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소시민의 희망퇴직이란 작은 사건은
주변의 엄청난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메신저를 타고 온 끊임없는 물음표와
고막을 간지럽히는 질문이 넘쳐흘렀다.
간혹 원하는 답을 들은 듯한 상대방은
오아시스를 발견한 사람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쏟아지는 질문과 관심은 결국 한 덩어리로 뭉쳐
대화라는 거대한 공작기계 속,
각자의 금형틀에서 끊임없이 같은 단어를 찍어냈다.
‘희망’퇴직.
가장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에 가장 밝은 단어를 붙여,
입안엔 텁텁함만 남아버렸다.
정년을 채우지 못할 상황 앞에서
또 다른 기회라는 선택지는 희망일까, 고문일까.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내가 가진 능력의 대부분은 사실 회사의 능력이었고,
그 울타리조차 회사의 것임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생존은 시작되었다.
바로 그 생존의 지점, 희망과 고문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녹슬어 떨어진 갈림길 표지판 기둥 앞에서,
앞으로의 길이 희미하고 지루하다는 걸 본능처럼 감지했다.
두 발로 걷는 줄 알았지만,
다시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