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최고야, 솔직히 말해서

아내도, 아들도, 결국 돈 앞에선...

by 기록습관쟁이

밥값, 주유비, 생필품 구매비, 스트레스 해소용 술값, 교양 쌓는 책값까지. 뭐 하나 공짜가 없다. 돈, 돈, 돈. 세상은 결국 돈으로 굴러간다. 모든 인간은 예외 없이 돈을 필요로 한다.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이 누린다. 인간은 자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속세를 떠난 승려 말고는.


나는 볼링을 좋아한다. 매주 금요일이면 5kg이 넘는 공을 굴리러 간다. 레인을 타고 떼굴떼굴 굴러간 공이 가지런히 서 있는 10개의 핀을 넘어뜨리는 게임. 모든 핀이 사라질 때의 그 쾌감이란! 거의 중독이다.

슬프지만 내 볼링공은 대부분 핀을 남긴다. 점수도 처참하다. 그런데도 계속 굴린다. 한 번의 스트라이크를 위해 열 번을 굴린다. 어떻게 하면 잘 맞출 수 있을까 고민도 한다. 어느새 볼링이 내 마음가짐까지 바꾸고 있었다.


문제는, 아내가 볼링을 싫어한다는 점. 나는 기회만 나면 볼링장을 가고, 그럴 때마다 그녀의 싸늘한 눈초리가 등줄기를 타고 심장에 박힌다. 한 번은 그녀를 데려가 재미를 느껴보게 하려 했지만... 실패. 안 되는 건 안 된다. 그래도 나는 한다. 가끔 바가지를 긁히지만, 즐거우니까.


나처럼 볼링에 미쳐있는 20명이 클럽에 모여 있다. 서로의 열정을 보면 또 웃음이 난다. 어느 날, 볼링 시합이 생겼다. 당연히 출전 신청을 했다. 참가비도 냈다. 그리고 아내에게 말했다.

"나 시합 나가려고."

아내의 눈이 매서워진다.

"볼링에 나가는 돈이 얼만데, 이젠 시합까지 나가!? 당장 취소해! 적당히 좀 해!"

틀린 말이 아니었다. 취미가 특기가 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나는 아직 돈과 시간을 쓰기만 하는 단계니까. 그래서 말했다.

"1등 상금이 500만 원이야."

순간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 그녀의 입에서 나지막이 나온 한 마디.

"... 열심히 해봐."

그렇다. 돈이 최고다. 나는 자본주의 한복판에 살고 있다.


우리 아들은 노는 걸 정말 좋아한다. 나는... 안 그랬던가? 기억이 안 나서 어머니께 물었다.

"너는 초등학교 때 저금통 동전까지 털어서 오락실에 다 썼잖아. 아버지가 얼마나 몽둥이로 정신교육을 했는데~ 호호."

그렇다. 피는 못 속인다. 아들은 나를 닮았다.


공부는 그렇다 치자. 나도 열심히 안 했으니 강요하기 민망하다. 하지만 일기는 꼭 쓰게 하고 싶었다. 독서까지 하면 금상첨화겠지만, 그건 욕심이리라. 하루를 돌아보고 정리하는 습관 하나쯤은 심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들은 단호히 거부했다. 들은 척도 안 한다. 이미 자기 놀이에 몰두 중. 계속 잔소리해 봤자 소용없다. 작전 변경.


"아들, 보름 동안 매일 일기 쓰면 아빠가 로벅스 사줄게. 갖고 싶다던 장난감도!"

그날 이후, 아들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태권도 도복을 벗어던지고 연필을 들었다. 그렇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게 아니다. 돈이 사람을 춤추게 한다.


낯설었다. 내 아들이 이렇게 성실할 줄이야. 보름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기를 썼다. 두세 줄 쓰던 녀석이, 어느 날은 앞뒤 한 장을 꽉 채우기도 했다. 시작이 어려운 거지, 일단 물꼬가 트이면 속도가 붙는 법. 모든 일이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돈이 최고다. 아내도, 아들도, 나도. 부정할 수 없다. 어릴 땐, '돈은 부자들만 갖는 거고, 나는 소확행이면 됐지'하며 스스로 위로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순진했다.

솔직해지자. 돈, 좋다. 아니, 최고는 아닐지라도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다.


'돈의 속성'의 김승호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돈을 대하는 그의 마인드를 참 좋아한다)

"들어오는 돈을 소중히 하고, 나가는 돈을 아까워할 줄 알아야 한다."

맞는 말이다. 돈은 감정이 없는 종이지만, 사람의 감정을 바꿀 수 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맞다. 행복은 순간의 감정이다. 우린 계속해서 행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를 사는 데 돈이 꼭 필요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생각한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더 많이 벌어야겠다고. 더 나아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누군가 그랬다. 진짜 행복은 받는 게 아니라, 주는 데서 온다고.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라, 기브, 기브, 기브. 머지않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내와 아들을 번갈아 보며, 거울에 비친 내 자신을 보며 오늘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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