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같은 정성이 상대에겐 우연일 겁니다.
혼자만의 동굴에 스스로를 가두고 살 때부터
어느 식당엘 가든 혼밥하는 게 익숙해졌습니다.
혼밥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삼겹살 구이집에서도 혼자 앉아 소주 한 잔 했습니다.
혼자 청승맞게 구워 먹는 게 눈치도 보이지만
이 나이에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 창피함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식당에 들어가면서 "두 명이요~" 하고
3인분을 주문합니다.
자리에 앉아 수저를 마주 놓고 세팅을 기다립니다.
직원이 군 불을 넣어 줄 때쯤, 휴대폰을 듭니다.
"어? 오늘 못 온다고?
야. 진작 얘기하지 여기와 있다고!.."
이런 멘트를 직원 앞에서 큰 소리로 날립니다. ㅎㅎ
지금 생각하면 참 처량하다 싶지요.
다들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 하니씩은 있으시죠?
유통업 배송 노동자로 살아온 지 7년입니다.
점심은 7년 내내 혼자 밥을 먹었다는 말이지요.
배가 고프면 짜증이 나는 인간이기도 하고,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밥도 못 먹고 일하면 무슨 빛을 보겠다고
식음을 전폐하며 일하나 싶어
식사는 꼭 챙기는 위인입니다. ㅎ
매일 들리는 한식 뷔페식당이 문을 닫기도 하고,
특정한 요일은 정기 휴무이기도 해서
식당 몇 군데를 돌아가며 식사를 하곤 합니다.
이때 가장 그리운 식단이 '집밥'입니다.
한 명을 위해 정성스럽게 차려준 집밥 같은 식당.
최근 식당이 폐업한 자리에 국밥집이 생겼습니다.
식사시간이 늦어졌는데 열린 식당은 없고 해서
우연히 들른 식당이지요.
8천 원짜리 국밥인데 손님은 많지 않았습니다.
연세 든 여사장님께서 정성이 가득한
집밥 같은 국밥을 한 그릇 내어주셨습니다.
배는 고파서 공깃밥 한 그릇을 추가했는데,
추가 비용은 받지 않으셨습니다.
그날 이후, 그 식당은 제 단골이 됐습니다.
늘 비슷한 시간에 들러 같은 식단으로 식사합니다.
식당은 점점 손님이 많아졌고,
혼자 식사하면 테이블도 차지하는 게
미안해질 만큼 북적입니다.
제가 우연하게 들렀다고 표현한 이 식당,
그건 제 입장에서 '우연'이지만
사장님 입장에서는 '한결같은 정성'일 겁니다.
우리가 마주치는 수많은 우연은
사실 누군가의 꾸준한 마음이
그곳에 늘 존재했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입니다.
그 마음이 쌓여 내 앞에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 것이지요.
그래서 오늘 한 문장을 떠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