 이제 와 미안함이 쏟아진다. 잦은 출장과 야근, 집에 들어와선 늘 피곤하단 이유로 산책은 미뤄졌고, 간식으로 미안함을 덜어보려 했다. 초코가 꼬리를 흔들 때면 그저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 간식이 오히려 초코를 병들게 한 걸까.


초코는 말이 없다. 아프다고, 힘들다고, 어디가 이상하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그저 배를 보이며 눕거나, 밥을 먹다 말거나, 숨소리가 평소보다 거칠어지는 것으로 조금씩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것들을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겼다. 그렇게 조금씩 병은 자라고 있었던 거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정기검진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서서히 늙어간다. 늙는다는 건 고장이 난다는 뜻이고, 그 고장을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회복이 어려워진다. 초코의 멍울은 나에게 그런 경고였다.


병원비도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스케일링만 50만 원, 종양 제거 10만 원, 조직검사 10만 원. 이건 어디까지나 예상 금액일 뿐, 수술 중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기면 그보다 훨씬 더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런데다 나는 주저하지 않기로 했다. 비용보다 더 중요한 건 초코가 앞으로 얼마나 더 건강하게 나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느냐다.


반려견을 키운다는 건, 단순히 먹이고 재우는 걸 넘어선다. 함께 늙어가는 일이다. 그 늙어감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삶에 깊게 스며들고, 닮아간다. 초코가 나를 닮아 살이 쪘고, 나도 초코처럼 어느 순간 몸을 챙기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견주 잘못 만나 고생이 많지, 초코야.

정말 미안해. 더 잘해줄게.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라고, 그렇게 말해줬으면 좋겠구나.

수술이 무섭고, 마취도 걱정되지만 우리는 지금껏 많은 걸 함께 겪어왔잖아. 너는 늘 내 곁에 있었고, 나는 네가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위로받았는지 몰라.

그러니까 이번에도 같이 이겨내 보자.

수술 잘 받고, 다시 환하게 웃으며 산책하러 나가자.

예전처럼 골목길을 함께 걷고, 해 질 녘 공원을 함께 바라보자.

나는 너를 사랑해. 그리고 이제야 말하지만, 그건 정말 오래전부터였단다.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조금만 더 아니, 오래도록 우리 함께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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