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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딴생각하기

진짜 의미가 생긴다는 건

by 글터지기

일요일이니까 아침 일찍 헬스장에 갑니다.

운동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가방을 챙겨 도서관에 왔습니다.

활용하기 좋은 열람실 자리가 많습니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죠.


이게 중소도시에 사는 매력입니다.

편리한 공공시설이 주변 가까이에 있지만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오히려 더 좋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수도권이나 인구 밀집 지역이라면 반대겠지요.


먹고살기 위한 경제활동에는 불리하지만

한적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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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아빠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따라 하지 않을까 싶어 도서관을 함께 다녔지요.

.

결과는 어땠냐고요?

땡! 탈락!! 입니다. ㅎㅎ


친구들과 놀고 싶고,

자기들 하고 싶은 걸 해야 하는데

아빠한테 붙들려 도서관을 다녔으니

도서관이 친해질 리 없었습니다.


도서관에 가자 하면 도망가기 일쑤입니다.


함께 놀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반성해 보지만 이미 시간은 지났습니다.


아이들이 가끔 얘기합니다.

"아빠 때문에 저희가 책과 멀어 졌잖아요!"

지들이 책 안 읽은 탓을 제게 하는 심보라니.


그런데 신기한 건

자기들이 필요할 때는 도서관은 찾습니다.

둘째가 임용고시 준비를 했던 곳도 도서관이지요.


이게 핵심입니다.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낄 때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는 것.


아빠의 역할은

그걸 ‘느끼게 도와주는 일’ 아닐까요.


"아빠 도서관 갈 거니가 같이 가자"보다

"네가 찾는 거 도서관에 있을 거야 같이 가자".


그 시간을 기다려주는 마음이 더 중요할지 모릅니다.

그게 도서관이든, 돌이 터든, 어디든 상관없이요.


아이들에게 억지로 책을 읽히려 했던 제 마음은

‘기다릴 줄 모르는 조급함’이었는지도 모르겠지요.


책 읽고 글 쓰겠다고 찾은 도서관에서

잠깐은 졸고, 한참은 멍 때리다가

엉뚱한 사색이랍시고 딴짓을 하고 있습니다.


도서관 창 밖으로 지나가는 자동차가 보이고,

중국집 배달하는 오토바이가 보이고...


그런데 왜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요? ㅎ


*에필로그

서고를 기웃기웃거리다가

김동식 작가 소설 8권,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를 발견했습니다.


대출신청을 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작년에 나온 책을 왜 몰랐을까.


오늘 도서관 온 본전은 뽑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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