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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우 Aug 07. 2020

-플러스 원-

[초 단편소설]


소길리 편의점에 세탁기용 세제를 사러 왔다.

여러 제품이 진열되어있었고 각 상품마다 그 앞에 어떤 것을 알리는 내용이 써 붙여있었다.

그 내용들은 두 개를 사면 하나 더 준다거나, 다른 것을 추가로 준다는 등 각 상품마다 다른 판매조건들이 적어진 스티커들이었다.

나는 늘 그래 왔듯 그저 디자인이 예쁘고 눈에 띄는 것 하나를 집어 들었다.

계산을 하려 계산대로 가려는데 그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전에 어린 두 딸과 함께 물건을 고르고 있던 가족이었다. 바로 옆 펜션에 휴가를 온 가족 같았다.

이제 세 살과 다섯 살 정도로 보이는 귀여운 여자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사준다는 아빠의 말에 기쁘고 흥분된 상태였다.

아이들은 희망에 찬 해맑은 얼굴로 웃으며 자신들이 원하는 아이스크림을 신중하게 하나씩 골랐다.

그리고 아빠의 계산을 기다리는 동안 단 한 번도 자신이 고른 아이스크림에서 눈을 떼지 않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눈앞의 달콤한 행복이 입안에 들어오기 전까지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기를 기도하는 경건한 염원의 눈빛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편의점 알바가 계산을 하면서 이것은 투 플러스 원이라고 하며 하나 더 가져오라고 하였다. 아빠는 다시 아이스크림 진열대로 갔으마 그 제품은 더 이상 없었다.

제품이 없다고 하자 그럼 다른 종류의 아이스크림으로 바꿔 가라고 한다. 아빠가 그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시 갖다 놓으려 하자 아이들은 놀라서 아빠의 큰 손을 힘주어 잡아 뭠쳤다.

아빠는 웃으며 아이들에게 투플러스 원에 대해 설명했으나 이 어린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워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계산법이었다.

그러자 그 일은 한층 더 높은 심각한 상태로 격상되었는데, 그것은 옆에서 보고 있던 엄마의 끼어듦이었다.

엄마는 그렇다면 다른 아이스크림을 플러스 원으로 가져가면 안 되겠냐고 했고 순박한 알바는 그것은 안된다고 하는 바람에

서로 말의 음계가 조금씩 높아졌고 중심을 벗어나려고 한다. 그로 인하여 그들의 지금까지의 즐거운 편의점 쇼핑의 즐거운 온도는 비례하여 낮아지고 있었다.

뭔가 일이 잘못되고 있다고 느낌 막내 아이는 이미 초조함이 불안함으로 바뀌어 그 맑은 눈망울은 살짝만 건드려도 눈물이 나올 것 같이 온 신경이 고조되어있었다.

아이들은 단지 그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는데, 아이스크림 하나로도 충분이 행복한데, 어른들은 어째서 이렇게 물욕을 자극하는 복잡한 계산 방식이 필요한 것일까.

다행히 이 현실의 심각성을 간파한 아빠의 유머스러운 농담으로 그냥 아이스크림 두 개만 가져가는 것으로 하여 초 긴장상태의 극한으로 넘어서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뭔지 모를 심각함이 진정되는 것을 느끼자 곧바로 얼굴에 다시 웃음과 평화가 찾아왔다.

그들이 내 앞을 지나갈 때 나는 막내 아이의 눈에 붙어있던 채 마르지 않은 한 방울의 눈물을 발견했다.

이제 나의 물건을 계산할 차례이다. 역시 내가 산 세제도 원플러스 원이었다. 

나는 두말없이 하나를 더 가져와 계산을 하고 나왔다.

집의 세탁실에 세제를 놓으려는데 자난 번에 원 플러스 원으로 하다 더 받았지만 지금까지 사용하지도 않아 먼지가 쌓인 섬유린스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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