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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우 Jul 15. 2020

[소설] 해변의 사투-3

3. 산책의 발견 


 나는 사진 촬영 무리들을 빠져나와 조금 한산한 동쪽 해변으로 걷기 시작했다.

스피커 볼륨을 좀 더 올렸다. 음악 사운드가 커질수록 내 앞의 풍경들은 나의 감성에 덧 칠 되듯 조금 전과는 분명 다른 느낌으로 그 컬러와 형상까지 바뀌는 듯하다. 그것은 현실을 벗어난 초현실로 내게 다가온다. 나는 음악에 스탭을 맞추듯 느릿느릿하거나 리듬을 실은 경쾌한 발걸음으로 춤을 추기도 한다. 또한 찬란한 코르시카 바다에서 가슴이 벅차기도 했고 사랑을 잃은 그리스 여인의 애절한 슬픔에 흐느끼기도 하며 카보베르데의 짜고 건조한 사우다드에 젖기도 했다. 초현실이란 그것을 비현실로 인정하는 사람들에게는 꿈으로 사라지는 허상이다. 그러나 꿈도 현실의 일부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공간과 시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실제의 환상적인 현실 공간으로서 자신의 삶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이런 산책을 처음 시작할 때는 대부분의 중년의 사람들이 그러했듯 점점 근육이 노쇠해지며 굳어가는 듯한 두려움에 경각하여 자발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는 트레이닝 위주로 걸었으므로 산책이란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등에 땀이 날 정도의 빠른 걸음과 팔은 힘찬 왕복운동을 한다. 그리고 머리로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운동을 하며 어떠한 생각을 한다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잡생각이며 그것은 이런 충실한 운동에 방해만 될 뿐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기계적인 운동이 반복될수록 감성이 반항과 회의하기 시작했다. 마치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시험공부나 눈 내리는 겨울에도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는 일, 또는 의무적으로 아니 강제적으로 해야 하는 끔찍한 군 복무가 연상되었다.

그러나 음악과 함께 하면서부터는 그 관점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것은 의무적, 강제적 운동이 아니라 낭만적 산책으로 목적이 반전된 것이다.

그러한 반전은 마치 항해 기술을 익히기 위해 거친 바다를 항해하다가 예상하지 않았던 신대륙을 발견한 것 같았다.

 모래사장을 걸을 때는 이곳이 더 이상 목숨을 건 사막 행군이 아닌 북극곰의 모피로 만든 폭신한 양탄자를 걷는 호사스러운 느낌이 되었고 거친 바람과 파도는 나를 격려하는 환호와 손짓이 되었으며 시시각각 변화는 구름의 노을은 나에게 이국적이고도 로맨틱하며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속삭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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