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을 2번 완주한 생존형 운동러에게 일어난 변화
나는 항상 운동을 가기 싫은 맘과 내적 갈등을 한다. 기본값인 ‘운동을 안 가는 것’을 이겨내기는 참으로 어렵다. 운동 가기 직전까지 엄청나게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그럼에도 결국 가고야 만다. 겉으로 보기에는 운동을 엄청 열심히 하는 성실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그건 내 맘 속을 다른 이가 바라볼 수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럼 이렇게 운동을 가기 싫은 마음을 이겨내서 얻은 것이 무엇일까. 먼저 몸에 변화가 생겼다. 가장 먼저 온 변화는 학창 시절 내내 달고 살았던 만성 허리 통증이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다. 아마 근력운동의 결과로 코어 근육이 생겨서가 아닐까 하고 추측하고 있다. 이것만 해도 하루종일 의자에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에게 큰 변화이다. 슬프게도 내가 운동을 했던 주된 목표인 체중 감량은 이루지 못했다. 거의 항시 지방과다 상태이다.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지방 감소를 지적받지만 내 몸은 극한상황에서의 생존에 최적화되어 있는지 지방을 쓰질 않는다. 체지방 감량은 10km 마라톤 완주보다 어렵다. 그래도 체중 유지를 하고 있으니 선방했다고 본다.
백운산에서 돌아오고 한 결심대로 체력은 키웠는가? 그렇다. 그 체력이 있어서 이 글을 퇴근하고 밤늦게까지, 주말에 계속 잠만 자지 않고 쓸 수 있었다. 회사 일에 집중을 좀 더 잘할 수 있게 되어 일의 효율이 올라간 것은 덤이다. 이런 효율을 학생 때 내서 좋은 학점을 받았어야 했다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오지만 과거의 모습이 현재의 순간들을 계속 만들어간다는 것이 나의 철학이기에 후회는 없다. 좋지 않았던 학점이 이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준 걸 수도 있지 않은가.
내가 운동으로 얻은 것은 체력뿐만이 아니다. 그것은 ‘생존력’이다. 체력이 있어서 얻을 수 있는 생존력 외에 결이 약간 다른 생존력도 얻었다. 나는 타 업계에서 완전 다른 직무로 게임 회사에 입사했다. 입사하고 몇 개월이 지났지만 일하는 방식의 숙련도와 직무 능력이 모두 부족한 상태였고 설상가상으로 번아웃 때문에 우울한 기운만 가득했다. 그런 내가 정직원 전환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살고 노력하는 사람이야’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것이 운동이었다. 나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등산 등 회사밖에서 운동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실제로 회사 복지를 이용하여 운동을 열심히 했다. 이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운동을 했고 이런 나의 모습은 나에 대한 평판을 좋게 만들었다. 적어도 새로운 회사에서 생존하는 데에는 운동으로 성공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목표한 바를 얻으니 다른 욕심이 생겼다. 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것이 ‘오래 달리기’였다. 경쟁이 필수가 아닌, 무사히 완주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인 마라톤 대회는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었다. 그리고 첫 대회인 서울달리기에서 제한 시간 안에 완주를 했을 때 나에게 불가능했던 영역을 정복한 것이 감격스러웠다.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그건 그쪽 사정이고 적어도 나에게는 굉장히 의미 있는 대회였다. 그다음 대회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10km 연속 달리기’를 달성하지 않았는가. 이 대회 역시 나를 넘어선 대회로 기억될 것이다. 이제 운동이 아닌 다른 영역에도 도전해볼까 하는 야심 찬 계획까지 세울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다. 이 글쓰기도 그중 하나이다. 그동안 정보를 전달하는 글, 보고서 등은 많이 작성했지만 이렇게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나에 대해 보여주는 글을 작성하는 것은 거의 처음이다.
‘어느 생존형 운동러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이제는 가보지 않은 동네를 달리는 대회를 나갈 생각이다. 통제된 도로를 달리면서 다른 동네를 구경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더라. 같이 달리시는 분들을 보며 세상에는 열심히 자기 계발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에 자극을 받기도 한다. 이래나 저래나 내 돈 내고 고생한다는 느낌이 강하지만 나갈 때마다 인생 교훈을 얻고 있으니 수업료라고 여기고 있다. 이번에도 대회 접수를 저질러버렸으니 항상 ‘운동 가기 싫어!’를 마음속과 육성으로 외치며 오늘도 생존형 운동러는 운동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