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목표: 대회에서 안 걷기 - 5

목표 달성

by 운동하는 거북이

도착하니 헛구역질이 났고 온몸은 땀범벅이 되었다. 적당히 그늘이 있는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받은 완주 메달과 간식을 꺼냈다. 이번에는 바로 목에 메달을 걸었다. 목에 메달을 걸고 당당히 다닐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도착 지점이 아닌가? 이번에도 역시 기록이 핸드폰 메시지로 바로 날아왔다. 이번에는 1시간 11분 29초. 혼자서 10km를 뛰었을 때보다 기록이 단축되었다!! 대회 나가면 분위기에 휩쓸려 속도가 빨라진다더니 진짜였다. 걸어서 완주했을 때보다 약 7분이 빨라진 건 덤이다. 힘들었던 순간들이 기쁨과 보람으로 승화된 기분이 이런 것일까.


이번에는 뛰면서 주위 참가자들을 둘러보았다. 중간에 주유소 화장실로 뛰어가시는 분들, 뒷 그룹에서 출발했지만 엄청난 속도로 앞질러 가시는 분들, 중간중간 걷다가 뛰시는 분들, 유모차를 끌고 뛰는 아빠, 시각장애인과 한 쌍을 이루어 달리는 분들을 보았다. 작년 대회에서는 시간 내에 못 들어올까 봐 전전긍긍하느라 주위를 둘러볼 겨를이 없었을 정도로 여유가 없었다는 점과 큰 차이이다. 이렇게만 뛰어도 제한 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다는 여유가 생겨서일까? 기록에 연연하지 않아서 일수도 있겠다. 물론 여유와 다르게 힘듦은 똑같앴다. 너무 숨소리가 거칠어서인지 앞 분들이 뒤를 돌아보셨을 때 민망했다. 다음번에는 이 내가 내뱉는 거친 숨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노래를 들으면서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 마라톤이 버스킹 공연단이 있는 ‘음악 마라톤’이라고 홍보해서 일부러 노래를 안 들었지만 생각보다 공연단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 하프 코스에서는 터널을 지날 때 EDM을 연주해서 정말 재밌었다고 들었으나 EDM을 듣기 위해 하프를 나가기엔 내 실력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 그렇구나~ 재밌었겠네~’하는 수준에서 관심이 멈췄다.


이 대회에서는 내 목표였던 ‘안 걷고 들어오기’를 달성했다. 중간에 마포대교 초입에서 10초 정도 걸었지만 그 경사는 뛰어서 가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으니 논외로 한다. 다음 대회에서도 ‘안 걷고 들어오기’를 목표로 하려고 한다. 나에게 마라톤 대회는 ‘나와의 싸움’이고 ‘운동을 하기 위한 목표’이다. 그런 점에서 경쟁과 기록에 얽매여있던 과거의 각종 체육 수행평가와 스포츠와 달리 꾸준히 도전할 생각이다. ‘그냥 하다 보면’ 기록이 단축되고 하프코스도 도전하지 않을까. 비록 먼 미래겠지만 말이다.


7장_서울 하프 마라톤 인증서_제출용.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번 목표: 대회에서 안 걷기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