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법 제23조 제1항은 취소소송의 제기는 처분 등의 효력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에 영향을 주지 아니한다고 하여 집행부정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동조 제2항은 그 예외로서 집행정지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위 규정에 의하면, 취소소송이 제기된 경우에 처분 등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으로 인하여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본안이 계속되고 있는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에 의하여 처분 등의 효력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처분의 효력정지는 처분 등의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을 정지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아니합니다.
이를 통해 집행부정지 원칙의 획일적인 적용으로 인하여 원고가 승소하더라도 이미 처분의 집행이 종료되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는 결과가 발생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킬 것인지의 여부는 통상 입법정책의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1. 독일
독일은 집행정지를 원칙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독일 행정법원법 제80조는 소송이 제기되면 당연히 임시의 권리보호를 받게 되는 자동적 집행정지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외적으로 자동적 집행정지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를 정하고 있는바, 위의 경우에는 특별히 집행정지를 명할 필요성이 인정됩니다.
즉시집행을 행할 경우에는 행정행위의 즉시집행을 하여야 할 특별한 이익에 대하여 서면으로 이유를 제시하여야 합니다. 단, 집행지연에 의하여 위험이 초래되는 경우, 특히 생명, 건강 또는 재산에 불이익이 생길 경우에 행정청이 공익을 위하여 그러한 취지를 표시하고 긴급조치를 발한 때에는 특별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아도 즉시집행이 가능합니다.
2. 일본
일본은 집행부정지의 원칙을 취하고 있습니다. 일본 행정사건소송법 제25조 제1항에 의하면, 처분취소소송의 제기는 처분의 효력, 처분의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통상 행정처분은 상대방에 대하여 그 내용을 고지하면 효력이 바로 발생하고, 상대방의 권리, 의무를 일방적으로 형성 또는 확정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해당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이 제기되었다고 하더라도 처분의 당사자가 받는 불이익은 계속되고, 처분이 강제로 집행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3. EU
EU운영조약 제242조에 의하면, 법원에 대한 소는 정지효를 가지지 않고, 다만 법원이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이의를 제기당한 행위의 실시를 정지할 수 있습니다. 즉, EU는 원칙적으로 집행부정지의 입장을 채택하고 있고, EU의 회원국들은 EU조약 및 EU운영조약에 근거한 행정행위를 하는 경우 집행부정지 원칙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1. 집행정지의 대상
가. 처분 등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에 의하면, 집행정지의 대상이 되는 행정청의 행위는 처분 등의 효력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입니다. 이는 실질적으로 본안소송의 대상인 처분 등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재결의 경우에는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을 때에만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재결 취소소송에 있어서의 집행정지를 의미하는 재결정지도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을 때에만 가능합니다.
침해적 처분은 집행정지의 대상으로 인정되지만, 침해적 처분이 발하여지기 이전이거나 처분이 소멸한 후 또는 침해적 처분이 부작위인 경우에는 회복시킬 대상이 없으므로 집행정지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나. 소극적 처분
불허가처분, 거부처분, 각하처분은 집행정지를 하더라도 처분이 없었던 것과 같은 상태로 돌아갈 뿐이고, 신청이 허가되는 것과 같은 적극적 상태가 형성되지 않으므로 집행정지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위 처분들의 효력이 정지되더라도 처분청이 집행정지결정의 취지에 따라 신청에 대한 처분을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청인에게 신청 당시의 법적 지위 이상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행정소송법 제23조 제6항은 동법 제30조 제1항만을 준용하고 있고, 동조 제2항을 준용하지 않고 있으므로 실정법적으로도 소극적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를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거부처분을 포함한 소극적 처분에 대하여 집행정지신청을 할 경우 신청의 이익이 없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재허가신청거부처분에 있어서 개별 법령에 재허가신청거부시까지 종전의 허가의 효력이 지속된다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인허가에 붙여진 기간이 갱신기간 내지 조건의 존속기간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 거부처분에 대한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일단 법적 이익이 있는 경우, 허가의 성질이 실질적으로는 신고에 불과하고 불허가처분은 금지처분의 성질을 가지는 경우, 외국인의 체류연장신청거부에 대한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강제출국을 당하지 않을 이익이 있는 것과 같이 집행정지신청에 대한 불허가처분이 있을 때까지 그 후의 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집행정지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되었습니다.
대법원은 1992. 2. 13. 선고 91두47 결정에서, “투전기업소허가갱신신청을 거부한 불허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신청인에게 허가의 효력이 회복되거나 또는 행정청에게 허가를 갱신할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불허가처분의 효력정지로서는 신청인이 입게 될 손해를 피하는 데는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아니하여 그 불허처분의 효력정지를 구할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집행정지신청은 각하되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1991. 5. 2. 선고 91두15 결정에서, “교도소장이 접견을 불허한 처분에 대하여 효력정지를 한다 하여도 이로 인하여 위 교도소장에게 접견의 허가를 명하는 것이 되는 것도 아니고 또 당연히 접견이 되는 것도 아니어서 접견허가거부처분에 의하여 생길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피하는 데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아니하니 접견허가거부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 비권력적 사실행위
행정강제와 같은 권력적 사실행위는 집행정지의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도로, 쓰레기 소각장, 화장장, 공항, 육교건설과 같은 각종 공공시설의 설치라는 비권력적 사실행위가 집행정지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여부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의 처분성이 인정되는지에 따라 판단될 것입니다. 비권력적 사실행위의 처분성 인정에 대하여는 견해가 나누어지고 있습니다.
라. 부관부 행정처분
행정처분의 부관부분만이 집행정지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문제됩니다. 하지만 부담을 제외한 부관은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통설적인 입장이므로 부담을 제외한 부관 자체는 집행정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마. 제3자효 행정처분
본래 침익적 처분으로서 제3자에게 수익적 효과가 부여되는 경우에는 처분의 당사자와의 관계만이 문제되고, 제3자에 의한 집행정지가 문제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본래 수익적 처분이지만 제3자의 이익이 침해되는 경우 제3자의 집행정지 신청여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2004. 5. 17. 선고 2004무6 결정에서, “시내버스운송사업계획변경 인가처분은 위법하게 될 여지가 많으므로 집행정지의 요건인 행정처분 자체의 적법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는 제3자의 집행정지신청을 인정한 것입니다.
바. 후행처분
연속하는 행정처분에서 선행처분을 본안으로 하여 후행처분의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은 절차의 속행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에 따라 후행처분의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연속된 일련의 절차를 구성하여 일정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와 목적을 달리하는 별개의 처분으로 위법성이 승계되지 않지만 후행처분이 선행처분의 집행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경우에는 집행정지의 대상적격이 인정될 것이고,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밀접한 관계가 없고 다른 목적 하에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집행정지신청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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