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목표: 대회에서 안 걷기 - 4

안 걷고 뛰기, 참 어렵다

by 운동하는 거북이

출발을 시작하자 역시나 나를 많은 사람들이 앞질러갔다. 이대로만 천천히 뛰어도 무조건 제한 시간 안에 들어온다는 생각으로 개의치 않고 뛰었다. 1km도 안되어서 걷는 분들이 보였다. 작년의 나도 다른 분들이 보았을 때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고 이번에는 다르다. 뛰다 보니 주위에서 한 마디가 들렸다.


오르막 시작이다!


앞을 보니 아스팔트 언덕이 보이기 시작했다. 탄식이 절로 나왔지만 안 걷고 완주하기가 목표이므로 꾹꾹 참았다. 군중 심리인지 주위에 뛰는 분들이 많이 계시니 계속 뛰기는 했지만 힘든 건 똑같앴다. 운동 고수 팀원1 역시 초반 3km까지가 많이 힘들다고 하셨다. 그 말을 기억하며 3km까지 버텨보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작년의 나는 이렇게 힘들면 바로 걸었었다. 1km만 더, 1km만 더를 스스로 되뇌며 5km 지점에 도달하니 급수대가 있었다. 물을 마실까 말까 고민하는 동안 봉사자가 급수대를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을 보며 외쳤다.


물 안 마시면 쓰러져요!


그 한 마디에 바로 물을 마셨다. 그래. 안 마시는 것보단 낫겠지. 물을 마지막으로 마신 지가 2시간도 더 전이었으니까 말이다.

급수대를 지나니 바로 마포대교로 올라가는 급경사가 시작되었다. 차로 지나가면 그 짧은 구간을 몇 초만에 올라가서 오르막길이 있는지도 몰랐다. 이번 대회에서 안 걷는 것이 목표였으나 이 급경사를 뛰어서 올라가다 보니 내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았다. 결국 그 구간에서 10초를 걷고 다시 뛰었다. 더 걷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계속 걷게 되리라. 이미 작년 대회에서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마포대교를 ‘뛰어서’ 건넌다는 건 굉장히 낭만적으로 들릴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차 타면 금방 지나가는 거리가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다리가 너~~~~~~~~~~~~~~~~~~~~~~무 길어서 ‘드럽게 기네. 언제 끝나’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 그늘이 전~~~~혀 없는 뙤약볕이다. 도심은 건물 그림자라도 있지 대교는 그런 거 일절 없다. 다리를 1/2 정도 지나니 너무 힘들어서 걷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다. 이미 나는 5km 넘게 연속해서 뛰지 않았는가. 좀 쉬면서 해도 되지 않을까? 그 순간 이름 모를 러닝크루 응원단이 힘차게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화이팅!!!! 화이팅!!!!!!! 화이팅!!!!!!


그 소리에 덩달아 뛰시는 분들이 ‘화이팅!!!!’을 외치셨다. 그 소리에 걷고 싶은 마음이 잽싸게 사라졌다. 그분은 나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보내는 응원이셨겠지만 정말 큰 힘이 되는 응원이었다. 이래서 스포츠 경기에서 응원이 중요한 것일까? 저 멀리 보이는 IFC몰을 비롯한 여의도 빌딩들을 바라보며 조금이라도 힘듦을 덜어보았다. 그렇게 ‘드럽게 긴’ 마포대교를 다 건너니 바로 ‘여의도 공원’ 표지판이 보였다. 드디어 도착지점인 여의도 공원에 다 온 줄 알았지만 공원에 들어가지 않고 여의도 공원 옆 도로로 빙둘러서 가는 코스였다. 점점 앞으로 갈수록 완주 메달을 목에 걸고 귀가하시는 분들이 점점 더 많이 보였다. 반환점에 도달하자 어떤 분이 외쳤다.


500m 남았다!


작년에도 느꼈던 마의 500m. 이미 9km 넘게 뛰어왔는데 500m만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버텼다. 직진하다가 코너를 도니 10m 앞에 FINISH라인이 있었다. 마지막은 이 악물고 전력질주로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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