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 수업은 나하고 잘 맞아서 꾸준히 다녔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으니
‘복싱장 후기’를 검색하면 항상 나오는 단어가 ‘줄넘기’이다. 그렇다. 나도 피해갈 수가 없었다. 체육관에 간 첫날, 스트레칭을 하고 줄넘기를 했다. 권투 체육관은 1세트가 3분, 30초 휴식으로 이루어져있다. 관장님은 줄넘기를 4세트를 하라고 했다. 중학교 수행평가 이후로 줄넘기는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오랜만에 하니까 또 할만했다. 줄에 많이 걸릴 뿐. 줄넘기를 한 뒤로는 간단한 동작을 배웠다. 그 뒤로 쭉 체육관에 출석하니 어떤 과정인지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 스탭 → 잽, 스트레이트 펀치 → 샌드백 치기 시작 → 다른 동작 →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이면 스파링(1대1 대련)
샌드백을 치니 내가 진짜 무도를 배우는 것같고 재밌었다. 무엇인가를 합법적으로 마구 주먹으로 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샌드백은 스트레스를 푸는데 굉장히 좋았다. 배울 때만 해도 몰랐지. 그 주먹이 전적으로 회사로 향할지.
체육관을 다닐 때 근무지는 집에서 대중교통에서 왕북 2시간 정도 거리였다. 집에서 충분히 통근할 수 있어서 퇴근 후 저녁먹고 운동을 갈 수 있었다. 그렇게 3개월을 다니다가 매우 갑작스런 근무지 이동 통보를 받았다. 신규 근무지는 집에서 왕북 4시간이었으므로 통근이 어려웠고 기숙사에 살아야 했다. 열받았던 점은 팀을 다 불러모은 회의 자리에서 이동 통보를 하기 전에 이동하는 다른 팀원들은 1대1 면담을 하는 것을 보았고 나는 그 면담을 하지 않았기에 이동이 되지 않는 줄 알았다. 회의가 끝나고 파트리더가 나에게 지나가듯이 말했다.
아, 00씨도 이동 대상이야.
제대로 이동 사실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지 못한 나는 너무나 기분이 좋지 않았고 결국 퇴근 후 샌드백을 진짜 열심히 치면서 울분을 풀었다. “그렇게 치면 안돼요!”라고 스파링을 하던 분이 시합을 하다가 내쪽에 말하셨다. 내 자세가 얼마나 이상했으면 시합을 하다가 말씀하실 정도였을까. 알게 뭐람. 지금 그것이 문제인가?
그렇게 근무지 이동 전까지 이제 가고 싶어도 못갈 체육관을 꾸준히 나갔고 결국 4개월 만에 그만두었다. 그 것이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내가 가장 열심히 했던 활동적인 운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