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그것은 관계의 불꽃놀이

내 이야기에 파도 타줄 당신을 찾습니다

by 기록습관쟁이

살다 보면 가끔 이런 순간을 마주한다. 나의 흥이 우주를 뚫을 기세로 폭발하는데, 상대방은 마치 고장 난 마네킹처럼 미동도 없을 때. 얼마 전 내가 딱 그랬다. 혼자 쇼킹한 무용담을 쏟아내며 '아, 나 진짜 개그맨 할걸!' 하는 착각에 빠져들 즈음이었다. 상대는 조용히, 아주 조용히 듣고 있었다. 고개도 끄덕이지 않았고, 입꼬리도 꿈쩍 않았다. 마치 내가 허공에 대고 떠드는 사람인 양.


그러고는 한마디. "좋았겠네요."


끝이었다. 에너지가 순식간에 방전되는 기분이란. 분명 나는 방금 전까지 불타오르는 장작이었는데, 상대는 라이터 불조차 켜주지 않았다. 김이 팍 샌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일 테다.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오버했나?', '너무 나댔나?'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었다. 그냥.. 티키타카가 안 맞았던 거다. 상대가 굳이 격한 리액션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날은 유독 그랬다. "헐 진짜요?" 같은 감탄사 하나, 하다못해 고개 끄덕임 한 번만 있었어도 대화는 춤을 췄을 것이다. 나는 단지 내 말에 함께 파도 타줄 누군가를 원했을 뿐인데.


결국 자조적인 생각까지 흘러갔다. '차라리 음성 녹음을 켜놓고 혼자 말하자. 나중에 내가 다시 들으면 적어도 내 리액션은 내가 알 테니까.' 웃긴데, 이게 진심이었다. 결국 내 얘기에 가장 열광해 줄 사람은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슬픈 통찰에 다다른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다짐했다. 누군가 열심히 얘기할 땐 무조건 리액션을 해주자고. 입이 안 움직여지면 고개라도 끄덕이고, 눈썹이라도 춤춰주자. 우리는 타인의 열정을 식히는 소화기가 되지 말자.


가끔은 말 한마디 없이, 진심 어린 리액션만으로도 세상 좋은 대화가 완성되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 빛나는 이야기를 품고 살아간다. 그 이야기들이 차가운 반응에 식어버리지 않도록, 당신의 작은 리액션으로 누군가의 불꽃을 지펴줄 수 있기를. 다음번 당신의 대화는 어떤 파도를 만들어낼지, 나는 어떻게 리액션을 취할지 몹시 궁금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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