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방문한 체육관
백운산에서 홀로 돌아온 이후(자세한 것은 '몸치는 왜 생존형 운동을 시작했는가 - 7'를 참고하라)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떠올랐던 것은 회사가 그만두게 했던 권투. 체력 키우는 데에 좋고 지루하지 않고 나와 잘 맞았었다. 이제 팬데믹으로 제한되어 있던 실내 운동 규제가 어느 정도 완화되었고 진짜 미룰 수 없는 나의 몸상태를 실감하며 등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당시에는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해야 하긴 했지만 마스크 쓰고 유산소 운동하는 것이 체력이 부족해서 쓰러지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체력이 엄청 떨어졌다는 것을 이번에 제대로 느꼈으니 말이다.
그렇게 집에서 도보 5~10분 거리지만 마음의 거리는 매우 멀었던 체육관을 방문하였다. 3년 만에 방문하는 체육관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세트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땡’하는 종소리가 들렸다. 따로 신발장이 없어서 입구에 신발들이 엉켜있는 것도 그대로였다. 입구에 들어서자 체육관 특유의 나뭇바닥의 퀴퀴한 냄새가 났다. 관장님은 마스크를 쓴 채 그대로 입구에 앉아계셨다.
관장님께 등록하겠다고 말씀드리고 3년 전에 다녔었다고 이야기를 했다. 말씀드린 이유는 그 당시 꾸준히 출석했던 사람을 관장님이 기억하실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이었으나 큰 오산이었다.
3년 전에 들었으면 기록이 다 없어져서 입관 신청서 다시 써야 돼요.
그대로인 입관 신청서를 쓰고 3개월 치를 바로 결제했다. 가격은 약간 올랐더라. 3년 간 물가 상승률의 영향이 있었으니 그러려니 했다. 안 오른 것은 없으니까. 그리고 바로 첫날 운동을 시작. 예전과 똑같앴다. 스트레칭, 줄넘기. 달랐던 것은 3년 전에 어느 정도 배웠으니 스탭이 아닌 바로 원투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아주 오랜만에 3분 동안 팔과 다리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동작을 하려니 참으로 쉽지 않았다. 심지어 나는 체력 최약체인 상태가 아닌가. 그럼에도 체력을 키워야겠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마스크를 쓰고 중간중간 쉬면서 첫날부터 알차게 운동을 했다.
외부 압력(=회사)이 그만두게 한 권투를 오래간만에 하니까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제 샌드백을 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동작도 더 배우겠구나! 스파링은 무리겠지만 적어도 달라진 내 모습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꽃밭이 된 나는 그 뒤로 평일에는 꾸준히 출석하였고 주말은 휴관일이므로 쉬었다. 그렇게 체력 상승의 꿈을 안고 열심히 체육관에서 운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