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어느 한적한 펜션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써온 글을 어제 하루 쉬었습니다.
멀리서 마음을 나눈 친구가 찾아왔기 때문이죠.
아내가 아픈 친구는 그녀를 위해
청소부, 가정부, 요리사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게 가족을 지키는 거라며
매일 빠짐없이 운동하고 즐겨하던 술을 멀리합니다.
그래서 시간을 내서 여행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친구와 1년에 서너 번.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그동안 쌓아두었던
마음의 짐을 풀어놓는 시간이 있습니다.
사실은
제가 그의 이야기를 더 들어야 하는 자리인데,
막상 만나고 나면 평소 제 안에 쌓아두었던 불평과
사소한 불만을 제가 더 많이 쏟아내고 맙니다.
그럼에도 친구는 말없이 들어줍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모금 더 따라주며.
다가올 1월에 희머리 소년(아버지)께서
캐나다에 가신다는 소식을 알고 있는 친구는
여행 가서 쓰시라며 '200달러'를 내밉니다.
손사래를 쳐서 이 정도지 처음엔 더 많이
환전해 오겠다는 걸 뜯어말린 겁니다.
저는 늘 친구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물합니다.
예전에 엉뚱한 곳에 펜션을 예약해 놓고
다시는 저에게 숙소 예약을 하지 말라던 친구에게,
어제는 비와 눈이 섞여 내리는 바람에
펜션 복도에서 바비큐를 하다
실외기 바람을 맞는 경험을 또 안겨주었습니다.
결국 고기를 들고 실내로 들어와 한 잔을 기울였지요.
"네가 하는 건 늘 어설퍼. 그래도 괜찮아."
캔맥주 한 박스와 소주 두 병.
오후 다섯 시에 자리를 잡아 밤 열한 시가 될 때까지
우리는 그간의 삶을 천천히 비워냈습니다.
친구 아내 건강은 다행히 잘 유지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처방약이 바뀌면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곧 돈과의 싸움이 시작될 거라는 말에
제 기준으로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 금액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때 친구가 말합니다.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있다는 게 좋은 거야"
아내에게는 눈 내리는 풍경과
복도 바비큐의 엉망진창인 사진을 보내고,
밥은 잘 챙겨 먹었는지 짧은 통화를 나눕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지키는 방식으로.
내년에는 제가 배드민턴 동호회 총무를 맡게 되어
이제 운동도 같이 할 수 있겠다며,
우리의 새 목표는 시 대회 B조 우승이 되었습니다.
조금은 엉뚱하고, 꽤나 소박한 목표입니다.
이렇게 하루를 쉬고, 마음을 채우고,
소중한 인연인 친구 곁에서 다시 숨을 고릅니다.
어설퍼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
그저 함께 앉아 시간을 비워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여전히 견딜 만하고,
오늘은 충분히 따뜻합니다.
눈이 소복이 쌓인 풍경을 맞습니다.
그리고 오늘 조금 더 행복합니다.