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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우 Jul 15. 2020

[소설] 해변의 사투-6 (終)

6. 해변을 떠나며 


깊은 가을이다. 아직 7시밖에 안되었지만 태양과 주황빛 노을은 벌써 수평선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밤이 시작되었다.

나는 그녀들의 대화에서 빠져나왔고 이어서 카페에서도 빠져나왔다. 조금 피곤해졌다.

집으로 갈 시간이 되었다. 바로 차에 오르기가 어색해서 해변을 한 바퀴 더 돌고 가기로 마음먹고 모래사장으로 걸어갔다.

해변에는 저녁때 관광객의 북적임도 사라지고 뜨거웠던 연인들과 신랑 신부의 촬영 열기도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가을 밤바다의 아련한 정취가 자리를 잡았다.

적막하기까지 한 이 해변에는 가끔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보통 개들은 흥분한 듯 힘이 넘쳐났고 그 힘으로 주인을 끌고 다녔다.

걸으면서 나는 바닷가 난간에 앉아 있는 몇 마리의 고양이를 만났다. 고양이들은 낮 동안의 피곤에 쌓인 건조한 시선으로 삶에 지친듯한 눈동자를 느리게 깜박이고 있었다.

내가 그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 고양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냥 가던 길 가세요" , "피곤하다고요" , "관심 같은 것 필요 없어요"

나는 그 말을 재빨리 알아채고 눈을 돌려 가던 길을 갔다. 

고양이의 말처럼 이 해변은 해가 지기 전까지 피곤할 만큼 분주했었다. 많은 이들이 이 해변에서 자신들의 삶을 연출했고 그런 증명사진을 찍어 증거물로 가져갔다.

그들은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들에게 이곳에서 예쁘고 행복한 나날이었다고 증거와 함께 외치고 있을 것이다. 또한 그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양지의 상식으로 따뜻하게 답변할 것이다 부러움의 환호와 함께. 

벌써부터 직원들의 퇴근 준비로 분주한 식당은 이제야 처음으로 활기가 넘친다. 그들은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가족이나 친구들과 밤 시간을 시작하기 위해 이곳을 최대한 빨리 빠져나갈 것이다. 이들의 가족들은 이들의 하루의 노고를 위로하는 격려의 말을 할 것이다. 

해변을 한 바퀴 돌아 주차장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좀 전의 그 여자 그룹도 카페를 나와 있었다. 그녀들은 마지막으로 화려한 모습의 식당가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녀들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은 오늘도 즐겁고 유익한 하루였다는 듯 성취감이 가득한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윽고 나는 차에 올라 요란한 시동을 걸었다. 해변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고 이제 방금 도착한 별들 만이 해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이 오기 전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이 해변에서 각자의 행복을 발견하거나 줍고, 만들거나 모으며 행복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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